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9
어제:
48
전체:
305,874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조회 수 279 추천 수 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왕따시켜줘서, 고마워.

 

  ‘노는그룹, ‘중간그룹, ‘찌질이모임. 세 개의 파로 나뉘어져 놀던 6학년 3반 여학생들 중 나는 중간그룹에서 리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우리는 늘 함께 했었다. 밥을 먹으러 갈 때, 심지어 화장실에 갈 때마저도 화장실 문 너머로 소소한 이야기들을 주고받았고, 그렇게 추억을 쌓아가던 중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나에게 닥칠 일들이 모두 아름다울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아무것도 다를 것이 없던 어느 가을의 오후였다. 당시 세 개의 파 중 노는학생들이 모인 그룹의 리더인 수연이가 나에게 다가왔다.

  “우리 예나 왕따 시킬래? 나 요즘 제 진짜 마음에 안 들거든? 매일 예쁜 척하고 자기가 제일 잘난 줄 알아!”

  “생각 좀 해 볼게.”

 나는 선뜻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할 수 없었다. 예나는 노는 무리에 속해있었지만 다른 노는 아이들에 비해서 착했고, 또 나와 어느 정도 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나는 예나가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고, 단지 남들보다 좀 더 자신감이 넘칠 뿐이라는 것도 알고 있었기에 그 친구들에게 예나는 그럴 아이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도 싶었다. 그리고 왕따를 시키는 것은 나쁜 일이라는 것도 이야기 해주고 싶었다.

  그날, 나는 집에 가서 펜을 잡았다. 장장 1시간 동안 종이 위에 그동안 예나와 함께 했던 많은 일들을 담아냈고, 예나는 그럴 친구가 아니라는 편지를 썼다. 편지 뒤에는, 어쩌면 친구들이 잘못을 깨닫고 사과를 할지도 모른다는 행복하고 막연한 기대감이 서려있었다. 하지만 나는 너무 순수하고 이상적인 사람이었다는 걸 그 다음날 아침 깨닫게 되었다.

  온갖 욕이 적힌 종이가 내 책상위에 난무했고, 한 번도 듣지 못했던 비속어들이 마구잡이로 내 책상위에서 그 필체를 자랑하고 있었다. 화가 서린 필체. 내 직감은 그 광경을 지켜보던 나의 뒤에서 느껴지는 따가운 시선을 가리켰다. 그 화가 서린 필체 가운데 낯익은 나의 필체가 보였다. 아침에 예나를 왕따 시키자던 수연이의 서랍 속에 넣어 두었던 내 편지의 일부였다. 그것을 시작으로, 내 초등학교 시절의 마지막 3개월은 암흑으로 얼룩지게 되었다.

  수연이 에게 찍히자, 나는 왕따 라는 밧줄로 묶여졌다. 수연이를 포함한 여자아이들은 습관처럼 매 쉬는 시간마다 내 자리주변에 출석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씨발년”, “미친년”, “개년”, “지랄하지마”, “눈깔아, 니가 뭔데 우릴 충고해?!”

  어느 순간부터 저런 욕이 익숙한 멜로디로 들리는 지경까지 이르렀고, 매 수업시간마다 울고 있던 나에게 지우개가루와 샤프심, 욕이 적힌 종이가 날아왔다. 여기에 노는 남자아이들 까지 가세했다. 남자아이들은 신발 숨기기, 실내화 버리기, 사물함에 오줌싸놓기 등등 정말 유치하고도 무서운 장난의 대상으로 늘 나를 앞세웠고, 그래서 집에 맨발로 간적도 있었고, 학교에서 맨발로 다니는 것은 너무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다. 나의 발은 유리조각과 돌들, 그리고 가시가 찔러대는 아픔에 피라는 눈물을 흘려냈다.

  그러나 그런 괴롭힘 보다 더욱 힘들었던 건 배신감과 수치심이었다. 예나는 내가 예나의 진짜 모습을 알리려 했던 나의 노력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수연이와 같이 다니며 다른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는 모습을 태연하게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 태연함, 소리는 없었지만 나에게는 가장 큰 폭력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도, 기대가 크면 실망이 더 크다는 말처럼 나와 함께 시간을 보냈던 친구들에게는 더 큰 배신감이 느껴졌다. 같은 그룹에서 수많은 추억을 쌓았던 혜정이, 연우, 현수와 같은 친구들은 내가 수연이 에게 찍히자 내가 있는 자리를 피하기 시작했다. 물론 나와 함께 있는 모습으로 인해 수연이 에게 괴롭힘을 받는 것이 두려워 그랬을 것 이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두려움이 우리의 우정과 추억보다 더 크게 자리하고 있다는 사실에 나는 큰 실망을 했다. 우리의 우정과 추억이 두려움보다 더 큰 존재였다면 그 친구들은 나를 투명인간 취급할 수 있었을까? 내가 없이도 행복해 하는 친구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배신감은 사람에 대한 분노와 불신으로 내 가슴 한 켠에 자리하게 되었다.

