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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1.30 11:54

#4. 이기적 유전자

조회 수 19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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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


언젠가 티브이 뉴스에서 인터뷰하는 30대 회사원을 보았다. 뉴스의 취지는 ‘요즘 젊은 사람들은 나이 드신 부모님이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한다.’였다. 인터뷰하는 회사원은 궁해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정상적인 한국인 부모를 두었다면, 그의 부모님은 그를 위해 대학등록금을 내주셨을 테고, 결혼 자금도 얼마간 주었을지 모른다. 남자는 결혼하여 분가해 살면 가장이 되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가 더 없을지도 모른다. 그가 말하길 부모님이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져야 한다 생각하는 이유는 ‘나도 살기 힘들기 때문이다.’였다.

나도 젊은 사람이지만, 뉴스의 취지에 동의하지 않을뿐더러 인터뷰한 회사원이 무척이나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대놓고 이기적이어서 할 말을 잃었다. 또래와 교류가 별로 없는 나는 저렇게 생각해야 정상이고, 내가 비정상인가 싶었다.

내 얘기를 좀 해 보자면, 나는 30대가 되도록 부모님 집에 얹혀살며 글을 써서 아주 소액의 인세를 받는다. 일 년에 장편소설 두 편을 쓰니, 베스트셀러 작가가 아닌 나의 수입은 빤하다. 그럼에도 옷 사 입을 돈 아끼고, 화장품을 좀 더 저렴한 걸 쓰고, 비싼 커피에서 점점 싼 커피를 찾고, 그런 식으로 아껴 할머니 댁에 놀러 갈 때면 할머니 용돈 드리고, 모은 돈으로 부모님 생신 선물을 내 분수에 맞지 않게 과하게 드린다. 정말 주고 싶은 마음에 내가 가진 것 중 최고로 좋은 것을 드리는데, 부모님의 눈에는 내가 푼수 같아 보이고 아부 같은 걸 하려고 일부러 과한 선물을 주는 거 아니냐며 물으신다.

나는 부모님조차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이타적이다. 물론 표면적으로 말이다. 결혼한 동생 내외의 생일에도 내가 갖지 못한 명품 선물을 하고, 떨떠름한 감사를 받으면 내가 또 잘못했는가 싶다가도 좋은 걸 주었으니 되었다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란 책을 보니 얼마 읽지 않았음에도 눈에 쏙 들어오는 구절이 있었다. ‘보통 성공한 유전자들은 ‘비정한 이기주의’인데 반해, 개체 수준에 한정된 이타주의를 보임으로써 자신의 이기적 목표를 가장 잘 달성하는 특별한 유전자들도 있다.’

이 글귀를 읽고 ‘아, 나의 표면적 이타주의 안에는 내 이기적 목표가 존재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게 있는데 매번 나의 속뜻을 알아보려 하지 않고 직시하지 않기 때문에 나 스스로를 이타적인 사람으로 착각하였구나.’싶었다.

내가 혹시 나중에라도 성공한다면, 부모님께 용돈을 드리거나 모시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 것은, 어쩌면 내 마음 편하자고 또는 다른 사람들에게 효녀로 보이기 위해 그러는 것이 아닐까. 내가 할머니께 용돈을 드리는 이유는, 내가 나중에 늙었을 때 자식은 아니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그렇게 해 주었으면 하고 바라는 마음에 복을 쌓듯이 하는 미신적 믿음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몇 페이지 읽지 않았음에도 이 책은 사람을 빨려들게 하는 마력이 있었다. 모든 살아남은 사람은 비정할 정도로 이기적인데, 이 책에서 도덕적인 이유를 찾거나 도덕적이지 못한 사람을 비난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경고하고 있다.

나는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항상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사람이 되고자 했었는데, 사실 그것은 이기적인 내 모습을 의식적으로 감추려고 노력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나에게 이기적이라는 말을 하는 가족은 내 실체를 파악했던 것이고. 그 말이 부당하다 생각했던 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이고. 책을 읽으며 나 스스로의 모습을 생각해 보게 만든다는 점에서 ‘이기적 유전자’란 책은 정말 좋은 책인 것 같다.

열심히 읽어서 나 스스로의 행동의 원인도 밝혀보고, 이기적인 걸 감추려고 이타적인 척 하는 가증스런 내 모습도 이 기회에 직시하고 고쳐나갔으면 한다.

그리고 궁금하다. 이 책을 모두 읽고도 (그리고 내가 이기적이란 걸 인정하고도) 나는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까지 내 힘으로 번 돈을 용돈으로 드릴 수 있을지. 혹은 그때까지 결혼을 안 하고 있다면 내 집에 모시고 살 수 있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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