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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식사


보리밭을 가르고 대문까지 온 바람을 맞이했을 때

가을이 한줌 섞여있다면 이제는 밥을 지을 때에요

마루에 뉘였던 몸을 일으키고 뒤주에서 쌀을 퍼와

한움큼 숨어있던 좁은 생명들을 솎아내고 나면

아버지는 물을 길어오시고 나는 천천히 붓습니다

하나개 해수욕장에 가본 적 있나요

모래사장을 건너면 바위와 자갈과 짠물이 만나

자박거리는 소리가 곧잘 들리곤 하죠

우리가 저녁을 지을 때면 서해에는

달이 끌어당기던 바닷물을 놓아주고

수렁이 되지 못하고 땅이 될 수 없던 대지 위로

다시끔 그들을 떠밀려 보내 식사를 준비하게 하죠

우리의 여섯시는 그래서 짠 반찬이 많습니다

먹고남아서 나문재라던 나문재도 한번 대치고

백중사리 때 선착장 위에서 저 혼자 죽어가던

망둥어도 말려서 김치와 지져놓았어요

목탁 위에 차려진 단촐한 모임에 이제 밥공기만

올려놓으면 또다시 저녁이 지나갑니다

아버지는 왼손잡이였으니 마주한 오른편에 젓가락을 놓아요

주걱으로 밥을 푸다가 설익은 것 같으면 국그릇 하나를 상위에 얹습니다

우리는 그런 밥을 좋아하지 않아요 익지 못한 것

아직 죽지 못한 것 제대로 살아있지 못한 것

밥상에서 마저 우리를 마주하긴 싫어요

그저 생각없이 입속에 우물거리다가 목으로 넘겨버리고

끼니를 때웠다는 소박한 만족감을 느낀 채

라디오를 듣다가 내일 만조시간을 보고 잠에 들고싶어요

 

 



向日葵



 오늘의 날씨는 몰락이다 너도 떨어지고 나도 떨어지고 우리 모두가 떨어지는 하루에 우산은 필요 없다


 우리가 높은 곳에 올랐던 이유는 떨어지기 위해서였으니 우리의 목표는 충당되어 곧 자유로워지지 않겠나 그러나 이 후의 일을 걱정하며 발돋움을 망설이니 사람의 감정이란 이 얼마나 우유부단하고 나약한가, 나는 뇌까리다가 네가 밀친 손에 숨을 들이켜고 아래로, 아래로, 저 밑으로 떨어졌다 

 내 비명은 네 이름이었으나 너는 제 이름을 모르는 들개였다


 타관살이에 새하얗게 질려 내 고향에 돌아왔을 때 나는 염전 밭에 파묻히고 싶었다 땅은 내게 잘 돌아왔다니 살갑게 말해주지 않는다 누군가 사람의 온도로 돌아오라 말하면 나는 그 말 한마디에 귀향하던 마음을 죽이고 다시 마을 길을 벗어난다 그리고 너에게 달려들어 오늘 있었던 일을 고해하고 이 기분이 씻겨가기를 바랐다 

 그렇게 나의 속죄를 빌던 시간은 하염없는 침묵이었고 어느 방면에서 축제였다 나는 네가 입을 열지 않는 시간을 못 견뎌 하면서도 사랑스러워했다 네가 입을 열지 않는 시간 속 너의 시선은 온전한 나의 것이었고, 내 주절거림은 네 가벼운 무료함이 되었으므로


 네가 머무르던 우울함이 가신 자리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세상의 산뜻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시리고 시렸던 네 봄과 다르게 동해 위로 솟는 해 만큼 따스한 올해의 겨울이란‥ 네게 감사와 투정을 같이 보낸다 이것은 모두 네 부재가 빚어낸 것이므로


 어수룩했던 모습을 버리고 이제는 새로이 탈을 쓸 차례이다 일렁이는 사람들 속에 내 모습을 섞어보내고, 모든 일과를 마친 새벽녘에나 비로소 너를 찾았다 우리의 만남에 할애하는 시간이 줄어질수록 내 낮은 너를 그리워하는 시간으로 변모하고 나의 밤은 애타기만 했다 이것이 네가 나에게 저지른 일이다

 기다림, 그 부질없는 것


 내가 너를 우러러보았던 만큼 너 또한 나의 동경을 안아주어 江上을 지켰다면 쓰라린 청춘의 과정이라며 내게 제대로 답을 내려주었더라면 멀찍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내 과오를 시간을 통해 인정하는 동안 너는 줄곧 휘휘한 눈동자로 나를 관망했다 이것은 무책임에 대한 질타가 아니다 그저 그동안 너를 바라보았던 시간들이 우리의 시간이 아니었기에 이다지도 아픈 것이다 모든 것들은 내 시간이었다 그때의 난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나, 당신의 광휘를 우러러보며 목이 아플 테지만 그래도 그것이 내 선택이었음을 알고 있으므로 지상에 뿌리내린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당신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숙연하게 받아들여야지 당신의 삶 속에 내가 녹을 수는 없으나, 나는 언제나 당신의 외곽을 겉돌며 살 것이다 거기서 나를 발견한다면 부디 손을 흔들어주지 말기를 따스한 말도, 그 품도, 나를 반기는 모든 것들을 거두어주길 바란다 나의 외로움에 못 이겨 당신을 향해 굳어진 발을 내밀 때 나의 줄기는 꺾일 것이므로 당신은 언제나 우상이어야 한다