  또한, 맨발로 집에 가면서 내 발에 찔린 유리조각이 전해오는 아픔보다도 더 아팠던 것은, 수치심이었다. 학교가 지옥 같았던 그때, 유일하게 나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던 것은 집으로 가는 길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맨발로 그 길을 걸어가는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아니었다면, 나는 맨발로 길을 디디는 새로운 촉감에 기분이 좋았을 지도 몰랐을 터였다. 하지만, 유리조각이 밟히는 아픔보다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 길목에서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수치심을 느꼈고, 매일 느리게 걷고 싶었던 그 길이 그날만큼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치고 싶은 길이였다.

  그러나 시간이 치유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가슴으로 느끼게 된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의 그 시간들이 내 인생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게 해주었던 지표라는 생각이 문뜩 든다. 그때의 암흑 같았던 시간들은 내게 꿈을 선물해 주었고, 그 꿈을 위해 어떤 가치를 지향하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지도 알려주었다.

  사실, 사람에게 불신을 가지고 진학하게 된 중학교 생활도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중학교2학년 시절, 나를 바꾸어 놓은 한 선생님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사람을 잘 믿지 않는 나의 습관은 중학교 2학년 때까지 크고 작은 오해들을 만들어 냈고, 그런 오해들이 쌓이고 쌓이면서, 스스로를 혼자로 만들었다. 중학교 2학년 그날도 그렇게, 나는 밥을 먹지 않고 혼자 도서관으로 향했다. 그때 누군가 내 손을 잡아주셨다. 뒤를 돌아보니 담임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께서는 마음의 자물쇠는 스스로 열어가는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고, 선생님과 지속적인 상담을 거쳐 가면서 나는 좀 더 긍정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리고 나 같은 학생을 알아봐주고 긍정의 힘을 선물해주자는 교사라는 꿈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 꿈을 가지게 된 이후, 좀 더 내가 지향하는 모습의 교사가 되기 위해 교실에서 마주할 수 있는 다양한 딜레마들을 고민해보기 시작했다. 요즘, 다문화사회, 다문화가정이 이슈화되고 있었고, 어느 날은 그런 고민이 생겼다.

  ‘내가 교사라면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하는.

  이 고민에 대한 해답은 6학년 시절의 수치심속에서 그 꽃을 피우고 있었다. 그때, 아려오는 맨발보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사람들의 시선이었고, 그래서 다문화 가정아이들에게 가장 힘든 건 다른 문화나 언어를 극복해내는 과정이 아니라 그들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일거라는 해답. 더 나아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있더라도, 그 일부적인 요소만 보고서 느낀 내 감정을 눈빛으로 표현하지 말자는 가치관을 확립할 수 있었다.

  그때, 그 시절, 내가 왕따를 당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교사라는 꿈을 찾고, 그에 맞는 가치관을 찾을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모르지만, 다시 만나게 된다면 나를 괴롭혔던 수연이를 비롯한 아이들과, 예나, 혜정이, 연우, 현수에게 이 말을 해주고 싶다.

  “왕따! 시켜줘서, 고마워.”




목표상실의 위엄.

 

  “나는 여행을 가고 싶어. 내가 삼촌이 살고 있는 마드리드에 간적이 있어. 그때 길을 잃어 버렸고, 나는 오로지 삼촌의 집을 찾는 데만 열중해 있었어. 지쳐서 분수위에 앉아 있다가 노을을 지는 모습, 사람들이 서로를 반기는 모습을 보면서, 삼촌의 집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잊을 수 있었고, 그러자 내 눈에는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어.”

