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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없는 콘서트

한번이라도 공연장에 가본 적이 있는 사람은 공감할지도 모를 이야기이다. 크리스마스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1227, 나는 일본의 어쿠스틱기타 듀오인 데파페페의 내한공연을 보러갔다. 서울에서 하는 공연이라 아침 일찍 버스를 타고 서울에 위치한 마포로 향했다. 대학에 들어가고서 남는 시간을 여행에 자주 투자했던 나는 서울에도 자주 갔었지만, 서울은 매번가도 처음인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도시였다. 지방 소도시청년이라 서울지리에는 문외한인 나는 물어물어 겨우 공연장에 도착했다.

아직 공연 시작 시간은 세 시산 가량이 남아있던 터라 나는 근처 커피숍에 들러 책을 읽기로 했다. 니코스카찬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었는데, 공연 시작에만 온 신경이 가있어서 조르바가 주인공으로 나온다는 것 말고는 책의 내용이 하나도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드디어 공연장으로 입장 하는 시간이 되었다. 나는 생각보다 많은 관객의 수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장에 들어서고 나서도 고향 동네에서만 보던 학교 중 고등학교 강당 크기의(그보다 좁게 느껴지는)예술회관 과는 차원이 다른 크기였다.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내 옆자리의 나보다 약 세살 정도 어려보이는 고등학생 소년이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에게 혼이 나고 있었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전라남도에서 온 사람들인 것을 금방 알 수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고등학생이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이런 공연이나 보러 오냐는 식으로 소년을 혼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내 옆자리의 소년은 어머니에게 혼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웃음기 가득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다. 소년의 어머니는 여전히 못 마ᄄᆞᆼ한 표정을 하고 앉아있었다.

잠시 후 학수고대하던 공연이 시작되었다. 일본인 기타리스트인 데파페페는 관객들에게 항상 한국어로 질문하고 호응을 유도한다. 그럴 때마다 관객석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오곤 하는데, 웃다가 옆을 처다 보니 소년 역시 웃고 있었다. 그러나 수많은 웃음소리 속에서도 홀로 침묵을 유지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 사람은 바로 소년의 어머니였다. 모든 관객들이 박수로 리듬을 타고 있어도 홀로 팔짱을 끼고 있었고, 기타리스트들의 일어나라는 말에도 꿋꿋하게 버티고 앉아있었다. 보다 못한 소년의 등살에 억지로 일어나긴 했으나 자세는 여전히 팔짱을 낀 채였다. 그녀의 표정 또한 가관이었으니, 즐거운 공연에 무표정한 얼굴이란 그 어떤 코미디프로그램 보다도 웃겼다. 너무나도 기다리던 공연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 덕에 공연의 재미는 두 배로 다가왔다.

공연이 끝나고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은 약간 상기된 얼굴로 바뀌어 있었다. 아마도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을 바라보며 이렇게 말했다. “재미도 없는데 왜 이렇게 길어?” 그녀에겐 두 시간이라는 시간이 지옥이었을 것이다. 서울에 올라가서 공연을 보겠다는 아들이 걱정은 되고 그래서 따라왔는데 공연은 재미없고, 얼마나 지루했을지 상상이 간다.

나도 그들과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어서 공연을 보는 내내 남일 같지가 않았다.

 

어려서부터 공연 보는 것을 좋아하던 나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난타라는 공연이 전국 순회공연 도중에 우리지역에서도 공연을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예매를 해버렸다. 나는 공연 하루 전날 까지도 어머니께 예매한 사실을 알려드리지 않았다. 지금이야 어머니와 자주 연극을 보러 다니고 하지만 수능준비를 앞두고 있었던 그 당시의 나로서는 몰래 볼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학원 보충 수업이 있다고 거짓말을 하고서 몰래 공연을 보러갈 요량이었는데, 내 방을 청소하시던 어머니께서 공연 티켓을 발견하시는 바람에 들통이 나고 말았다. 나는 사정사정해서 어머니의 허락을 받아낸 뒤에야 간신히 공연을 볼 수 있었다. 덤으로 어머니께도 티켓을 끊어드리고 함께 공연을 보러 갔었다. 그때의 어머니는 웃고 계시기는 했지만 내 생각에는 머나먼 전라남도에서 아들을 단속하기위해 서울까지 재미없는 공연을 보러온 소년의 어머니처럼 속으로는 재미없다고 느끼신 것은 아니었을까? 내가 기억하는 그날의 어머니는 딱 그날 본 옆자리 소년의 어머니였다.

