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아
이태열
구름아
밤새 무슨 일이 있었기에
가던 길 멈추고 다들 모였을까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는 게냐
길이 막혔더냐
사고라도 난 게야
어찌 드넓은 하늘 덮고
대낮을 어두움으로 만들고 있는 고
술이라도 먹고 싶은 게냐
아니면 먼 설움 많아 울고 싶더냐
무거운 짐 다 풀어놓고
목 놓아 한이라도 풀고 가렴
한 점 남김없이
다 솥아 붓 거라
맑은 하늘 보일 때까지
구름아 하늘은 네 꺼가 아니란다
김장
이태열
땀과 정성으로 키운
무 배추 고추들아
오늘은 뭉쳐야 산다
배추를 중심으로 한 몸이 되어라
밤새 소금에 기를 다스리고
튼실한 무는 채로 썰어진다
마늘은 곱게 다져
사랑과 감사함이 준비되면
배추 잎 사이사이
골고루 섞여 하나 된다
김치 통 속으로 자리 잡고
한숨자고나면 너에 세상
자식과 형제들 웃음소리
내년이 든든한 하루여
아낌없이 나눠주고 챙겨주고
농부에 발걸음 고맙소이다
광어
이태열
나를 만나고 싶거든
욕심 버리고
선한 마음으로
목숨 찰 때까지 드오라
파도 따귀 두어 대 맞고
소금 짠물 한 모금 마시면
광어 한 마리 내어 주리라
세상사 공짜가 어디 있다더냐
바다를 육지로 끌고 나오면
그물 사이로
바다는 다 빠져 나가
선물로 꽃게와 광어를 주신다
바다가 잠들 무렵
개똥벌레 이마에 붙이고
깊은 바다 속으로
광어 훔치러 가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