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문
저문 세상시계는 더께 쌓인 시간 너머로
더금더금 떠밀리듯 돌아가련만
5분 컵라면에도 알싸한 마음 달그락거려보지만
자유하는 시간만큼은 허용되지 않는다
침묵의 설한풍 가시지 않은 설움 딛고
하얀 봄 문을 우아하게 열어야하는
나긋나긋한 매화 꽃등의 화들짝 절박함처럼
빠름과 늘보의 등을 너볏이 내어주는
긴장된 구속과 익숙한 자유함의 한계점에 닿는다
세월은 한치의 여백도 없이
사계절 방마다 밀고 당기며 등 떠밀려 가듯
푸른 심장이 가슴을 뛰게하는 인생이 꼭 그랬다
끈적거리는 자기를 비워 내려놓음의 이치는
회색 궤도를 빙긍빙글 돌고 도는 자연 질서이리라
누에고치 번데기는 제 한 몸 무수히 뒹굴어야
우화등선 나방이로 벙글은 세상맛 볼 수 있으련만
세상은 첨단 스마트 디지털 화소로 달구치는데
나는 아직도 까막거리는 아날로그 굴레에 갇힌
회전문 앉은뱅이가 되어
허공을 나르는 꿈을 가뭇없이 꾸어댄다.
몽당연필
흑심이 깊은 침묵에서 부활하는 날
각다분한 세상에 살갑게 응답하리라
사각사각 카터 날이 스칠 적마다
저장된 기억들을 새록새록 분만한다
아버지는 투박한 낫으로도 흥얼거렸지만
나는 손주들 여린 손톱 깎듯이 깎는다
흑심이 비록 검긴 하지만
언젠가는 하얗게 지워져야할 속마음은
알싸한 여백의 이야기를 읽는다
비록 만년필과 볼펜에 낯가림 당할지라도
작은 힘 흔하디흔한 갑 질 하나 없이
편견으로부터 자유 하지만 거만 떨지 않는
속을 휑하니 비워낸 유리컵 같으다
후박한 몽당연필 되기까지
가슴 저린 고독의 깊은 세월만큼
내 질곡의 여정 속살속살 쓰다듬어준다.
달빛
살아오는 동안 어머니의 눈빛은
언제나 나를 향해 있었다
어머니 닮은 만월을 중천에 걸어놓고
이제 내가 어머니를 바라보듯
가슴 저민 달님을 읽는다
어머니는 만월 중에서도 슈퍼문 이었다
백수를 남겨놓고 요양병원으로 가신 어머니
아직은 내 얼굴 기억하며
달빛 같은 미소를 건네주지만
기억의 세포는 하나 둘 무너져 간다
바람에 일렁거리는 달빛은 어머니 목소리
달빛에 반짝이는 물빛은
맨발로 저벅저벅 걸어와 건네주는
깨알 같은 편지였다.
찔레꽃 향기
갈증하던 기억의 파편이 바람에 부서지고
찔레꽃 새하얗게 벙글은 길섶에
어머니 계절은 늘 파랗게 익었다
어머니 냄새가 뭉클거리는 찔레꽃 향기
지친 삶의 여백에 저미어 들면
갈라진 뻐꾸기 소리 앞산과 뒷산을 건넨다.
시내버스
행선지 번호가
동그랗게 매겨진 버스를 탄다
무지근한 내 마음도 덤으로 태운다
동그란 손잡이에 먹고 사는 까닭이
더끔더끔 배여 있는 때 자국
각다분한 몸도 매달려 있다
동그란 손잡이가 일렬로 매달려 춤을 춘다
뽕짝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승객의 마음도 일렬로 서서
발가락 까딱이며 춤을 춘다
비포장 덜커덩거리는 길보다
보드라운 아스팔트길은
비단길 스치는 촉감이려니
세상사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둥글둥글 이 길만큼만 하여라.
성 명 : 박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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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분발하셔서 좋은 결실을 맺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