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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06 21:57

<새침한 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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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침한 달빛>


“어디가?” 달이 지나가는 새들에게 묻는다.
“………”
“사이좋게 줄지어서 어딜 가는 거야?”
“………”
“어딜 가는데 나한테는 알려주지도 않는 거야, 나도 알려줘!”
달의 분노 섞인 목소리에도 새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새들의 무관심한 태도로 인해 달은 심하게 토라졌고, 새들이 달의 시야에서 충분히 멀어지자, 그제야 새들이 입을 연다.
“대장, 너무 심한 거 아니야? 어딜 가는지 정도는 말해 줘도 되잖아?” 약간 들 뜬 목소리로 의견을 표출한 주인공은 대열의 맨 뒤에서 두 번째, 집단에 들어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달에게 목적지를 아니, 대화 자체를 함구하는 이유를 모르기도 하며,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친절의 가면을 빌려 쓴 새였다.
“안 돼.”
이유를 물어보는 질문에, 대장이라 불리 우는 새는 짧고 굵게 2음절로 부정을 했는데, 그 태도가 너무나 확연해서 질문을 던지던 새는 궁금증을 해결하기는커녕 달과 같이 토라지게 되었다.
아니 오히려 달보다 못하지, 대답은 해주는 데 궁금증은 해결하지 못했으니.
그렇게 그들을 둘러싼 무거운 공기로 인해서 야간비행에 속도가 떨어지자 대장이라 불리 우는 새는 곧 대열을 멈추고는 휴식을 취하기로 한다.
대장이 휴식을 명한 큰 이유를 알아차리지 못한 이 좀스러운 새는 휴식시간에 온전히 휴식을 취하지 않고, 온몸으로 불만을 표시하며 삐죽거리는 데 전념하고 있다.
그 삐죽거림을 예상이라도 한 듯, 대장이라 불리는 새는 곧바로 그에게 다가가 미안한 기색 없이 대화를 시작한다.
“예전에, 내가 대장이라 부르던 존재도 아직 대장이 아니었을 무렵에 있던 일이야.”
“………”
“우리는 그날 간만에 하는 야간비행인지라 괜스레 들떠서, 평소보다 더욱 요란하게 비행을 했지.”
“………”
“우리의 요란스러움을 눈치 챈 달은 오늘처럼 우리에게 목적지를 물어봤고, 나는 그 질문에 한껏 기분이 더욱 들떠서 목적지를 내뱉었지. 그 행위가 어떤 재앙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고 말이야.”
“……그래서요?”
“뭘 그래서야. 달은 곧 우리를 따라오기 시작했고 세상은 무너지기 시작했지. 드넓은 바다는 마음대로(대장은 이 부분을 정말 강조했다.) 정말 문자 그대로 마음대로 치솟기 시작했고, 기후 또한 상식을 넘어서는 현상을 보여줬지. 내가 진실로 강조하건데, 달의 질문에 대답하는 순간 그 끔찍한 현상은 물론이거니와 그 현상보다 막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될 거야.”
“……그렇군요. 이제 왜 달에게 대답해주면 안되는지 알았어요.”
“하지만 한 가지 더 알아야할게 있어. 달의 질문에 대답하면 안 되는 이유는 그 끔찍한 형상이 일어난다는 것보다 달이 그 문제에 대해서 경각심이 없다는 문제야. 그는 자신의 힘과 영향이 어느 정돈지 모르는 무책임함 그 자체거든.”
“뭐가 다른가요? 끔찍한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랑 그 존재를 무책임한 자로 인식하는 것이요?”
“책임감의 차이지. 전자는 책임감으로 똘똘 뭉친 존재들만의 의견이며, 후자는 책임을 돌릴 대상이 있다는 점이지.”
“음.... 어째 듣기에는 후자가 더욱 책임감이 없어 보이네요...”
“내 말 들어. 자네도 그 재앙을 봤다면 나와 같은 의견을 내놓았을 테니. 진실로 말하건 데, 그런 재앙은 내 조생에서 한번이면 족해.”
“무슨 말인지 알겠어요.”
상황은 다시 야간 비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
“어디가?” 달이 지나가는 새들에게 묻는다.
“………”
“사이좋게 줄지어서 어딜 갔다 오는 거야?”
“………”
“도대체 어딜 갔다 오는 것이기에 나한테는 알려주지도 않는 거야, 나도 알려줘!”
달의 분노와 짜증이 뒤섞인 목소리에도 새들은 여전히 묵묵부답.
그러나 아까와 다른 것이 있다면 대열의 맨 뒤에서 두 번째 새의 눈이 달에 고정되어 있다는 것.
그는 속으로 생각한다.
‘으이구, 무책임한 녀석.’
달빛이 오늘따라 더욱 새침하게 내리쬐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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