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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콘테스트> 제35차 공모 
당선작 및 심사평






  [월간문학 한국인]이 작가로서의 꿈을 이루고자 분발하는 젊은 영혼들의 순수 문학 창작의욕을 북돋기 위해 기획한 <창작콘테스트>가 제35차 당선자를 발표한다. 
  [월간문학 한국인]<창작콘테스트>는 작가로서의 무궁한 필력이나 완벽한 전문성을 하나하나 따져 시상하는 그런 대단한 문학상이 아니다. 오로지 전문작가가 되기만을 꿈꾸어온 예비작가들의 작품들 가운데 다소 흠결이 있더라도 치열한 작가정신과 독특하고도 개성있는 표현, 문학작품으로서의 완성도를 따져 우열을 가릴 뿐이다. 따라서 설혹 미흡한 부분이 있더라도 그 가능성을 보아 당선작을 뽑을 뿐임으로 문학상으로서의 권위를 논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할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이 그간 겪어온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감각에 의해 산고를 겪듯, 그 누구도 쓰지 않는 자기 자신만의 문체와 어법, 시각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이 아니겠는가.
  이번 <창작콘테스트> 제35차 공모에 참여해주신 작가 여러분들, 그리고 여러 어려운 여건에서 창작을 자신의 운명으로 택하려하는 모든 분들께 신의 가호가 깃들기를 기원하며 각별한 감사와 격려의 뜻을 전한다.








은상
*******************************************************************
수필부문



■ 애증
   - 초 설


  결코 해서는 안될 말이었다. 그것은 채 아물지 않은 상처를 들쑤셔 덧나게 할뿐이다. 머리와 달리 감정은 폭풍우처럼 휘몰아 친다. 다른이의 눈으로 본다면 분명 그녀의 삶은 한으로 점철된 삶이다. 어쩌면 그것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또 다른 감정이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듯 했다.
 
   ‘그것은 결코 사랑이 아니야 소유와 집착이지‘ 부부서약은 그저 한낱 문구에 지나지 않았다. 어느 한쪽이 신의를 저버리는 순간 예전의 좋았던 모습으로 되돌리는 것은 시대를 거스르는 것 처럼 불가능한 일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부란 미묘한 관계인 것 같다. 미움과 원망이 공존하는 그 속에 버리고 싶지 않았던 지난날 추억이라는 이름, 그것들이 이미 끝나버린 관계에 집착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부부간에 알 수 없는 이 미묘한 감정선은 부모와 자식간에도 다르지 않은 듯 하다. 놓아버리고 싶고, 더이상의 감정의 소비가 무의미한 것을 알면서도 쉽게 져 버려지지 않는 마음, 그것을 드라마 속 어느 여자는 애증이라는 이름으로 불렀다.

   며칠 전 그러니깐 얼마되지 않은 지난 겨울, 송년회를 보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이제는 제법 사람의 형상을 갖춰가는 어린 조카들, 눈도 채 뜨지 못한채 태어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이제는 제법 똘똘한 모습으로 자랐다. 이제 네돌을 넘긴 어린 조카는 십 여분의 시간차를 두고 태어난 쌍둥이다. 외모, 성격, 행동 무엇하나 닮지 않았다. 두 돌을 넘겼을때는 형에게 모든 것을 다 뺏기고도 이내 돌아서서 미처 울지도 못했던 아이가 이제는 제법 반기를 든다.

   웬만 해선 싸움이 되지 않았던 이 아이들이 지금 전혀 다른 모습으로 눈에 띄었다. 둘째가 둘이 다정하게 잘 놀다가 무슨 심산인지 갑자기 형을 밀쳐 낸다. 형도 너무 당황한 나머지 울지도 못한채 쫒겨나고, 저만큼 물러서 있다. 그 모습을 본 아이 아빠가 ‘함께 같이 놓아야지 그렇게 하면 안되 잘못하면 형이 다치잖아’ 아이가 자신을 향해 나무라는 아빠를 향해 설움이 폭발해 연신 울어댄다. 애 엄마가 달래도 보고 하지만 아이는 뭐가 그리 서러운지 닭똥같은 눈물이 연신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이제 제법 말문이 틔여서 그런지 아빠를 향해 문맥을 알 수 없는 말들을 하며 마구잡이로 쏟아낸다. 그래도 제 아빠가 아무런 대응을 안해주니 아이는 아빠의 가슴팍을 앙증맞은 손으로 사정없이 내리친다.

