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탑
어디론가 향하고 있는데
목적지는 나오지 않아
굴러가는 톱니바퀴보다
더 느려 더 느려져
다다른 시간의 탑에서
사과라도 떨어지길
기다리지만
아무것도 없어
창 밖에 보이는 별들은
방향만 가리키네
작은 돌을 던져봐도
지울 수 없는 적막함
비라도 내렸으면 좋겠다
그 소리듣고 잠을 청하게
긴긴밤 어둠 속에서
찾은 건 없네
물 수제비
심연에 돌을 던졌다
잔잔한 파동은 들리지 않는다
저 깊숙히 들어갔나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인내심이 있다고 자부했지만
이 깊은 곳을 다 들여다보기엔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다
심연의 해가 저물어간다
신기루
사막같던 나날
발견한 신기루
닿을 듯 하면 멀어지고
멀어질 것 같으면
흐릿하게 다가와
봤다고 하기엔
너무 흐릿해
아니라고 하기엔
무지개 빛이 맞는데
낚시터
떠오른 고기 들은
즉시 잡아야 내 것이 된다
놓치면 후회하고
후회는 기회를
다시기다리게한다
떠오르면 행동으로
바로 통으로 옮기자
공책
앞 장에서 말하고
뒷 장에선 떠났다
앞 장에서 웃었고
뒷 장에선 울었다
넘길 수 록
알지 못하게 바뀐다
앞 장에서 말하고
뒷 장에선 떠났다
다시 보면
글씨 위에 덧대진 검은 천들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