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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대하여

 

흙으로 빚은 심장을 관통하는

추락하지 않는 시간의 화살은

그것을 결코 맞추지 못한다

 

영혼에 드리워진 햇살만

매끄러운 표면에 비추어

아주 잠시 반짝일 뿐이다

 

동그란 종소리 마침내 울려 퍼지고

이루지 못한 간절한 기도들과

지켜지지 않은 수많은 약속들이

고독의 미로에서 몸부림치면

 

사랑을 노래했기에 장미에 찔린

가난한 시인이 잠든 묘비석에

낙엽이 바스락 부딪칠 것이다

 

오늘도 별부리에 걸린 달은

넘어지며 서서히 기울어가고

스스로를 밝은 빛으로 채운다

 

      

흔들의자

 

나른한 흔들림이 피우는

나비의 날갯짓

살포시 손잡이에 내려앉다

 

쌓여간 묵직한 세월은

나무의 이야기

삐걱, 맴도는 속삭임

 

눅눅한 갈라짐이 풍기는

졸음의 향내

시나브로 골방을 채우다

 

춤추는 망각의 조각은

아득한 전설

끄덕, 흐르는 삼대(三代)


안부

    

벽에 살며시 기대

말을 건네면

고요한 정원에

봄비가 내린다.


한때 안녕이라는

포근한 울림이

외로운 빗방울 사이

거리를 채웠고

 

그렇게 다시 안녕

화단에 흩어진

검은 흙 조각을

품어 쓰다듬다


비가 그치고

해가 비친다

봄꽃이 그렇게

피었다 진다

      

가을비

 

어머니 품에

잠든 아가의 꿈에

싱그러운 이슬이

맺힐 만큼

 

아직은 인연이란 말이

조금 어색한 연인이

작은 우산 하나를

나눠 쓸 만큼

 

푸르렀던 나뭇잎이

재회의 기쁨으로

대지와 가볍게

입맞춤할 만큼

 

우리는 걸어간다

네가 지나가는 순간마다

그렇게 서로의 품에서

다가올 겨울을 나리

      

화장(火葬)

 

제주 오름 비탈서

할매 하얀 치마

나풀거릴 때 보았다

 

잡으려 붙잡아 모아도

시나브로 마디 사이로

사라지는 땅의 매듭을

 

바람과 손을 맞잡고

햇살과 유영하는 그대여

당신은 드디어 자유롭나

 

먼저 떠난 자의 짐은

아직 미련 남은 자의

어깨 위로 나눠지어지고

 

다음 이별 때 재회를 기약하며

제 갈 길 가는 그림자는

오늘도 조금씩 길어진다


강경모 010-3667-4176

kmkang3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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