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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원은 자리에 앉아 오늘의 뉴스를 자연스레 검색했다.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은 그는 꽤 틈틈이 뉴스나 기사를 접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바로 이 시간이 그런 시간인 셈이었다. 그런 형원의 눈에 띈 메인타이틀이 있었다. 바로 로마시대 자연사 백과사전 [박물지(Historia Naturalis)]를 쓴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1세기에 보름달은 뇌를 비정상적으로 축축하게 만들어서 사람을 미치게 하거나, 간질발작을 하도록 한다.”라고 기술했다.’ 라는 과학 기사였다.

 

 

 

월몽가[月夢歌]

 

 

 

 

형원은 오늘도 늦게 퇴근했다. 자신의 다음 타임 알바가 제 시간에 도착하지 않은 탓이었다. 이제는 사과도 채 하지 않는 모습에 혀를 내두르던 형원은 그저 다음에는 좀 더 일찍 와주세요. 하고 덧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챙겨 온 가방에 내일 아침에 먹을 폐기 도시락을 넣고 딸랑이는 종을 달린 문을 열어 편의점에서 탈출했다. 어쩐지 오늘따라 더 고되고 지치는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아르바이트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아주 잠시 했다가 금세 딩동하고 울리는 벨소리에 고개를 저었다. 휴대폰 사용 요금 문자가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휴대폰을 잠깐 확인한 형원은 곧 도착한다는 방송에 서둘러 지하철로 내려왔고 도착한 지하철에 몸을 내팽개치듯 밀어 넣었다. 한산한 지하철엔 형원처럼 늦게 일이 마친 사람이거나, 술을 마신 직장인들이 대부분이었다. 가끔가다 보이는 커플들도 있긴 했지만 아주 가끔이라 형원도 모르게 그들을 힐끔 쳐다보곤 했었다. 자리에 앉아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큰 숨을 내쉬었다.

오늘 하루의 일정이 끝났다. 이제 집에 가서 샤워하고 잠에 들면 모든 일과가 끝이 난다.

 

형원은 자리에 앉아 오늘의 뉴스를 자연스레 검색했다. 자연과학에 관심이 많은 그는 꽤 틈틈이 뉴스나 기사를 접하기 위해 노력했는데 바로 이 시간이 그런 시간인 셈이었다. 오늘은 어째 흥미로운 기사거리가 없어서 연예 뉴스까지 싹 다 확인했다. 그리고 아무도 내리지 않는 역에서 내려 정류장까지 터덜터덜 걸어 마을버스의 막차를 타고 역시 아무도 없는 버스에 앉아 가방을 끌어안고 졸음과 씨름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겨우 정신을 차리면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도착했다. 졸린 지 하품을 몇 번씩이나 하던 형원은 들고 있던 가방을 고쳐 매곤 씩씩하게 불이 꺼진 마을 회관 앞을 걷기 시작했다.

 

깜깜한 밤하늘에 아까와는 달리 별도 몇 개 보인다. 조명이라곤 띄엄띄엄 놓여있는 가로등이 다였고 몇몇 건물들은 다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기 시작한 형원의 작은 세상은 그렇게 조금씩 사라져가고 있었다. 오르막길을 걷다가 나오는 계단에 아까 내쉰 한숨을 다시 쉰다. 하루 종일 서 있느라고 부어 오른 종아리가 땡땡해진 것 같지만 이것만 지나면 우리 집이 나온다는 생각으로 다시 힘을 낸다. 끝도 없이 펼쳐진 계단을 오르고 사람 두 명이 나란히 지나지 못할 좁은 골목길을 지나고 나면 이번엔 계단은 없지만 높은 언덕이 하나 나오는데 이곳이 진짜 형원의 집이다.