   아이의 말은 어른들의 말처럼 말의 핵심이 없다. 주어가 없고 서술어가 없다 보니 무슨말을 하려 하는지 왜 그러는 것인지를 어른 들은 전혀 알 수 없었다. 늘 뺏기고 항의 한번 하지 못했던 아이가 갑자기 그러한 행동을 하는 것에는 아이만의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그것을 어른들은 이해할 수 없을뿐이다.

   ‘지금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엄마가 자초한 거야.’ 대장암 수술을 마치고 퇴원한지 얼마 되지 않은 엄마에게 그렇게 몰아붙였다. 그녀의 모습은 측은하고 안타까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의 감정을 브레이크가 없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그저 멍한 시선으로 고개를 떨군 엄마의 모습은 오히려 나를 더욱 자극했다. 마음을 도저히 알아주지 않는 엄마의 행동에 나는 마음을 몰라준다고 떼를 쓰는 둘째 아이와 같은 모습이었다.

   내가 그녀를 선택할 수 없었듯 그녀 또한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다. 그저 천륜이라는 이름으로 얽혔다. 그것은 인위적으로 끊을 수도 없는 것이어서 그저 운명이라는 이름으로 살았을 것이다.

   그녀는 나의 어미다. 그러나 나는 그녀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알지 못한다. 무뚝뚝하고, 말이 없고, 그저 참는 것만이 미덕이라 믿고 살아온 어미다. 외할머니가 열 두 남매를 낳았고, 그 중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사 남매중 하나다. 깐깐한 외할머니와 유교 사상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던 외할아버지 그들은 어미에게 밭일을 하고, 동생들을 업어 키우고, 교육의 기회를 전혀 허용하지 않았다. 그것만이 그녀가 사는 삶으로 강요되었다.

   교육의 기회가 전혀 없었던 어미는 평생 문맹으로 사셨다. 그런 까닭으로 가난한 아비를 만났고, 그저 여자로서 조신하게 남편에 순종하며 살았다. 가부장적인 아비의 틈속에 어미는 숨 한번 제대로 쉬지 못했다. 밥 세끼를 챙기고 까다로운 식성때문에 늘 전전긍긍했던 어미다. 자신이 아내로서, 어미로서의 삶만이 요구되었고, 여자로서의 삶의 중심이었던 적이 없는 삶이었을 것이다.

   어미는 단 한번도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며 산 적이 없다. 늘 강요당했던 여자의 삶, 인내의 삶, 그저 묵묵히 지내는 것만이 자신의 삶이라 여겼다. 그런까닭으로 어미는 타인과는 불협화음이 없었다. 의견의 차이를 내며 다툴일도 없었고, 누군가를 험담하는 일 또한 없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격은 나의 숨통을 조여왔다. 온순한 성격이 누군가에게는 속이기 쉬운 먹이감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이다.

   친정엄마의 치매와 남편의 병간호를 하느라 어미는 젊은 청춘을 다 보냈다. 아비가 미안하다는 단 한마디만을 남기며 세상을 떴을때 어미는 이미 고희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다. 두 번의 암수술로 점점 초췌해져 가는 어미에게 내 뱉어서는 안되는 말들을 그렇게 쏟아내었다. 모든 것은 자신이 뿌린 씨라고.....,.

   아파트로 이사한지 한 달도 되지 않아 어미는 심한 독감에 걸렸다. 감기는 매번 가볍게 넘어가는 편인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독감에 심근경색으로 스탠스시술까지 받아야 했다.

   어미는 사람을 좋아하고 술을 좋아했다. 술을 마시면 취하기 일쑤고, 늘 취해 있었다. 나는 어미를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것이 자신의 생활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는가. 젊은시절 그 문제는 그녀와 나를 더이상 소통하기 어려운 존재로 만들었다. 자신의 삶을 늘 술에 의존하는 어미는 지금 고스란히 그 폐해를 입고 있다.

