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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11:50

#3. 글쓰기

조회 수 18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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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살 무렵 재수를 하면서 우울증에 걸렸던 것 같다. 그런 것 같은 이유는 내가 그때 잠을 아무리 많이 자도 계속 잠만 왔고, 다른 사람이나 외부 환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의 눈은 내 내면으로 향했고, 나의 의식은 컴컴한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돌고 있었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 우주 공간을 홀로 떠돌고 있었지만, 엄마 뱃속에 다시 들어간 것 처럼 아늑하기도 했다. 나는 마음껏 무의식의 세계에서 헤엄쳤으며 세상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0년 뒤, 우울증에서 나아 글을 쓰기 시작한 나는 무의식의 세계에서 글을 마구 퍼 올려 썼다. 비유를 하자면 나의 무의식 세계는 우물이었고, 나의 소설은 두레박으로 퍼 올린 우물물이었다. 윤동주가 지은 시 ‘자화상’에도 우물의 개념이 나온다. 나는 내가 먼저 우물의 이미지를 생각해 낸 줄 알았는데, 이미 오래 전 우물 이미지를 생각해 낸 유명한 시인이 있다는 사실에 전율했다.

서른 살이 넘으면서 나는 점점 현실적이 되어갔고, 우울증과는 거리가 멀어졌다. 나는 4년 동안 십 여 편의 장편소설을 쓰며 나 스스로를 치유하고 자존감을 높여갔다. 우울증 때문에 두서없이 흩어 진 내 정신은 글을 씀으로 인해서 퍼즐 조각처럼 그림의 형태로 모아졌고(자아 통합), 글을 쓰는 작가 비슷한 것이 되었다는 생각은, 나를 보호받아야 할 우울증 환자에서 어엿한 프리랜서 직업인으로 바꾸어 주었다.

나는 인세의 형태로 돈을 조금밖에 벌지 못하지만, 세금도 내고 있으니 그걸로 된 것 아닌가? 세금은 한 명의 구성원으로서 내 몫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나에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부터 훨훨 날 수는 없는 일이고. 처음부터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이가 얼마나 되겠는가? 나는 인생을 길게 보기 시작했고, 마음도 좀 더 느긋해 졌다.

여러모로 정상적인 삼십 대가 되어가는 가 싶어 기쁘게 생각했는데, 정신적으로는 한 단계 성숙해지고 건강해졌는지 몰라도, 지나치게 현실적인 것으로 치우친 내 의식은 전의식과 무의식으로 가는 세계의 문을 잃어버렸다.

전처럼 마음대로 무의식에서 무언가를 퍼 올릴 수도 없었고, 상상력도 빈약해졌다. 무언가 판타지 적인 생각을 떠올릴 만하면, ‘그게 현실적으로 말이 되는 소리냐?’하며 나 자신이 나를 다그쳤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에는 즐겨 보던 드라마를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고, 웹소설도 즐겨 볼 수가 없게 되었다.

나는 그렇고 그런 어른이 되는가 싶어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게 되었을 때, 수필을 쓰기 시작했고 나의 일상을 정리해서 적는 글은 아무 어려움 없이 술술 써졌다.

그래도 나는 파스타를 먹고 싶은데, 일주일 내내 쌀밥에 김치만 꾸역꾸역 먹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너무 소설이 쓰고 싶어서 앞부분을 시작했다가 차마 더 이상 쓸 수 없어 중단한 글이 몇 개나 노트북에 저장되어 있다.

나는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것 같던 글쓰기조차 내 마음대로 안 되자 슬럼프가 온 사람처럼 좌절했다. 그러나 곰곰 생각해 보니, 지나칠 정도로 현실적이면서도 소설을 잘 쓰는 정유정 작가가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글을 완전히 장악하며 쓴다는 그녀는 글에서 힘이 넘쳤다.

그렇다면 나의 롤 모델이 정유정 작가가 되어야 할까? 이전에는 무의식에서 퍼 올린 글을 추상화 그리듯이 두서없이 나열하며 즐거워했다면, 이제는 내가 무엇을 쓸지 확실하게 인지하고 계획을 세워 써야 하지 않을까?

내 정신 상태가 좀 더 건강해지면, 의식과 전의식의 교류가 활발하면서도 자유롭게 일어나 상상력이나 스토리를 생각해 내는 능력도 향상되면서 지극히 현실적인 소설을 쓸 수 있게 되지 않을까?

나는 곧 다가올 미래가 기대 되었다. 내가 어떤 소설을 쓸 수 있게 될지 너무 궁금해졌다. 지금은 이렇게 수필을 쓰고 있지만(이 글을 쓰며 안달내고 있지만), 언젠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나 자신을 보며 해냈다고 기뻐하고 있지 않을까?

그 날을 위해 오늘도 좌절만 하고 있지 않고, 독서도 하고 수필도 열심히 써야겠다. 내 주변에 글 쓰는 사람이 없어서 물어보지 못 했는데, 다른 작가들도 우물에서 물 퍼내는 글쓰기를 하고 있는지, 그런 느낌을 아는지 궁금하다.

“글 쓰는 정신적인 단계에도 3단계가 있는데 아세요? 지금 어느 단계에 계세요?”

글 쓰는 말 잘 통하는 누군가와 한없이 수다 떨고 싶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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