일과



내 지반이 두 시의 간조였던 만큼

내디디면 짓밟힌 채로 고함치던

하나의 자존심도 시간이 지나면 물에 잠길 것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서광이든 낙조든

그것도 태양의 다른 이름이고

그믐과 보름은

내 위성을 부르는 말이죠


아슬아슬하게 도착한 일터에서

나는 또 하루를 數値로 보내고

종후에는 무너져 내리겠지만

이 밤만 안녕히,


나는 다시 살아날 테요

내일 만납시다




나의 방



 낙엽도 죽지 않는 밤이다. 해를 더듬지 않고는 일어날 수 없었던 잠자리. 이젠 파편을 딛고 일어나 서리 낀 새벽을 감내해야지


 우리가 참고 사는 모든 것들에서 나는 향기는 다시 오지 않을 허비의 냄새. 어제의 미련.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편지는 올 것이고 나는 면회를 기다리지 않아. 휴가를 바라지도 않으니. 찾아줄 이 없고 돌아갈 집 없어도 그늘을 베개 삼아 열을 낮추네. 추레한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쌓아놓은 것은 무엇인가. 이기심으로 점철된 몽환과 가난과 표피 혹은 비늘이었지


 여기는 숨을 쉬기에 너무 낮은 곳

 저기는 움직이기 과히 널따란 방 


 동화 속엔 있었고 현실에 없는 것은 그녀가 마셨던 물약 하나 그 이상도 아니고 以上도 아니던 理想 작아지는 방법을 몰라 다리를 자르고 손가락을 물어뜯고 지칠 줄 모르는 폭식 언제부터 나는 아귀가 되었을까. 치아의 노래가 끝날 때 즈음 삼켜버린 아내와 아이와 언젠가 내 피부였던 모든 것들이 뒤섞여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그건 책망에 가까웠어 무너진 지붕을 타박하는 소리였어


 환상 속에서 지냈던 아주 달콤했고 지독했던 시간. 침수되어 손을 내저었지만 구원은 오질 않고 내 마당에 아침 닭은 우는가. 이제 또 무거운 몸을 다독이며 하루만 더. 그 고통스러운 말에 스스로를 던지고 찬 물줄기에 하루를 망각한다. 


 야멸찼던 내 젊음은 무엇보다 값진 것이었다. 그렇게 죽는 날까지 혼자 살고 싶었다. 내게 타인은 고통이요. 그러자 누군가는 정신과를 찾아보라고 했지만 나는 건네준 손을 삼켜버렸다. 목구멍이 막혀 숨을 쉴 수 없는데 다시 토해내기까지 왜 그리 오랜 시간이 걸렸나. 다시는 내게 오지 마시오. 나는 상기시켜주었다. 손은 입 밖으로 나와 다섯 里를 걸어가다 나를 돌아보았다. 잘 있게 친구. 당신은 곱게 죽지 못할거야. 모래를 끌어다가 껍질을 덮으며 그 말이 영검하길 바랐다





소나기


한 꺼풀 여름을 죽이고 가을이 가까워져 오나 했더니
속절없이 멎어버린 추위가 어찌나 아쉽던지

갈라진 지상을 잠깐 축일 순 있어도
사계의 끝을 지나오는 봄이 그렇듯
잠깐 오르고 내리는 네가 겨울보다 나쁘다

일주일을 관통하던 기상예보를 꺼버리고
내 하루를 온전히 바깥에 맡기는 이유는
달갑지 않은 손님이나 짧은 재회를 맞이하는
태도에서 자연스러움이 배어 나오길 바랐다

후미진 골목에도 가난한 감정의 잡초에도
얼기설기 얽힌 진부한 생존경쟁에도
아주 잠시 네가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가

그래 오늘은 잠들어도 좋다
네 외로움은 내가 보고 있을 테니,
무거운 인사를 건넨 저녁을 우그러트리며
나는 네가 남긴 얕은 웅덩이 속을 유영하고 눈을 감겠지






이메일 : drew4174@naver.com
HP: 010-2335-83l2



  • profile
    은유시인 2016.04.28 10:53
    와!
    대단한 느낌의 시입니다.
    선명한 이미지와 감상이 살아 펄떣이는 활어같은...
    좋은 결실을 걷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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