 

한 번도 힘들다 말도 꺼내지 않았던 형원이 오늘 처음으로 그 언덕 앞에서 주저앉았다. 지금 쉬지 않으면 정말로 내일 일어나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입술을 꽉 물고 다리에 힘을 주어 겨우 일어선 형원은 그 고된 언덕을 지나서 자신의 집 대문을 여는 순간 다시 한 번 주저앉았다. 이번엔 참지 않았다. 언덕에서 울고 싶었던 만큼 엉엉 울었다. 혹여나 우는 소리가 새어나가 누군가 소리를 엿들을까 싶어 얼굴을 최대한 두 손에 묻고서 울었다. 원망할 그 누군가도 없었으니 더 서러웠다. 빌어먹을 세상은 형원에게만 못되게 구는 듯 했다. 들어줄 사람도 없는데 밉다고, 살려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한참동안이나 울던 형원은 또 일어날 내일의 하루를 위해 자리에서 일어났다.

 

샤워를 끝마치고 머리를 탈탈 털며 나온 형원이 책상 앞에 자리했다. 매일 똑같이 돌아가는 쳇바퀴 같은 일상이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느낀 점을 적기 위해 다이어리를 펼쳤다. 다이어리를 펼치는 순간 쨍하고 눈이 부셨다. 해가 뜬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는 빛이었다. 두 눈을 찡그린 형원은 실눈을 떠 겨우 앞을 확인했다. 아아, 예쁘다. 저도 모르게 튀어나온 탄성에 형원이 놀라 입을 손으로 가렸다. 그도 그럴 것이 형원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긴히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였다. 누군가 흑색으로 칠한 듯 까만 하늘에 그 흔한 별도 보이지 않고 딱 보름달 하나가 떠있었다. 보름달이 저렇게 컸나. 형원은 입 벌리고서 한참동안이나 구경했다.

 

 

 

 

 

우응.”

눈이 부신 햇살과 지저귀는 새 소리가 형원의 알람을 대신했다. 형원이 알람도 설정하지 않은 채 잠에 든 탓에 눈을 떴을 땐 이미 일어나야 할 시간을 조금 넘긴 시각이었다. 미쳤다. 일어나자마자 급하게 양치부터 시작한 형원은 머리 위에 까치 한 마리가 지어놓고 간 집에 대충 물을 묻혀 내리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아침에 먹으려고 가져 온 도시락은 그대로 냉장고 안에 두고 요구르트 하나만 급하게 까먹고 집을 나섰다. 형원은 오전부터 오후까지는 카페 알바를, 오후부터 밤까지는 편의점에서 일을 했다. 참으로, 바쁜 사람이었다.

오늘은 다음 타임 알바가 꽤 일찍 도착했다. 평소에 늦게 온 것이 걸리기라도 한 걸까, 손에는 답지 않게 커피도 들려 있었다. 마시라며 건네주곤 먼저 들어가라는 알바의 목소리도 들었다. 형원은 기분 좋게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여전히 사람이 없이 한산한 지하철과, 꼭 앉기만 하면 졸린 마을버스까지. 형원이 도착하면 운 좋게 바로 앞을 지나갔다. 커피를 쪽쪽 빨며 마을 회관 앞에 도착한 형원은 어제와는 다르게 조금이나마 한숨을 돌리며 계단, 그리고 그 좁은 골목길을 지날 수 있었다. 그리고 역시 눈앞에 놓인 높은 언덕에 살짝 기가 죽을 뻔 했지만 다시 힘을 냈다. 언덕을 올라 집 앞 대문에 도착해서 대문을 열기까지 오늘은 뭔가 바쁜 일상 속에서 쉬어갈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대문을 연 형원은 마당에 놓인 평상위에 누군가 앉아있는 뒷모습을 보아야 했다.

 

누구세요?”

 

조심스레 묻는 형원의 목소리에서 경계의 떨림이 묻어났다. 목소리를 들은 그 누군가는 바로 뒤돌았고 그 얼굴엔 선한 웃음을 달고 있었다. 어찌나 다정히 웃는지 형원은 저도 모르게 따라 미소 짓게 만들었다.

 

안녕? 네가 형원이야?”

.”

난 지민이야. 박지민.”

