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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흔

 

햇살은 그림자가 없어도 그림자가 생긴다.

 

이 작은 마당에도

온갖 그림자들이 구석구석 틈을 메우고

어느 가을 쯤에 앉아있었던 나비의 그림자를

들춰보고 마음이 통했다.

 

가을이 한가하여

온종일 저 그림자들을 들춰 보기로 했다.

 

문득 심장을 찌르는 약속이 생각나고

주소불명으로 되돌아온 추억이 떠오르고

첫사랑의 상처는 값싼 밴드를 감고 있고

아이들에게 모질었던 사랑이 아프고

암덩어리를 털며 대문을 나서던 어머니

 

중천에 뜬 해를 따라

그림자들은 똘똘 몸을 말며

풀어 놓았던 속마음을 감추고

휑한 눈에도 그림자가 생기고

시선은 하늘에서 맴돈다.

 

해는 그림자가 없는데

상처를 투과한 햇살은 그림자를 만들었고

가을이라 더욱 짙어졌다.

 

 

위험한 웃음

 

위내시경 검사가 끝나고 수면에서 깨어났다.

잠든 사이에 뱉어낸 오물을 간호사가 씻는

소리가 들렸다.

무의식 상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다고 했다.

 

위에 염증이 찍혔다.

속살 위에 빨간 점들이

조금도 위험해 보이지 않았다.

 

흡연, 음주는 블랙리스트에서 해제되고

복용하는 약물 이름에 빨간 색을 칠했다.

스트레스도 원인이라고 말하는 순간

슬쩍 남 탓으로 돌려본다.

 

빨간 종기처럼 돋아있는 스트레스,

아들과 딸의 것은 아주 귀여웠고

중간쯤 큰 것이 보이더니

한 눈에 와이프 거라고 생각했다.

 

병실을 나오며,

머릿속도 볼 수 있는 내시경이 있으면 어떨지

 

복도에서 마주친 간호사의 웃음이

훨씬 위험해 보였다.

잠든 사이에 머릿속에서 뱉어낸 오물이

씻어낼 수 없는 스트레스의 원인이었다.

 

 

낙엽

 

산에서 조금씩 내려오는 계절과

사람들이 낙엽처럼 쓰러지는 골목은 무겁다.

말라가는 시간들이 발을 구르며 방향을 잃고

그늘진 하강을 차마 막지 못하는 이들

 

나뭇잎이 조금씩 저녁 무렵의 등을 켜고

상실에 대한 경고는 노랗다.

사람들이 자꾸만 바람이 든 빈 병 속으로 들어가

파리 날개처럼 웅웅거린다.

 

귀를 닫아 버리고 가을을 듣지 않는다.

순간, 이별하는 소리도 눈으로 들리고

가을 이야기는

어째서 낙엽처럼 밤이 바스락거리는 걸까

산에 켜진 등불들은

기어코 골목길에서 긴 밤을 불면으로 밝히는 걸까

 

겨울이 오기까지 아직은 가을인데

어느 가을, 책갈피에 꽂아두었던 눈물 하나가

, 마중물처럼 골목에 떨어졌다.

 

 

추석에

 

기도는

과육 속에 들어 있던

추석달을 꺼내놓고

보름달이 덩그러니 슬펐다.

 

이만때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달을 따왔는가

이주한 토끼의 흔적과

여인의 망사 목도리만

달빛에 찍혀있고,

 

白狗의 눈처럼

한참을 바라보았다.

 

억만 번째 달을 보며

몇 번째 기도인가를 생각해 보다가

사람이 그립고

사람이 고독하고

달 뒤에 숨은 그리움이 슬프고

 

추석은 보름달이 되고

기도의 모퉁이에서도

고개는 자꾸 하늘로 올라가고

그리운 손으로 사과를 배를

잠깐 잡아보는 너의 소식은

달보다 창백하다.

 

 

 

 

 

 

가벼운 벌

 

그분의 성결에 침묵하는 날

담배를 꼭꼭 숨기며

교회를 숨겼다.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는데

담뱃갑이 톡 떨어지고

그날 점심을 먹이시고

집 밖으로 쫓아내셨다.

그분의 의도로 옥외 엘리베이터를 타고

한층 한층 올라가고,

한층 한층 낮아지는

키 작은 빌딩의 꼭대기에는

온갖 시끄러운 不淨이 빨랫줄 없이 널려있고

그분의 눈에는 좋지 않았더라.

저 먼 꼭대기에는 눈이 밝으신

신이 계시고

고만고만한 키로

서로 눈빛만 감추면 된다는 자들의 꼭대기를

한층 한층 내려다보시는 날

그분의 의도대로

양심 속으로 침몰했다.

 

    김창주

changju06@naver.com

010-5373-2593 

 

 

 

  • ?
    농촌시인 2017.10.16 10:39
    잘감상햇네요
  • profile
    korean 2017.10.31 21:40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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