내 옆자리에서 공연을 보던 소년도 혼자 몰래 오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러려다 운이 없게도 어머니께 발각이 되고 만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소년은 전라남도에서 서울까지 가기 위해서 어떤 거짓말을 했을까? 소년의 어머니는 재미도 없는 공연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철없는 아들이 공부할 시간에 공연을 보러온 것이 한심하다고 생각했을까?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추억이 하나씩은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소년 어머니에게는 재미없는 콘서트일 것이다. 훗날에 자신의 손자에게 네 아버지 때문에 재미없는 콘서트에 다녀왔다. 고 말한다면 얼마나 웃길까? 공연을 보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생각해 보건데, 소년의 어머니에게 그날의 콘서트는 재미없는 콘서트였을지 몰라도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었으므로 행복한 콘서트로 기억되었는지는 또 모를 일이었다. 나의 어머니께서 하신 말씀 하시기를, 아들과 공연을 보고 와서 행복하고 좋은 시간이었다고 하셨다. 소년의 어머니도 그런 기분을 느꼈을까?

아직도 그녀의 무표정한 얼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세계최초일지도 모르는 재미없는 콘서트를 본 그녀는 집으로 돌아가서 또 얼마나 소년에게 화를 내고 있을지 궁금하다



 

최남선 보다 최무선

2015년 새해가 밝은지 얼마 되지 않은 1월에 서울 동국대학교 근처에 위치한 한국 현대문학관에 방문을 했었다. 그 곳은 일제시대 때부터 현제에 이르기 까지 한국 문인들을 소개 해 놓은 곳 이였다. 많은 시인들과 소설가 들을 소개하고 있었지만 그 중에서 내가 알고 있었던 문인들은 이상이나 이육사, 이효석을 비롯하여 열 명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나는 내가 그동안 문학에 대한 열정이 크다고 생각해왔었는데 정작 현실은 문학관에 소개된 문인들 중에 반절도 체 알지 못할 정도로 비약했던 것이었다. 이런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자 스스로에게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더욱 나의 문학에 대한 열정에 회의감을 느끼게 만든 것은 시인 최남선 때문이었다. 나는 수많은 문인들을 거쳐 최남선 시인 앞에 멈춰 섰을 때, 나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의 시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갑자기 머릿속에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이라는 노래가 떠오르면서 화포 최무선이 생각이 났다. 그 순간, 얼마나 내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몰랐다. 최남선, 분명 학창시절에 국어책에서 접한 적이 있던, <해에게서 소년에게>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최남선 이라는 이름을 보자마자 화포 최무선을 떠올렸다니 이것은 마치 콩쥐 팥쥐를 이야기하다가 신데렐라로 넘어가는 격이었다. 그만큼 내 문학적 지식이 얕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책도 많이 읽고 열심히 글도 써왔지만, 정작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인들에 대해서 손톱에 때 수준으로 밖에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숨고 싶었다. 아니 쥐구멍뿐이겠는가, 땀구멍처럼 아주 미세한 공안에라도 숨고 싶었다.

 

그래도 이렇게 나의 부족함을 확인하고 난 후, 더욱 문학에 열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남선을 화포 최무선으로 둔갑시킨 그 날의 사건은 절대로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사람이 살다보면 한 번 정도 실수를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사건은 실수로 덮어버리기에게는 무척이나 본능적으로 최남선을 최무선 이라고 생각해버렸다는 점에서는 실수라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본능이 만들어낸 깨달음이 나를 돌아보게 만들었고, 더욱 열정을 가지게 만들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이번 현대문학관 방문은 무척 뜻 깊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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