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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11:45

#1. 첫학기

조회 수 12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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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학기


김애란 작가의 <너의 여름은 어떠니> 단편소설을 읽다가 내 대학생활 첫 학기가 떠올랐다. 16페이지 밖에 읽지 못한 소설집은 잠시 내려놓고 내 얘기를 써 보려고 한다. 나는 서울에서 고등학교 1년을 마치고 2학년으로 올라가자마자 아버지가 미국으로 연수를 가셔야 해서 거기에 가족과 함께 딸려갔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사춘기가 심하게 와서 공부도 전혀 안 하고, 자퇴를 하느니 마느니 했기에, 어쩌면 나를 위해 부모님이 마련하신 기회였는지도 모른다.

포틀랜드라는 시골에 가서 집을 렌트하고, 우리 가족은 둥지를 틀었다. 나는 그때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학교에 가고, 2-3시에 집에 오면 1시간 영어 과외를 받았다. 그리고 나면 낮잠을 1시간 정도 자고 새벽 2시까지 공부하고 책을 읽었다. 부모님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계획을 세워 규칙적으로 공부했고, 영어로 된 교과서가 이해 될 때까지 읽고 또 읽었다.

나는 자연히 미국 아이들을 제치고 반에서 1등을 도맡아 하게 되었으며, 이대로 간다면 미국에서 좋은 학교에 입학 할 수 있으리란 꿈을 꾸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지나치게 강박적으로 공부했던 것이고, 나의 강박관념의 원인은 미국에서 아이들에게 차별 받고 있지만, 그렇다고 한국에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는 마음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이들과 사교적으로 친해지지도 못했고, 공부 외에 과외 활동도 전혀 하지 않았다. 미국 대학은 한국처럼 성적으로만 가는 것이 아니기에, 그때 내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고 공부만 열심히 했어도, 아마 좋은 대학을 가기는 힘들었을 거다.

아무튼 1년 후, 아버지는 기러기 아빠가 되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반항하는 가족들을 모두 한국으로 끌고 들어오셨다. 나는 어느새 고3 나이가 되어 있었고, 고3학년으로 들어가서 공부하기에는 무척 부담스러웠다. 결국 나는 검정고시를 보겠다고 선언했으며, 3개월 만에 학원에서 속성으로 정리해준 지식으로 검정고시를 무난히 패스했다.

그리고 바로 이어서 수능을 보았다. 그 당시 나왔던 성적은 검정고시 공부를 하며 했던 게 다였다. 성적은 카톨릭대학교나 서울여자대학교에 들어갈 수 있는 정도로 나왔다. 나는 스스로 ‘이만하면 좋지 않은가?’ 싶었지만 엄마는 만족하지 않으셨다. 은근히 나에게 이화여대에 갔으면 하는 바람을 비추셨다. 나는 마음이 약했기에 그렇다면 재수를 하겠다고 했다.

재수하는 기간 동안 나는 방 안에 틀어박혀 공부는 전혀 하지 않고 철학책이나 문학 소설을 읽었다. 초반에는 물론 학원에 등록해 다니는 시늉을 했지만, 재수 학원에서조차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아이들을 보며 나는 왠지 소외감을 느꼈다. 혼자 외톨이처럼 가방을 메고 노량진을 헤매고 다니고 싶지 않았기에 나는 또다시 방 안에 틀어박혀 세상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는 외골수라 ‘방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았다.’ 라고 하면 진짜 단 하루도 나오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나는 10개월 넘게 집 밖에 한 발자국도 나오지 않았다가 수능 보기 전, 어느 날 우연히 집 밖에 나왔다가 공황장애 비슷한 것이 왔다. 한 발짝 걸을 때마다 토기가 나고, 주차되어 있는 차들이 나를 향해 돌진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인도의 가장자리에 붙어서 걸으며 언제 토할지 몰라 괴로워했다.

다행히 수능은 무사히 보게 되었는데, 무슨 정신으로 시험을 봤는지 모를 정도였다. 내가 그때 술을 마시고 시험을 봤던가? 싶기도 하다. 성적은 작년과 똑같이 나왔다. 그래서 나는 카톨릭대학교 영문과에 들어갔다.

입학을 해서 매일 아침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전철에서 서서 자며, 등교하여 수업을 듣고, 밤 10시까지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마치 미국 고등학생 때처럼 나는 강박적으로 공부만 했다. 나는 영문학과 교수님이 내 준 숙제를 2주 전에 마치기도 했고, 중간고사를 만점을 받아 반 아이들 앞에서 일으켜 세워지기도 했다.

운이 좋게도 내가 성적이 좋다는 것은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나는 두 분의 나이 많으신 아주머니와 아저씨의 과외도 맡게 되었다. 그 두 분은 영문과였는지, 외국어문학부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다만, 내가 꼼꼼히 번역하고 단어의 뜻을 달아놓은 종이를 달달 외우시지 못하여 좋은 성적은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시험문제는 정말 내가 주석을 달아놓은 곳에서 그대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나는 공부만 잘하면 다시 부모님께 미국으로 보내 달라 요구할 때 유리할 줄 알았다. 실제로 내 할 일만 잘하면 세상사는 게 마음대로 되는 줄 알았던 시기였다.

부모님은 내 히스테리와 독기를 감당하시지 못하고 허락하셨다.

기말고사가 다가올 무렵 나의 유학은 결정되었기에, 나는 공부를 하지 않았다. 정상적인 학생이라면 기말고사까지 깔끔하게 보고 친구들에게도 인사를 하며 떠났어야 옳았다.

그러나 나는 친구도 없었고, 공부도 갑자기 하기가 싫어졌다. 나는 언제나 곧 떠날 사람처럼 눈의 초점이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에게 먼저 다가 온 언니가 있었고, 그 언니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나 너 알아.”

나는 속으로 ‘나는 모르는데....’이렇게 생각했지만,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다 방금 떠오른 것처럼 말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저......3일 뒤에 유학 가는데요.”

언니는 3일 뒤에 유학 간다는 내 말에도 아랑곳 안하고 학생 식당으로 나를 이끌어 함께 밥을 먹자 했다. 함께 제육볶음을 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엄청 적극적이면서도 상냥한 언니다. 그런데 나한테 왜 먼저 다가왔지? 신기하다.’

나는 언니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가 미국으로 떠나면 곧 연락이 끊길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미국 내에서 내가 아무리 옮겨 다녀도 언니와의 연락은 끊어지지 않았고, 현재 14년 째 연락하고 지낸다.

나 같은 히키코모리에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이상한 아이를 이렇게 오랜 시간 상대해 주고 좋게 생각해 준다는 것이 너무 고마웠다.

지금 돌아보면 대학 첫 학기에 건진 것은 그 언니와의 인연뿐이다.

그리고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언니만큼 특별한 인연은 더 이상 찾아오지 않았다.

지금은 언니가 중국에 있기에 카톡으로 연락하지만, 만날 수 없어 외로운 날이면 언니에게 투정을 부린다.

“언니만큼 말이 통하고 잘 맞는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응. 결혼은 안 하더라도 연애는 해야 해.”

“아뇨. 연애할 사람 말고 여자든 남자든 언니처럼 말이 통하는 사람이요. 애인 말고 친구!”

몇 번이나 같은 불평과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는지 모르겠다.

고등학생 때와 대학 첫 학기 때, 나의 생각과 행동이 미숙했던 것처럼, 30대인 지금의 내가 미성숙하다고 생각할 날이 올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바람이 있다. 그 때가 되어도 내 곁의 사람만은 그대로 있어주기를.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하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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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7.01.01 22:03
    글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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