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마당

오늘:
63
어제:
113
전체:
306,297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87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6.06.16 21:13

<순응>

조회 수 87 추천 수 0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상표를 두 손으로 감싸 가리고는 뾰족 튀어나온 주둥이가 유리 거죽에 닿지 않게끔 살며시 기울인다.
이 동작이 반복될 때마다 우리의 나이 차는 줄어들어만 갔다.
이 동작이 반복될 때마다 나는 그를 닮아가고는 했다.
나는 덕분에 20살부터 야단스러운 호프집보다는 소박한 순댓국집에서 술국에 소주 한잔하는 것을 선호하는 젊은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이 동작이 반복될 때마다 그때를 그리워할 뿐이다.
-
뇌졸중으로 쓰러지셔, 한동안 병원에만 계셨던 할아버지가 퇴원하여 집으로 오셨다.
정정하셨을 때와 비교하면 많은 변화가 있었으므로, 할아버지를 보고 놀란 집은 온몸을 통해 자신의 슬픔을 표했다.
그만큼 애착이 있었던 것이겠지 서로가.
창고에서 그동안 굳건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던 초록 두꺼비들 또한 목 놓아 슬피 울었다.
그만큼 애착이 있었던 것이겠지 서로가.
-
애착이 제일 많았던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그간 비어있던 손길을 채워나갔다.
집도 그렇고 두꺼비들도 그렇고 다른 사물들도 그렇고 모두가 애써 현실을 부정하지는 않는다.
받아들여야 하루빨리 편안해질 터이니.
-
매일같이 푹푹 쪄대던 날씨가 오늘은 무슨 바람인지 바람을 내세워 선선한 태도를 시종일관 유지해주었다.
나는 바람의 환대에 고마움을 표하며 평상에 앉아 책을 읽으려 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불어대는 환대에 약간의 불만을 표하자마자, 바람은 곧바로 차디찬 매서움을 내세워 응수하였다.
나는 쌀쌀한 바람에 굴복하여 집 안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생각해보니 그럴 이유가 없었다.
책은 잠시 덮어두고 평상에 앉아 냉담하기 짝이 없는 바람을 맞으며 내 체온을 느꼈다.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체내의 따뜻함을 느꼈단 말이다.
-
에어컨은 틀어 놓고 이불 속에 들어가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리라.
구속당하고 싶지 않으면서 막상 자유로워지면 서운한 것과 비슷한 이치리라.
피곤해서 집에 가서 쉬고 싶지만, 막상 약속이 없으면 서운한 금요일 저녁과 비슷한 이치리라.
-
세상에는 하기 싫은데 해야만 하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
세상에는 보기 싫은데 봐야만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세상에는 듣기 싫은데 들어야 하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세상은 마음에 들지 않는 일투성이 면서, 살아가야 할 이유는 너무나 많다.
-
다시는 그와 잔을 부딪치며 소주 한 잔 넘길 수 없겠지만, 그를 위해 할 수 있는 일들은 너무나 많다.

Who's 유성

profile

결과보다는 과정을.

  • profile
    뻘건눈의토끼 2016.06.17 05:41
    그라는 사람이 아돌프 히틀러이길 기원합니다! (농담입니다.) ^_^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마당에 수필을 올리실 때 주의사항 file korean 2014.07.16 745
100 조조의 마음 뻘건눈의토끼 2015.12.26 219
99 막네아들의 희망 1 망망대해 2015.04.20 208
98 효를 가르쳐준 엄마의 슬리퍼 1 카리스마리 2016.04.10 203
97 meat one's death 원둥이 2016.03.01 202
96 한국사회와 웃긴이야기들 뻘건눈의토끼 2015.12.25 200
95 고대 로마와 그리스 시대 뻘건눈의토끼 2015.12.28 193
94 겨울은 끝이아닌 시작이다 1 에스더 2017.05.11 188
93 나에게 더이상의 대한민국은 필요없다! -_- 3 뻘건눈의토끼 2019.05.03 187
92 미 역 국 의 가 치 김생강 2019.03.08 175
91 아무도 찾지 않는 것들에 대하여 귀뚜라미는귀뚤 2016.02.15 169
90 상황이 사람을 만든다? 원둥이 2016.03.02 167
89 식물과 태아들... 뻘건눈의토끼 2015.11.05 166
88 슬픈 베르테르의 젊음 1 성열 2018.02.27 165
87 <3만원> 2 유성 2016.06.29 165
86 체스의 법칙 적을 대적하는 법칙... 뻘건눈의토끼 2021.01.01 159
85 《 여차순 할머니 》 1 심원 2019.01.15 155
84 미모사 잎이 활짝 피어나는 순간 2 유로지브이 2019.11.29 153
83 친구 집이 내 집, 내 집이 친구 집 1 카리스마리 2016.04.10 151
82 <'ㅏ' 다르고 'ㅓ' 다르다> 4 유성 2016.05.31 150
81 나에게 찾아온 기적 3 에스더 2017.05.17 148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 6 Next
/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