 

흘러나오는 목소리 역시 따스했다. 눈 꼬리, 입 꼬리 둘 다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었다. 머리색은 진한 초코색이며 깜깜한 밤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부에서 빛이 나는 듯 했다. 어쩐지 비도 안 오는데 조금은 축축한 바람이 그의 머리칼을 살랑이며 헤집었다. 후덥지근하지도 않고 선선한 날씨는 형원의 마음도 헤집었고 간질였다. 꼭 달빛의 한 조각 같은 사람. 이게 그 둘의 기묘하고 이상한 첫 만남이었다.

 

 

어어, 형원아! 이거 먹고 가!

급하게 운동화를 신던 형원이 식빵을 입에 물고 건네주는 우유를 받아들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느끼는 사람의 손길이었다. 토스트기는 아니어도 프라이팬에 노릇하게 구워낸 식빵은 지민이 장장 2장이나 실패하고서 성공한 결과물이었다. 우유를 받아든 형원은 괜히 씩 웃었다. 먹기 편하라고 빨대까지 꽂혀있다. 우물거리던 형원은 다른 손에 물고 있던 빵을 들고 인사했다.

 

 

사실 처음에는 이 사람을 믿어도 되는 건가 심히 고민했다. 머리가 어떻게 된 게 아닐까 생각했다. 오는 길에 머리를 어디 심하게 부딪혔던가, 곰곰이 떠올려봤다. 하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그럼 뭘까. 대뜸 나타난 남자는 지민이란 이름을 가지고서 형원에게 다가왔다. 흰 티에 청바지를 입고 있던 남자는 바지가 불편하다며 형원의 잠옷을 빌렸다. 언제 갚아줄 지는 모르지만 빌려간다라고 말했던 것 같다. 자기 집 마냥 샤워하고 나오더니 잠옷으로 갈아입고 냉장고에 들어있던 맥주 한 캔을 따서는 마셨다. 그리고는 돌아보며 말했다.

 

너도 마실래?”

 

 

근데 더 웃긴 건 형원의 행동이었다. 정신 차려보니 바지를 건네주고 있었고 한 캔을 나눠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편히 자라며 자신의 잠자리인 매트릭스도 내어줬다. 그러고 저는 맨바닥에서 자다가 찬 기운에 어느새 올라와서 자고 있었지. 아침에 일어나니 카페에서 준 식빵을 굽고 있는 지민을 볼 수 있었다. 뒤집개로 한참동안 누르던 지민은 이거 왜 자꾸 타냐며 혼잣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원은 자연스러운 일인 듯 신경도 쓰지 않고 씻기 위해 욕실로 향했다. 오르긴 어렵지만 내려오기는 쉬운 길을 빠르게 지나고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는 그 순간까지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고 이해해야하는 상황이었다.

 

진짜 뭐지?

하루아침에 사람 변하는 거 아니라고 하지만 형원의 다음 타임 알바생이 일찍 오기 시작했다. 일찍 왔는데 찝찝한 기분을 감출 수 없는 형원은 오랜만에 편의점에서 폐기 대신 같이 먹을 만한 음식들을 샀다. 형원은 거의 반 정도 정신 나간 채로 마을 회관 앞에 도착하고 졸리지도 않은데 다시 한 번 눈을 비볐다. 항상 불이 꺼져 옆 가로등에 비친 마을 회관의 그림자는 그토록 쓸쓸하고 외로웠는데 오늘은 아니었다. 사람의 그림자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원이 버스에서 내리자 지민이 얼른 다가와서 가방을 들었다.

 

오늘 피곤했지? 늦게 일어나서.”

.”

오늘 하루도 너무 수고 많았어. 잘했어.”

 

나름 든든하게 챙겨온 음식들이 든 가방이 지민은 무겁지도 않은지 한 쪽 어깨에만 의지한 채로 반대편 손을 들어 형원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앞머리가 많이 자랐구나. 머리를 슥 만질 때마다 앞머리가 눈을 찔렀다. 형원은 어째 어색해야 할 지민의 손길이 낯설지 않았다. 항상 저를 지켜보던, 꼭 달빛 같달까?