   나의 감정은 뒤죽박죽이다. 다른이의 삶이라면 아마도 최소한 이해하려 노력이라도 했을 것이다. 측은하게 여기고 안타까워 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그녀가 없는 삶은 생각할 수 없으면서도 추락한 날개를 지닌 그녀의 삶의 대한 미움이 또 다른 한쪽으로 자리잡고 있다. 머리로는 그녀의 삶을 이해하려 하지만, 나의 감정은 폭주하는 기관차처럼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걱정과 염려는 부드러운 치즈의 언어처럼 되지 않았다. 쏘아대는 말들은 어미에 대한 염려라기 보다는 어쩌면 나의 불편함이라는 이기심 때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어미는 늘 나와 함께였다. 대부분의 어미의 삶의 역사는 나와 함께 해왔다.

   어미의 심장이 펌프질을 멈추었던 순간, 나의 삶의 순간도 멈추는 듯 했다. 영원할 것이라는 무지함은 어미의 존재를 가볍게 했다. 어쩌면 그동안 함께 해왔던 삶의 역사들이 후회와 원망으로 남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우리네는 그들이 늘 함께 일 것이라는 몽매한 망각으로 살아간다.



■ 사람이 사람인 이유
   - 초 설


   인간의 삶의 대한 욕망은 그 여느 동물과 다를바 없이 강렬하고 섬뜩하다. 기회주의 대명사로 불리는 하이에나, 본능을 향해 무한 질주하는 승부사의 기질을 가진 치타, 거친 물살을 거슬어 오르는 연어의 고단함, 결코 인간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코로나 19 이전의 삶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듯 하다. 방역, 손씻기, 거리두기, 마스크 등의 언어로 리플레이 되듯 매일 반복된다. 전염력이 있는 감염병은 인간의 삶을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그것이 인간의 대한 혐오와 그들을 향해 퍼붓은 온갖 거칠은 언어들은 인간의 삶의 목적을 오로지 생존에만 존재하게 하는 듯 하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고, 어떠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가의 문제는 이제 살아남아야만 한다는 원초적 본능 앞에 삶의 궁국적 목표들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은 듯 살아간다. 혹자는 이 모든것이 결국은 인간의 무자비한 개발과 자연의 대한 인간의 오만함에서 비롯되었다는 말을 하기도한다.

   인간의 지혜는 인류가 늘 그래왔던 것 처럼 결국에는 극복해 낼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질병 앞에 인간은 꽤나 무기력한 존재이다. 초미세먼지가 온 세상을 들썩거리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지금은 온통 바이러스와의 전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인간의 활동이 적어지면서 미세먼지는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이 그나마 인간의 과오를 돌아보게 한다.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행해지는 무자비한 폭행을 일삼는 영상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속에서는 생존 본능만 있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배려는 애시당초 존재하지 않았다.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대에는 인간의 대한, 타인에 대한 공감은 본능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듯 하다. 사회적 동물이라는 인간도 생존이라는 원초적 본능 앞에서는 바람 앞 촛불처럼 흔들리고, 위태로운 것에 지나지 않았다.

   지난 겨울에 뜻하지 않게 이사를 했다. 웃풍이 심한 단독주택의 특성상 한기를 피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애당초 아파트에 대한 기대 따위는 존재 하지 않았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아파트의 대한 거부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마당 넓고, 땅을 밟으며 살고싶다는 전원생활을 그리워한 까닭도 없지 않아 있었다. 아파트 생활은 젊은 시절 타지에서 몇 년 살았던 기억이 있었으므로 뭐 싫든 좋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런데 일은 코로나19와 맞닥트려 일어났다.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 있는 생활이 길어져가면서 이웃간에 다툼도 잦아졌다. 누구의 생활에 관심도 없고, 간섭하기도 싫어하는 성격탓에 좀처럼 벗어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아이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쿵쿵거리며 뛰었다.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에너지를 쏟아내였고, 그것은 고소란히 아래층으로 배어나왔다. 쉬도 때도 없이 들려오는 소음은 정신 착란을 일으킬 정도로 괴로웠다. 관리실에 전화도 해보고 했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단체로 와서 항의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미안하다고 했던 그들도 이제는 자신들이 아니라며 딱 잡아떼었다.

