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밤길은 언제나 어둡고
골목은 언제나 조용하다
이 시린 겨울에
아아 광화문만은 따뜻하구나
상식이 상식이 되는 사회
꿈들이 꿈으로만 끝나지 않는 곳
앞으로 다가올 아침에는
부디 아름다운 벚꽃을 보고 싶다
별 바라기
별을 보며 떠올린다
지금 함께하는 소중한 것들을
모두 모아 저 별 속에 가둬
영원토록 챙겨 볼 수 있다면
우리 어머니의 별
우리 아버지의 별
나의 사랑의 별
나의 우정의 별
나의 기쁨의 별
그리곤 그 속에 나를 가둬
영원토록 행복하고 싶다
만약 언젠가 나의 별이 흐려질 땐
나의 소중한 별들이
빛을 뿌리며 나를 밝혀 주리다
별이 빛나는 밤
별이 빛나는 밤이 오면
현관문을 나서 계단에 앉는다
찬란한 하늘의 별을 보고 있자니
괜히 시샘이 나기도 한다
사는 게 힘든 건지 힘들게 사는 건지
분간이 안될 때 나는 별을 본다
저 별들은 백 년 전에도 또 천년 후에도
언제나 찬란하게 빛날 테니까
지우개
사람은 본래 지우개로 태어난다
아주 희고 고은 하얀색 지우개
보드라운 포장지에 싸여
매끈한 피부의 하얀색 지우개
그러나 쓰이고 쓰이고 쓰이다 보면
점점 그 색이 빛바래간다
세상에 닳고 닳은 모서리가
더 쓰기 쉬워 지는건 왜일까
지우개는 본래의 순수함을 잃은 채
더 어둡고 더 많은 똥만 싸댄다
어른이 되는 길
새벽 1시, 찬바람을 맞으며
가방을 매고 집을 간다
그러다 문득
내가 온 길이 아득히 멀어 보이고
내가 가야할 곳이 까마득 하게 보인다
나는 어디 있는가?
가야할 곳도 보이지 않고
걸어온 길도 보이지 않는다
자리에 서서 가만히 눈을 감아본다
오늘 하루에 대한 짤막한 후회와
내일 하루에 대한 막막함과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로 머릿속에서 자리싸움을 벌인다
나는 꿈을 잊고 사는 것이 아닌가?
후회가 꿈을 대신했을 때
나는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김봉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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