  영화 ‘First Time’에는 여주인공 오브리가 여행을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 대목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여행과 목적에 대한 오브리의 생각이었다.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구체적인 목표가 중요하다는 말을 습관처럼 들어왔고, 그리고 구체적인 목표가 때로는 내 성적을 높여주기도 했기에, 구체적 목표 성립이 늘 중요하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가끔 구체적인 목표가 없으면 불안에 떨기도 했고, 내 인생이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오브리의 말을 들은 이후에 지난 시간들을 돌아보면서, 때로는 목표가 결여된 순간들이 얼마나 많은 우연적이지만 위대한 선물을 가져다 줄 수 있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나도 오브리와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학교의 모습과 내가 부딪히게 된 현실적인 학교 모습의 격차가 너무 커서 그 격차로 인해 잠시 방황을 한 적이 있었다. 중학교 3학년 때 까지만 해도 나는 ○○외고라는 분명한 목표가 있었지만, 나 자신에 대한 불신으로 내가 도착한 곳은 △△외고였고, 나는 그때 참 어리석게도 내 인생이 끝났다고 생각했다. 분명한 목표가 없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나는 목표가 없었던 그때 내 사고의 깊이를 키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을 하고자 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했지만 여유로웠고, 나는 그 불안을 벗어나기 위해서 생각과 펜을 잡았다. 내가 읽었던 수많은 시들과 책은 나에게 사고의 자유로움에서 오는 기쁨을 느끼게 해 주었고, 그래서 나는 교내백일장이라, 작기는 했지만 산문과 운문분야에서 모두 수상하게 되면서 '글쓰기'라는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 시절 많은 위안이 되어 주었던 작가 '알랭드 보통'은 이런 말을 했다.

 "늘 우울한 감정에 젖어 두려움에서 벗어난 시간들이 저에게 창의성과 필력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나는 후회라는 우울한 감정 속에서 그와 같이 글을 쓰며 하루하루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때 만약 내가 ○○외고에 합격했더라면 물론 즐겁고 하루하루가 행복하기야 했겠지만 △△외고에서의 나와 같았을 수 있었을까? 그 시간들은 나에게 또 하나의 가능성을 발견하게 해준 시간이었다. 지금은 분명하고 구체적인 목표가 있다. 하지만 인생에 있어서 목표가 결여된 시간들은 불안한 만큼 얻어지는 것도 많기에, 그런 목표를 상실해 보는 것도, 구체적인 목표를 가지는 것만큼이나 나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자리했다.

 

 


  • profile
    korean 2014.10.19 13:45
    두 작품을 올리셨군요.
    좋은 결과가 있길 기원합니다.
  • profile
    korean 2014.12.14 21:04
    왕따란 수필은 자전적 글이군요.
    막상 왕따를 당했다면 어떻게 견딜 수 있을까?
    그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결코 유쾌할 수 없는 왕따의 경험...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793 #1. 첫학기 1 주열매 2016.11.30 12
792 #2. 노찬성과 에반 1 주열매 2016.11.30 437
791 #3. 글쓰기 1 주열매 2016.11.30 18
790 #4. 이기적 유전자 1 주열매 2016.11.30 19
789 #5. 꿈 1 주열매 2016.12.01 15
788 < 나는 왜 사는가? >, <감정에 대한 질문> 1 dnjsjdnjs 2019.01.06 24
787 <34차 창작콘테스트> 당신, 나의 복숭아 나무/ 다이빙 1 박자몽 2020.03.28 26
786 <사랑했던 자리엔 미련과 그리움이 남는다>, <기계번역에 대한 고찰> 1 솔개 2017.12.10 105
785 <수필공모> 집을 짓는 사람 1 봄봄 2017.02.06 18
784 <수필공모> 한여름의 군고구마 1 봄봄 2017.02.06 26
783 <아버지와 함께한 한 끼> 외 1편 1 푸른달 2018.04.10 65
782 <제 22차 창작콘테스트-수필> [독서의 무한함-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과 함께] 1 22088 2018.04.10 17
781 <제 22차 창작콘테스트-수필> [엄마가 울었으면 좋겠다] 1 22088 2018.04.10 25
780 <제24차 창작 콘테스트-수필> 당신은 내가 원동기 면허를 딸 수 있게 도와줘야 한다. 1 Ravlitzen 2018.06.21 54
779 <제24차 창작 콘테스트-수필><늦깎이 대학생>외 1편 1 작가지망생 2018.08.10 17
778 '불도저의 삶'외 1편 제이브 2015.02.24 159
777 '실연'이라 부르고 싶은 것 외 1편 1 nevada 2018.02.08 31
» '왕따' 시켜줘서, 고마워 외 1편. 2 보통미소 2014.10.18 279
775 (1)전신일광욕 (2)무주(無主)동물의 운명 1 수의갈촌 2019.04.04 15
774 (걷다가 만난 사색) 외 1편 글쟁이 2015.06.10 126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