   인간의 기억은 지극히 짧고 제한적이다.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했던 일들이었는지는 모르겠다. 지금 새롭게 시작된 기억인지 좀처럼 알기 어렵다.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뭐’ 윗층 여자는 그렇게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얼마나 무책임하고 이기적인 발언인가. 나는 그 말에 결코 동의 할 수 없다. 아파트는 혼자 사는 단독주택이 아니다. 공동생활이고 피해를 주는 가해자가 선택할 일이지 그저 고스란히 그 피해를 온전히 받는 피해자에게 행해지는 말들은 아니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코로나 19는 인간의 삶의 궁국적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한 물음을 갖는게 사치로 느껴질 만큼 삶은 원초적 본능 앞에 흔들렸다. 인간 그들의 삶 뿐 아니라, 나의 삶도 위태롭고 흔들렸다. 처음에 이주가 어느새 벌써 삼개월이 되었다. 일을 놓고 집에서만 있다보니 나 스스로도 생존 본능에 가깝게 변해가는 듯 하다. 무엇을 하고, 어떻게 살것인가, 삶의 마지막은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의 궁국적 삶의 목표들은 살아남기 위한 본능에만 충실해 가는듯 하다.

   일을 하고, 얼마 되지 않은 돈을 모으고, 자그마한 목표를 가지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삶은 지금 어디에도 없는 듯 하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질병과 그들의 소음에,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그들의 이기적인 삶에 나 또한 그들과 같은 방식으로 대응하게 되는 나의 이기적인 본능과 마주하게 된다.

   키우다가 이런 저런 이유로 버리는 것도 인간이고 그 버려진 이들을 가슴으로 안아주는 것 또한 인간이다. 강한자에게 빌붙어 기회를 엿보는 하이에나의 삶도, 늘 쫓기며 사는 자그마한 초식 동물의 삶 또한 인간의 삶이다. 인간은 하이에나처럼 이기적인 동물인 동시에 초식동물처럼 불안한 동물이기도 하다. 쫓고 쫓기는 정글의 법칙이 어김없이 적용되는 것 또한 인간의 삶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다른이들의 삶에 공감하지 못한다. 오직 인간만이 이기적이면서도 이타적이라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신은 세상 만물을 모두 지은 후에 마지막으로 인간의 형상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리고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세상 만물을 다스리라’ 아마도 인간의 대한 신의 배려와 뜻이 있었으리라 나는 믿는다. 신은 인간의 대한 기대가 있지 않았을까. 다른 동물과는 다른 인간의 대한 다른 기대, 그것이 본능에 충실한 여타 동물과는 다른 그 무엇,

   인간 만이 느끼는 타인의 대한 공감력, 인간이기에 가능한 이해와 배려, 그것이 나는 신이 마지막으로 인간을 탄생시킨 이유일 것이라 믿는다.





********
은상
당선작 심사평


  제35차 <창작콘테스트> 은상은 수필부문 초 설 씨의 「애증외 한 편의 수필을 선정했다.
당선자께선 본 당선을 계기로 향후 한국 문단, 더 나아가 세계 문단에 우뚝 설 수 있게끔 
보다 치열한 정진이 있기를 기대한다.


수필가 유미숙 / 수필가 정금희




동상
*******************************************************************
시(詩)부문



■ 겨울 병상
   - 전영서


새하얀 침대에 뉘인 노인의 얼굴은
눈발에 얕게 씐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포근하다
불 붙이고 싶다
몸에서 가장 하얀 그걸
텅 빈 뼛속을 채운 공허한 시간이
한줌 푸석한 잿가루로 태워진다면
내 뜨거운 혀뿌리에 털어넣고싶다.
쓰디쓰게 삼키고 싶다.
싸륵싸륵 내리는 정적이 잠든 혈관을 깨운다.



■ 某記
   - 전영서


야릇한 담뱃불을 입 속으로 얼른 잡아끌고 싶었다.
그러자 불빛은 재가 되어 나를 떠나갔다.

끈적한 초여름의 일몰.
내가 그토록 경멸하던 모기.
그것들이 무수히 떼를 지어 떨어지며,
위아래로 떨어지며 짝짓기를 하고 있었다.
나는 탁한 입술에서 잿더미를 태우며
부서지는 연기만을 내쉴 뿐이었다.

추락하는 녀석들을 보며
그들은 사랑하는 건가 죽어버리는 건가
단 하루도 못되고, 짧은 황혼의 시간만이
모든 인생과 다름없던 그들에게
사랑은 곧 죽음이었고 그것만이 삶이었다.

황홀한 생을 성급히 카메라에 담으려던 나의 아둔함에
너무도 작고도 투명한 날개는,
노을빛에게 그림자조차 남겨주지 않았고 빛 속에
그들의 비밀 같은 자취를 감췄다.
순수한 영혼은 박제할 수 없다는 걸, 나는
그제야 알았다.

