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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5 13:02

조회 수 16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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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떴다. 눈을 뜨기 싫었지만, 깼다. 눈을 뜨면 보이는 소름끼치는 눈동자들, 너무 넓은 집, 넘어져도 상처 하나 안 나는 바닥 재질. 이 사람들은 내가 이곳을 이렇게도 싫어한다는 것을 알까. 이 사람들이 나에게 이러는 이유는 알지만, 그래도 소름끼치게 싫다.

 이 사람들이 나에게 안절부절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나는 2423년의 유일한 '어린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의학 기술이 발전했다고 한들, 이 사람들이  모두 사라질 날은 얼마 남지 않았다. 애석하게도 이 사람들이 그렇게 원하는 불사의 약 같은 건 개발되지 못했다. 아아아.... 나도 안다. 이 할멈과 할아범들을 이 사람들이라고 하는 것은 매우 건방진 표현이라는 것을. 그러나 난 이 나라의 유일한 어린이이다. 이제는 청소년인가...? 하하, 그것이 중요하겠는가. 중요한 건 이제 전세계에서 가장 힘이 센 인물은 나라는 것이다. 나는 이곳의 왕이다. 내 말은 무엇이든 이루어진다. 단 하나만 빼고.

 아 지루하다. 아무리 넓다고 한들, 나는 이 셸터 밖을 나가본 적이 한 번도 없다. 청소년은 이 세계에 나 밖에 없기 때문에, '또래'라는 것을 만나 본 적도 없다. 이렇게 나이가 많은 저 할멈과 저 할아범이 내 부모인 것도 짜증난다. 소름끼친다. 그렇게도 살고 싶을까. 이 세계의 사람들의 평균 수명은 895세이다. 8~9세기 동안 살아가는 게 진정 즐거울까. 뭐, 대부분은 건강하니, 괜찮은 건가. 아무튼 나는 그렇게 오래 살고 싶지 않다. 그저 지금은 이 지긋지긋한 셸터를 탈출하고 싶다. 그리고 이 사람들이 없는 곳으로 도망치고 싶다. 나는 이 사람들이 원하는대로 인류의 미래를 책임지고 싶지 않다.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이 셸터를 벗어나 책에서 읽기만 했었던 그런아름다운 풍경에서 평화롭게 늙고 싶다. 아무런 치료도 받지 않고, 주어진 생 만큼만 적당히 살다 가고 싶다. 미치도록 나가고 싶다.

 내가 탈출을 시도했던 것은 30번 정도이다. 가장 처음에는 4살 때였다. 그때의 순수했던 나는 날 낳은 할멈이 읽어주는 동화책을 들으며 숲속에서 길을 잃은 공주를 찾아 사랑을 나누며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그래서 나가고 싶다고 했다. 할멈은 잠깐 표정이 바뀌는가 했더나, 알았다고 했다. 그리고, 나를 한 번도 들어가보지 못한 방으로 데려갔다. 정말 착각할만큼 진짜같은 방이었다. 그곳은 홀로그램으로 숲의 모양을 모방한 곳이었다. 정말 진짜 숲 같았다. 나는 그 후 그곳을 여러 번 갔다. 그리고 좀 컸을 때쯤 이 방이 진짜 숲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과를 따먹으려고 했으나, 사과는 아무 맛이 없었다. 숲 속 더 깊숙히 가고 싶어서 앞으로 계속 달렸다. 나무에 부딪혀도 아프지 않았고, 마구 달려 숲의 끝에 도달했을 때, 그 느낌이었다. 셸터의 느낌. 상처가 나지 않도록 구상된 셸터의 벽에 부딪혔다. 앞으로 더 갈 수 없었다. 그리고 숨을 고른 뒤 다시 달려나가 숨찬 목소리로 할멈에게 말했다. '진짜 숲'을 만나고 싶다고. 그러나 엄마(할멈)는 정색하며 말했다. 안 된다고. 밖은 위험하다고. 세계의 유일한 희망인 나를 죽일 수 없다고. 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책에서는 밖의 풍경을 이렇게 아름답게 묘사하는데, 어찌하여 나가면 안 되는가. 그리고 이것은 지금도 그렇다. 어찌된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할멈과 할아범이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 후로 나는 무던히도 노력했다. 몰래 탈출하기 위해서. 그러나 나를 감시하는 눈을 피할 수 없었다. 힘은 내가 가장 세지만, 수 앞에 당할 수 없었다. 여러명이 나의 탈출을 막았다.

 몽은 어떻게 해서든 지켜야 하는 아이다. 우리의 아이이자, 전세계의 희망이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몽은 죽으면 안 된다. 나가면 안 된다. 셸터 밖을 나가는 사람들은 단 두 종류 뿐이다. 자살하려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이 죽여야 하는 사람들이다. 각각의 셸터에서는 인공적으로 식량을 최대한 많이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아직 그 양이 많지 않아, 굶는 사람들도 많고, 나머지 사람들도 정말 죽지 않을 만큼씩만 나눠 먹는다. 특히 우리 셸터는 더욱 그러하다. 몽이 있기 때문이다. 몽이 인류를 멸망시키지 않을 유일한 열쇠이기 떄문에, 우리 셸터 사람들은 몽을 1순위로 두어야 한다. 성장기인 몽은 참 많이 먹는다. 몽은 모를 것이다. 우리는 그 아이가 남긴 음식만을 나눠 먹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우리는 그 아이의  부모이기 때문에, 몽이 최대한 행복하기를 바란다. 현실을 모르기를 바란다. 그래서 셸터 밖을 나가면 안 되는 이유를 아직도 알려주지 못했다. 우리가 이렇게 쫄쫄 굶고 있는 이유를 알려주지 못했다. 우리가 점점 말라가는 이유는 병 때문이라고 얼버무렸다. 최대한 오래 그 아이의 환상을 지켜주고 싶다. 지구의 지배자가 공룡에서 인류로, 인류에서 병균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지 않다. '지배자'라는 표현이 거부감이 들지만, 이곳 사람들은 그렇게 말한다. 지구의 지배자는 바뀌었다고, 다시 우리의 세계로 만들 방법은 몽뿐이라고.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면, 몽에게 미안해진다. 우리가 괜히 낳아서 괜한 숙제를 몽에게 맡긴 건가 싶다. 우리는 인류를 위했지만, 몽을 위하지 못했다.

 어느덧 나는 18세가 되었다. 나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매우 똑똑하고 건강해졌다. 몰래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제 그것을 실행에 옮길 것이다. 내 계획은 이러하다. 해킹을 통해 CCTV를 고장난 것처럼 꾸미고 셸터 전체를 정전시킨다. 그리고 혼란해진 사람들 사이로 지나가 탈출한다. 이런 상황을 예측한 몇몇 사람들이 나를 막겠지만, 뛰어난 나의 운동신경과 힘으로 밀치고 탈출한다. ...그리고 나는, 탈출했다. 나를 잃은 사람들은 이제 인류는 끝났다는 좌절감에 많이들 셸터를 탈출해 죽었다. 인류는 멸망했다. 그러나 멸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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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건눈의토끼 2020.11.22 19:58
    천재가 나타나셨군요... mkorean 으로 환영합니다. 아마 우리는 세월을 꿈이라는 아이를 생각과 마음속에 키우면서 감옥속에 우리를 사회로부터 가두는 보호본능이 있나보죠...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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