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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2.10 16:07

쉬는 시간

조회 수 13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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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는 시간


초등학교를 갓 졸업하고 중학생이 되던 해였다.  

 

학교에서 쉬는 시간은 나에게 굉장히 긴 시간이었다.  자리에 일어나는 순간, 방향성을 잃은 채 애매하게 서있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내가 먼저 다가가지 않으니, 친구들도 나에게 다가오지 않았다. 새 학기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나만 제외하고 모두가 친해진 것 같았다. 그렇게 나에게 쉬는 시간은 그 어떤 시간보다 길게 느껴졌으며, 나를 정신적으로 불안하게 만들었던 시간이었다다른 친구들은 매점에 가거나, 문방구를 가거나, 아니면 특정 친구 자리에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었다나는 내 자리에서 벗어나는 것이 두려웠다. 마치 선을 밟으면 누군가가 멀리서 호루라기를 불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나는 자신감과 용기가 없는 학생이었다

 

쉬라고 준 시간을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불안함 속에서 눈치만 보았다. 오히려 정해진 틀 안에서 있는 것이 더 마음에 편했고, 자유를 주면 불안했다먼저 말을 걸면 화를 낼 것만 같았고, 다가가면 도망갈 거라고 믿었다. 근거 없는 혼자만의 믿음 속에서 학교 생활이 즐거울 리가 없었다. 의자와 하루 종일 붙어있는 나에게 아무도 관심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였다


내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한 여자애가 내게 처음으로 인사를 했다


안녕?

 

그녀는 동글동글한 얼굴에 눈이 굉장히 컸다.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반짝반짝한 강인함,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녀는 나에게 이메일 주소를 물어보았다. 나는 말없이 종이에 적어서 주었다. 다른 친구들한테도 물어보는 듯 보여서 정보를 보관하기 위함이라고 생각했다그리고 바로 그 날 오후, 그녀로부터 메일 한 통이 왔다

 

너 서태지 노래 중에 '난 알아요'라는 음악 알아

 

의자에 붙어서 자리에도 꿈쩍하지 않았던 나에게 누군가가 처음 인사한 것도 신기했는데, 저런 질문을 했다는 것도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도 질문에 답은 해줘야 할 것 같아서 천천히 답장을 해나갔다


잘 모르겠어. 어떤 거야?

 

아이돌이나 대중가요가 유행하던 시기에 그 친구는 90년대 데뷔한 가수의 노래를 내게 묻고 있었다사실 옛날 노래를 집중해서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우리와는 별개의 감성이라고 생각한 것도 있었고, 쉽게 접할 기회도 없었다그녀는 나에게 서태지의 음악을 들려주기 시작했다. 자신의 mp3 플레이어를 빌려주기까지 하면서  '이거 진짜 좋은데, 너도 들어봐' 라며, 한 곡씩 들려주고 나의 느낌을 물었다. 처음에는 별 기대 없이 듣다가, 계속 듣다보니 점점 나도 모르게 빠져들기 시작했다. 그의 가사와 멜로디가 잠재되어 있던 내 마음을 움직였다.  


그렇게 나는 처음으로 쉬는 시간에 할 일이 생겼다

 

앞자리에 앉은 그녀와 서태지의 음악에 대해서 토론을 했다. 굳이 의자에 계속 앉아있을 필요도 없었다. 매점에 호빵을 사 먹으러 가면서 이어폰을 한쪽씩 나눠 꼈다. 급식도 같이 먹게 되었으며, 학교가 끝나고 그녀의 집에도 자주 놀러 갔다. 처음 보는 타인과의 공통 관심사가 생기면서 이야기 나눌 주제도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찌 된 일일까, 학창 시절 내내 서태지의 엄청난 열성팬이 되어버렸다.


그녀는 내가 좋아할 거라고 예상했던 것일까?

 

그건 아녔을 것 같다. 수업 시간에 조용히 내 할 일만 하는 것은 물론이고 쉬는 시간에 제자리에 벗어나지 않은 나에 대해서 어떤 정보를 얻을 리가 없었다. 그녀는 내가 좋아하든 말든, 거절 하든 말든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오로지 마음 맞는 친구를 사귀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우연찮게 내가 그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고, 대화를 나누다 보니 친해졌던 것이다내가 의자에 붙어서 생각만 하는 사이에 그녀는 행동으로 원하는 것을 얻었다

 

십여 년이 흐르고 성인이 된 지금도 그 친구는 나와 제일 가까운 벗이다. 그녀의 용기 덕분에, 나의 학교 생활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 되었고 제일 지루하게 느껴졌던 쉬는 시간이 정말 '쉴 수 있는 시간'으로 변했다그녀는 현재 내가 아는 사람 중에 제일 진취적인 사람이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찾아서 배우고, 생각한 것은 행동으로 그대로 옮긴다. 학업에 있어서도, 연애에 있어서도 가만히 있거나 누군가를 따라가기보다는 깃발을 들고 정상에 올라가서 먼저 만세를 외쳤다. 사과를 맛있게 한입 베어 물고는 아무렇지도 않게 가까이 오라고 손짓하는 사람그녀를 통해 한 가지 깨달은 것은, 가만히 있으면 정말 아무 일도 생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성인이 되어 대학을 졸업하게 되면, 끝나지 않는 '쉬는 시간'을 갖게 되는 기분이다. 처음으로 소속감에서 벗어나, 무한한 자유를 느끼게 되지만 언제 끝날 지 모르는 길고 긴 시간들이 무척 불안하게만 느껴질 것이다그럴 때 우리는 의자에서 벗어나야 한다.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것이 있으면 먼저 다가갈 줄도 알아야 하며, 원하는 것이 있으면 찾아서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마음먹기에 따라, 행동하는 것에 따라 쉬는 시간이 가장 달콤한 휴식시간이 될 수도, 가장 길고 지루한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의 나는 늘 자신감이 없는 수동적인 사람이었지만 20대가 되면서 많이 달라졌다. 이 길고 긴 인생은 그 누구도 나를 챙겨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집요하게 찾아가서 질문하고,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것이 있으면 어떻게든 알아보고 공부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이 생기면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 줄도 알게 되었고, 이것 저것 제안을 하는 것도 나에겐 큰 용기 필요 없이 자연스러운 일이 되었다


나를 받아주든 받아주지 않든, 어차피 최종 결정은 내가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되면 좋고, 아님 말고'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행동한 것들은 지금 까지 나에게 엄청난 기회를 안겨 주었다. 그 기회는 가만히 있는 자에게 저절로 생겨나지 않는다. 뭐든 실천하고 행동해야, 그대가 들고 있는 깃발을 보고 무엇이든 따라오게 되어있다.  


행복한 시간을 찾는 나만의 방법,

생각을 그만하고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 profile
    korean 2018.02.28 18:42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건필하세요^^

    ◆ 응모방법 및 참고사항
    1. 각 장르별 출품편수는 시 5편, 수필 2편(길이제한 없슴), 단편소설 1편(200자 원고지 70매) 이상 올려주세요.
    2. 응모원고 밑에 가급적 응모자 성명, 이메일주소, HP연락처를 함께 기재해 주세요.
    3. 응모 작품은 순수 창작물이어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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