처음으로
모기에게 피빨리고픈 붉은 노을이었다
녀석들에게 내 징그러운 피를 모두 빨리고 싶었다
혈흔 하나씩 새겨지고 싶었다 그들에게
새겨진 입술자국 하나씩 어린아이 마냥 십자를 긋고
폭발하는 쥐라기의 무수한 화산들을 꿈꿀 것이었다.

그래,
피 하나를 내준다는 것
사랑한다는 것은 나는 죽는 것이다.
그러므로
오직 영원히 사는 것이다.


■ 그림자
   - 전영서


1

그는 아직도 나를 45번 훈련병님이라고 불렀다.
나는 그를 46번님이나 이 아무개라고 불렀다.
우리는 동갑이었다.


2

그는 조치원의 A모터스에서 자동차 정비를 하다 왔다고 말했다.
카키색 천막으로 뒤덮인 군용트럭에 무지방 우유 홈런볼 박스를 올려
싣고 있을 때였다. 마스크에서 비어져 나오는 더운 숨이 그의 옛된 안경에
부옇게 김을 서리곤 어딘가 사라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맹금류의 눈으로 그의 정수리를 노리던 해가 그의 이마에 획처럼 그은
주름을 보며 나는 머뭇거리다 나의 아버지가 파란색 현대 포터를 몬다고
말했다. 이곳저곳이 붉은 녹이 슬고 칠이 벗겨져 상어의 이빨자국이 선연한
헤밍워이의 참치를 연상시키는 트럭이었다. 아버지는 그것과 함께 삶의 한
시기를 달그락거리며 살아왔다. 그는 그저 웃더니 자기는 포터보다는 봉고가
좋다고 답했다. 간혹 봉고에서 바다 향이 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바다향이 나는 봉고를 정비할 때면 아무도 보지 못하게 트럭 밑으로
완전히 기어들어가 한동안 눈을 감고 있는다고 말했다. 나는 한 시인의 시를
떠올렸다. 0시, 눈내리는 플랫폼 위를 저공비행하는
검은 새를 생각하는 것이다. 그 역시 그러나 조금 다르게, 그는 12시의 직사를
피해 한 생을 파랑에 깎인 섬들 아래에서 부유하고 있을 것이다. 존재의 가장
깊은 곳에서 안식을 취하는 정오의 그림자처럼.


■ 흰 달걀
   - 전영서


닭장에 있는 닭 두 마리가 모두 암탉이라는 것을 안 것은 어제 점심이었다. 스무날이 다 되어가도록 제 집안에서 알을 품고 있던 흰놈은 모를 일이었다. 흰놈이 똥꼿심이 좋다던 내 아버지도 모를 일이었고 병아리 낳아봤자 무에 좋냐던 나의 어머니도 모를 일이었다. 그저 어머니는 녀석을 끄집어내려다 쪼인 손등을 살며시 문질러 볼 뿐이었고 아버지는 젓가락으로 계란후라이를 조심스레 자를 뿐이었다. 나는 그저 종종 어머니의 옷섶을 헤집고 대거리를 자궁으로 들이밀고 싶어하던 오륙세의 나를 떠올릴 뿐이었다. 아무 소리도 없이 텅 빈 달걀이 깨지듯 시간은 그렇게 괴여 있었다.


■ 마지막 시
   - 전영서


좁은 쇠창살 틈으로 빛이 들었다.
그의 얼굴이 반으로 쪼개졌다.
노래하듯 입술이 옴작거리고 있었다.
회백색 콘크리트 벽에는 꽃들이 피어 있었다.
그는 언어로 그것들을 심었다.
언젠가 잃어버린 그의 약지 정도 길이의 함석이 그의 손에 들려 있었다.
공간 속에 분진들이 일었고, 햇빛은 허무보다 가볍게 떠오르는 먼지들을 찬란하게 만들었다.






********
동상
당선작 심사평


  제35차 <창작콘테스트> 동상은 시(詩)부문 전영서 씨의「겨울 병상외 네 편의 시를 선정했다. 
당선자께선 본 당선을 계기로 향후 한국 문단, 더 나아가 세계 문단에 우뚝 설 수 있게끔 
보다 치열한 정진이 있기를 기대한다.


시인 김호철 / 시인 정은정







***

위 당선자께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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