 

 

 

 

지민은 자연스레 형원의 일상에 녹았다. 스며들었다. 눈을 뜨면 지민이 보였다. 하루하루 때우기에 급급했던 한 끼들을 챙기기 위해 무언갈 사기도 했다.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면 지민이 보였다. 집 안에 따뜻한 온기가 감돌았다. 불이 켜져 있는 집이 좋았다. 씻고 나오면 머리를 말려주는 손길도 힘들진 않았냐며 안아주는 넓은 품도 좋았다. 꿈같았다. 그야말로 꿈. 너무 피곤해서 그대로 쓰러졌는데 그 잠시 동안은 쉬라고 자기 자신에게 주는 상이자 일장춘몽(一場春夢). 그것도 아니라면 사실 이때까지 숨 가쁘게 살아왔던 현실이라고 생각한 그 일상이 꿈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달콤한. 그래서 조금은 무서웠다. 현실에서 벗어나면 아니, 꿈에서 깨어나면 혹독한 추위가 몰아칠 것 같아서. 감히 너 따위가 그런 꿈을 꾸었느냐고, 자격조차도 없는 내가 아무 조건 없는 행복을 꿈꿨느냐고.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런 생각은 금방 사라졌다. 형원은 꽤 자주 자신을 끝까지 몰아치는 경향이 있었는데 지민에 관해서는 그러지 않았다.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늘 집으로 가서 어떤 얘기를 해줄까, 어떤 음식을 만들어 먹자고 할까 같은 행복한 고민만 가득했다.

 

 

 

 

오늘도 그런 이유로 평소엔 이불 속에 싸여 뒹굴거릴 형원이 마트에 왔다. 형원과 지민이 함께 보내는 오후는 주말에만 가능했다. 이제 겨우 2번의 주말을 함께 보냈고 한 번 더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왔다. 그래서 형원은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주말이면 매일같이 나갔다.

 

 

지민은 참으로 신기한 사람이었다. 함께한 시간이 오래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원을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하마터면 스토커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 뻔 했다. 식성부터, 몸을 움직이는 걸 좋아하고, 향기에 민감하다는 것도 잘 아는 지민은 형원이 좋아하는 음식을 차려주고 함께 운동을 나가주고 형원의 몸에서 혹여 땀 냄새가 나는지에 대해서도 체크해주기 일쑤였다. 그리고 그만큼 편안했다. 오래된 친구마냥 함께 잠을 자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래서 좋았다.

 

 

형원아?”

?”

어디다 정신을 팔고 있어. 다치게.”

 

 

작게 말아 쥔 주먹으로 콩 때리는 꿀밤이 전혀 아프지 않았다. 장바구니를 한 쪽 팔에 끼고서 넉넉하지 않은 예산으로 장을 보는데도 행복했다. 그저 헤헤, 웃어버리는 형원을 보곤 지민 역시 따라 웃었다.

 

 

우리 맥주 좀 더 사놓을까?”

맥주요?”

. 평상에 앉아서 한 캔 딱 하면 시원할 것 같아서.”

좋아요. 그렇게 해요.”

 

 

사실 당신 말이라면 안 좋을 게 뭐가 있겠냐마는.

형원과 지민이 만난 지 벌써 30일이 다 되었다. 형원은 그 사실을 오늘 아침 지민과의 대화를 통해 깨달았다. 아침부터 일찍 눈이 떠져서 식사 준비하는 것을 돕고 함께 아침 식사를 했다. 나란히 앉아서 밥상 위에 올려진 반찬을 서로의 밥 그릇 위에 올리느라 분주하던 두 사람은 결국 눈이 마주치고 푸스스, 웃어버리고 말았다.

 

너 많이 먹어.”

형도 많이 먹어요.”

그래. 그럴게. 대신 원이도 많이 먹자.”

 

끝까지 이런 부분에선 져주는 법이 없던 사람이다.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 형원은 찌개를 한 술 떠서 입에 넣고 오물오물 대던 참이었다.

 

형원아.”

?”

우리가 만난 지 30일이 다 되었대.”

