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
날개
- 은유시인 -
오랜 망설임
마침내
전혀 걸어보지 않은 낯선 길에 서다
순탄한 대로 대신
가시덤불 창창한
아직 사람 발길이 닿지 않은
고독한 길
조심스레
첫발 내딛다
가슴은 두근두근
내딛는 발걸음마다
흐느적흐느적
그래도 저 멀리 어디선가
날 부르는 소리
속삭이듯 흐느끼듯 유혹하는 소리
내 마음 따라 가고자하는구나
오랜 세월
날갯짓 기다리는
땅속 굼벵이처럼
내 자신 기나긴 허울
마침내 벗었다
투명하리만치
더욱 연약해 뵈는
내게 돋친 나의 날개여
모진 바람 불고
찬 서리 내려도
저 끝 모를 지평(地平) 거스를까
오직 너 있기에
그래도 내 믿는 하나이기에
힘차게 솟구쳐보마
저 낯선 자유를 향해…….
- 은유시인의 [편지글] ‘내 사랑 류미숙’에서 -
2001/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