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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1.19 01:25

살기 좋은 시절

조회 수 44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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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이 이어진 광야의 대지에 눈보라가 휘몰아쳤다. 맞서거나 도망치거나 운명을 선택해야 했던 이들이 죽음이라는 필연과 마주한 우금치에선 싸늘한 칼바람만이 그들을 다독였다.

그때 관군의 발소리가 들리고 풀잎에 스쳐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사방에서 음산하게 퍼져왔다. 곧 있으면 시작될 피의 소용돌이를 미리 느낀 농민군들이 공포로 움츠려들었다.

 

고요한 침묵을 깨는 총소리가 들리는 순간 아군하나가 머리가 터지며 쓰러졌다. 곧장 경계태세를 갖췄지만 총소리는 잇달아 탕. . . 소리를 내며 농민군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누군가가 죽었는지 확인해 볼 새도 없이 이미 아수라장이 된 전장에서 임박한 죽음을 느낀 사람들의 눈물이 부상자의 피와 섞여 대지를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가자!!”

 

혼란 속에서 대장이 소리쳤다. 농민군들은 대열과 상관없이 빠른 속도로 진격했고, 낙엽처럼 쓰러져 갔다. 관군에게 도달할 쯤엔 이미 많은 아군들이 우금치의 재가 되어있었다.

 

난 농민군들을 보조했다. 그나마 백성들 중 명사수라고 소문난 내가 스무 발의 화살을 총을 겨누는 관군의 머리통에 박아 넣었다. 모두가 흥분한 와중에도 혼자 차분하게 시기를 기다렸다. 햇빛이 총구멍을 비춰 사방으로 섬광을 흩뿌릴 때마다 한명, 한명의 관군이 나의 화살에 쓰러져갔다. 그렇게 모든 화살을 다 쏜 후, 무뎌진 단검을 품속에서 꺼냈다. 어릴 적 정인으로 여겼던 그녀가 칼싸움 놀이를 좋아하는 나를 위해 힘겹게 구한 단검이 이제는 우금치 평야에서 인간의 형태로 보이는 사자들을 죽이기 위해 쓰였다.

 

단검에 누군가의 가족들이 죽어가고, 나는 짐승을 살육하듯 점점 더 잔인하게 변해갔다. 심장을 찌르고, 목을 찌르고 피가 솟구치는 그 형상은 인륜을 갖고 있는 인간이라면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형상이었다. 난 계속해서 단검으로 관군의 몸을 쑤셨다. 그 와중에도 긴 칼에 스쳐 내 몸에 크게 베인 상처는 보지 못한 채, 전쟁터에서 정신없이 광란의 춤을 쳤다.

 

싸우다, 싸우다 지쳤을 때쯤 그때서야 산처럼 쌓인 시체들의 참상을 목격했다. 하나의 민족이라는 일념 때문에 점점 눈물이 났고, 눈물은 눈을 멀게 했다. 그러다 앞이 안보여 쓰러지고 말았다. 혼미한 의식 속에서 몸이 아팠다. 상처 때문인가 보다고 생각했다.

 

....................................................................................................................................

 

태평아, 뭐해?”

 

저 멀리서 연화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벚꽃 잎이 휘날리는 벚꽃나무 아래 그녀가 웃으면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반기는 얼굴에 싱그러움이 그대로 묻어나 내 얼굴에도 저절로 미소가 번졌다.

 

연화와 난 나무그늘 아래에서 정답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는 그녀의 무릎에 누워 눈을 감고 따스한 봄을 느꼈다. 아니 오히려 그녀에게 봄 향기가나서 굳이 봄을 느낄 필요가 없었다. 기분 좋은 따뜻함에 연화의 품속으로 더 파고들었다. 그런 나를 그녀는 어린아이 돌보듯 쓰다듬었다. 그 순간만큼은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태평아?”

?”

너 나한테 청혼하긴 할 거야?”

 

연화의 물음에 평화가 유리처럼 깨져버렸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정신이 없었다. 난 슬며시 연화의 무릎에서 벗어나 바로 앉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는 척을 하며 그녀의 시선을 은근히 피했다.

 

이 상황이 닥칠 것을 예감 못했던 것은 아니었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서로를 연모한 사실을 알았고, 언젠간 백년가약을 맺어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으니까. 하지만 초라한 내 모습, 그리고 천민이라는 신분의 벽이 행복이란 이상을 언제나 막아왔기 때문에 잠시 그 생각을 망각하였을 뿐이었다.

 

내가 자꾸 말없이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자, 연화가 힘없이 일어섰다.

 

, 나 먼저 가볼게.”

 

그녀는 실망한 낯빛으로 나무그늘을 벗어났다. 떠나가는 뒷모습에 실망이 역력한데, 내 자신은 무능력해서 차마 붙잡을 수가 없었다. 그때 그녀를 그렇게 보내는 것이 아니었는데, 인간은 왜 모든 일이 끝나서야 후회를 하는 것일까?

 

그날....... 연화를 그렇게 보낸 그날, 그녀의 시신을 수습해야 했다. 마을에 도착했을 땐, 이미 목에 선명한 붉은 자국을 남긴 시신이 들것에 실려 나오고 있었다.

 

아직 저리도 젊은데 어떻게 된 거여?”

못 들었어?”

?”

죽기 전에 이판대감 침소에 들어 갔나벼.”

, 그럼 그 놈이 건든 거여?”

아마 그런가보지, 안 그럼 갑자기 멀쩡하던 처녀가 이리 목을 매고 죽는담?”

아이구~ 불쌍한 것.”

 

사람들의 수군거림 속에서 남몰래 주먹을 꽉 쥐었다. 혼미해진 정신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황에서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오직 분노만이 이곳저곳에서 가득 보였다. 그때부터였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던 기억의 시작점이 거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눈을 뜨자 들판위에 시체들이 널 부러져 있었다. 잠시 어지러웠던 기억의 난동이 날 살린 것 같았다. 모든 게 아련했고, 잔인했다. 알 수 없는 감정들이 뒤엉켜 눈물이 흘렸다. 그리고는 풀썩 쓰러져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그때도 그랬었다. 사방이 피 비린내로 진동하는 방안에서 미친 듯이 울었다.

 

그날 난 정인을 죽인 남자를 죽였고, 아버지가 내 대신 죄를 뒤집어썼다.

아버지는 마지막으로 나에게 하나 당부했다.

 

, 살아남아라! 너는 이런 거지같은 세상에서 살지 마.”

 

아버지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후, 집에서 되도록 멀리 도망쳤다. 그리고 다신 돌아가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의 당부에 대한 답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 문득 이제야 말할 수 있을까? 세상은 언제나 거지같았다고, 언제 우리 같은 사람들이 살기 좋은 시절이, 세상이 있었냐고? 주변에 있는 수많은 증인들과 함께 묻고 싶었다.

 

-END-

 

 

  • profile
    korean 2018.02.28 19:29
    열심히 쓴 좋은 작품입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늘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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