 

거창한 기념일을 누군가 말해주기라도 한 듯 말했다. 형원은 입 안에 있던 음식물을 다 씹어 삼키곤 입을 열었다.

 

정말요? 시간 빠르네.”

. 그렇지? 나도 그런 줄 몰랐어.”

 

그리고 한참동안이나 형원을 빤히 바라보던 지민은 시간이 너무 빠르다, 중얼대며 고개를 밥그릇에 묻었다.

 

 

 

 

 

오늘도 데리러 왔어요?”

. 위험하잖아.”

위험하긴 뭐가 위험하다고.”

 

내심 좋으면서 그런다. 형원은 쑥스러운 마음에 그러지 말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지민은 그저 웃으며 형원이 들고 있던 가방을 자연스레 빼앗아 들었다. 그리도 고단하던 길은 순식간에 지나가고 벌써 어느샌가 형원의 낙원이 되어버린 집에 도착했다. 으아아-! 도착했다! 기지개를 켜며 들어서자마자 평상에 냅다 누워버리는 형원을 본 지민이 방 안에 가방을 두고는 냉장고를 뒤져 맥주 몇 캔과 형원이 맥주를 먹을 때 함께 먹기를 좋아하는 과자 몇 개를 꺼냈다. 시원한 맥주 캔이 볼에 닿자 깜짝 놀란 형원은 자리에 양반다리로 앉아 정리하는 것을 도왔다. 치익- 하는 맛있는 소리가 들리고 맥주 거품이 보글보글 올라오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급하게 입에 갖다 댔다. 크으, 살겠네. 그런 형원을 본 지민이 형원의 머리칼을 헤집었다.

 

우리 만난 지 벌써 30일이나 됐어.”

그러게요. 신기해요. 시간 참 빠르다.”

저기 봐봐. 보름달이 떴어.”

 

과자를 쫓던 눈이 지민의 말에 하늘로 향했다. 정말이네, 보름달이네요. 보름달은 둥글고 반짝였다. 형원은 과자를 집어 먹는 것도 잊어버린 채로 달구경에 심취했다. 우리 처음 만났던 날, 그 전날에도 이렇게 밝은 달이 떴었어요. 형원의 말에 웃고 있던 지민이 형원을 향했다.

 

그 달 보기 전에 빌었었는데.”

?”

그냥요. 힘들다고. 투정부렸어요. 마땅히 투정부릴 사람이 없어서.”

그리곤 꿀꺽꿀꺽 목 타는 듯 맥주를 들이키던 형원이 한 캔을 원샷한 듯 평상 위에 소리 나게 쾅 내려놨다.

 

 

여기서 할머니랑 같이 살았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 때가 너무 고맙고 그리운 때였는데 힘든 일만 생기면 이상하게 할머니를 원망하게 돼요. 부모님 교통사고로 돌아가시고 할머니 손에 키워졌거든요. 왜 나만 두고 갔냐고 못된 말로 원망하고 나면 제 가슴이 더 아파요. 그래서 그냥 삼켰어요. 쓸데없는 짓이란 걸 아니까.

 

 

멋쩍은 듯 웃어 보인 형원이 한 캔을 더 집어 들었다. 고요한 적막이 싫었는지 형원은 다시 금방 헤헤 웃으며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 맞다. 그거 알아요?”

어떤 거?”

보름달을 오래 보고 있으면 사람이 미친대요. 맞나?”

.”

형도 잘 모르는구나? 보름달이 사람의 뇌를 어떻게 한 대나 뭐라나. 헛소리 같죠?”

 

 

몸을 좌우로 흔들흔들 거리는 형원을 가만히 바라보던 지민이 처음으로 한 모금 입을 댔다. 꿀꺽. 목울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지민은 자연스레 자신의 무릎에 형원을 기대고 형원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왜 이래,”

수고 많았어. 많이 힘들었겠다.”

.”

내가 있어서 조금이라도 나아졌다면 좋겠네.”

나아졌어요. 형이 있어서. 아니, 나아요.”

.”

