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정사진]
화려한 꽃들, 영정사진 속 웃고 계신 할어버지의 미소가 왜 그리 아렸을까.
그때의 마음을 왜 헤아리지 못했을까.
왜 지나가고 후회할까.
그게 마지막 모습이었다는 걸 그땐 미처 몰랐다.
쓸쓸한 할아버지 방 영정사진이 왜 이리 마음 저릴까.
찬 바닥. 베개 없이 잠자리에 들었을 때 이리도 허전한 이유는 무엇일까.
춥진 않냐며 이불 덮어주시는 그 모습을, 떨리던 손을 잡아주지 못했다는 게 내 안에 죄책감으로 소용돌이친다.
거실을 청소하시던 그 모습을, 오랜만에 만나 반갑게 우릴 맞으시던 그 모습을 이젠 볼 수 없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
영결식장에서 나오셔 리무진을 타시던 그 모습을, 한 줌 유골이 된 그 모습을 난 차마 볼 수 없었다.
납골당 그 어두운 곳에 홀로 남겨두던 그 모습을 보는 내내 너무나도 많은 생각들이 눈물과 함께 스쳐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다는 게 너무나 두려웠다.
언젠간 사람은 다 이 세상 털어내고 떠나는 날이 올 텐데 어린 마음에 뜬 눈으로 해를 맞으며 한참을 울었다.
허전함을 부둥켜안고 새우잠으로 잠든 그 날, 밤새 소나기가 내렸다.
할아버지의 삼일 째 상을 치룬 날 온 그 소나기를 그냥 보내기 싫었다.
할아버지의 "이젠 되었다. 난 괜찮아." 라는 말씀을 소나기가 대신 전해 왔다.
비가 와 가시는 길, 혹여나 불편하시진 않을 까 걱정되는 그 마음이 싹 내려갔다.
비에 젖어 가시는 길 힘드실 때 집에 잠깐 오셔 쉬어가셨으면 한다.
꿈에서라도 좋으니 종이 울리면 나도 울릴 것만 같은 그 날을 나는 기억하리.
[잠이 오지 않는 이유]
지나친 건지, 지나치지 않은 건지 모를 걱정에 생각이 자꾸만 뒤엉킨다.
차가운 건지, 차갑지 않은 건지 모를 바람에 깊은 숨을 내쉬며 생각을 잊어보려 애쓴다.
웃어보려 하지만 생각은 깊어만 가고 쓴 웃음만이 맴돈다.
잠깐의 환상을 뒤로 하고 현실에 눈을 떠보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깊은 건지, 깊지 않은 건지 모를 밤을 지새며 잊혀 지지 않는 생각과 잡소리들은 뒤로 하며 눈을 감고 꿈을 취하려 한다.
아름다울 것만 같은 미래, 아름답길 바라는 미래.
그 망상 속에 빠져 지금의 것들을 놓치고 있진 않는지.
벗어나려 하지만, 벗어나지지 않는 현실을 자책하며 현실의 거울을 깨고 싶은 충동 속에 나는 무얼 하고 있는지.
노력이라 하지만 그 말에 떳떳할 수 있는지.
미치겠다고 했지만 정작 미치지 않아 미치진 않았는지.
쓸데없는 걱정이 발목을 잡아 깊은 해저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건 아닌지.
무얼, 어떻게 해야 된지 모르는 막막함 속에서 한심하고 작은 존재를 깎아 내리며
신세한탄, 세상한탄하며 핑계대고 있진 않은지.
소중한 것을 쟁취하기 위해 더 소중한 것들을 잃고 있진 않은지.
과거를 후회하고 회상하고 돌아가고 싶다며, 미련 두고 있는 것을 알면서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진 않은지.
말만 번지르르 하게 핑계로 포장하며 정작 마음속은 새까만 재가 되고 있진 않은지.
나이가 들수록, 세상을 알아갈수록 왠지 모를 허망함에 자신의 존재를 자책하고 있진 않은지.
남이 부러워 시기하고 질투하고 경쟁하는 순간에 자신을 잊고 사는 건 아닌지.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탄광 속에서 헛삽질만 하는 건 아닌지.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서 빛을 찾아 갈망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세상을 알았다 하며 돌아 선건 아닌지.
이게 맞을까, 저게 아닐까 고민하며 둘 다 놓쳐 버리고 있는 건 아닌지.
이런 저런 생각들이 몸을 감사고 마음을 맴돌아 난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는지 난 모르겠다.
이름: 우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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