확실해요. 이렇게 마주보고 앉아서 얘기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큰 행복인지 이제야 깨달았어요.”

 

형원의 말에 지민은 웃었다.

 

사실은 이게 꿈같아요.”

?”

. 자고 일어나니 꿈. 이런 거 있잖아요. 그런 거. 꿈이면 많이 화나겠죠?”

그럼 날 원망해?”

 

지민의 말에 형원은 웃었다. 동시에 고개도 저었다.

 

아뇨. 형을 원망하지 않아요.”

.”

고맙다고 말할래요. 잠시라도 쉬어갈 수 있게, 내게 꿈을 내려줘서 고맙다고. 그리고 또 기다릴게요. 언젠가 다시 꿈꿀 수 있는 시간을 줄 때까지.”

 

날씨는 분명 축축했고 한 여름 밤의 고요는 물기를 가득 머금은 바람 소리만이 가르고 지나갔다. 그러나 지민과 형원은 둘만의 세계에 갇힌 마냥 시원하고 행복한 낙원이었다. 형원은 지민의 허벅지위에 얼굴을 뉘인 채로 아주, 조용히, 스르르, 눈꺼풀이 감겼다.

지민은 그런 형원의 머리칼을 한참동안이나 쓰다듬다가 어깨도 토닥였다가. 자세히 보지 못했던 얼굴을 들여다봤다.

 

 

형원아.”

.”

그래서, 넌 그 말을 믿어?”

.”

……….”

 

 

지민은 잠든 형원의 손등위에 입을 맞췄다.

형원은 급하게 잠에서 깼다. 무언가 아주 긴 잠을 잔 것 같았다. 급하게 시간을 확인하고 급하게 집에서 뛰쳐나왔다. 지금 출발하면 아르바이트 시간에 무려 30분이나 늦을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었다. 다녀오겠습니다! 큰 소리로 인사를 하고 얼른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탔다. 늦은 카페에서 사장님은 화가 났고 우당탕탕 형원은 치이고 치였다. 하지만 마칠 때가 되어서야 사장님이 누그러진 태도로 형원을 일찍 퇴근시켰고 편의점 알바에서도 역시 집에 일찍 갈 수 있게 되었다. 힘든 몸을 지하철에 욱여넣고 자리에 앉아 오늘의 뉴스를 검색하다가 형원의 눈에 띈 메인타이틀이 있었다. 바로 로마시대 자연사 백과사전 [박물지(Historia Naturalis)]를 쓴 플리니우스(Gaius Plinius Secundus)1세기에 보름달은 뇌를 비정상적으로 축축하게 만들어서 사람을 미치게 하거나, 간질발작을 하도록 한다.”라고 기술했다.’ 라는 과학 기사였다.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기사였다. 그때서야 형원은 깨달았다. 저가 집에서 나올 때 까지만 해도 지민이 보이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깨닫자 그제야 형원의 귓가에 다정하고도 달콤한 목소리가 들렸다. 처음 듣는 사람도 경계를 풀법한 부드럽고 나지막한 목소리.

 

형원아. 그래서, 넌 그 말을 믿어?’

.

.

.

 

부디 좋은 꿈꾸길. 다시 만나자, .’

 

 

 

 

 

 

 

 

 

정지혜 

jjh2810608@naver.com

01024064493

 

  • profile
    korean 2019.01.01 09:38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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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제 26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 - 너의 목소리가 들려 1 박작가 2018.11.01 39
532 제 26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공모 - 기억 1 박작가 2018.11.01 30
» 제 26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 월몽가 1 정지해 2018.10.31 42
530 제26차 창작콘테스트 단편소설 부문 응모 - 불완전한 고독 1 시궁창속한줄기빛 2018.10.25 127
529 BJ대통령 1 보라빛닭 2018.10.14 92
528 ▬▬▬▬▬ <창작콘테스트> 제25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26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8.10.11 60
527 손가락 유지 2018.10.10 32
526 제25회 창작콘테스트 아름답게 잇닿다 1 김day 2018.10.03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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