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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29 23:13

기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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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소리

 

자정쯤에 주위에 소음이 잦아지면 기적소리가 들린다.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기차인지는 모르지만 한국에서 어렸을 때 들었던 기적소리와

똑같은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처음에는 먼 이국 땅 멕시코에서 들리는 기적소리가 얼마나 신기한지 '이 소리가 정말 기적소리가 맞나' 생각하면서

한참을 들었다.

 

매일 밤이면 들리는 이 기적소리를 따라 나는 어린시절로 돌아간다.

큰엄마와 손을 잡고 어디론가 가고 있었다.

지금은 어느 도시인지 기억이 희미하지만 큰엄마의 친척집에서 밤에 큰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면서 이 기적소리를 들었었다.

태어나서 처음 듣는 기적소리였다.

서울에서 태어나 자라난 나에게는 무척이나 신기하고 크게 들리는 소리였다.

 

나는 날마다 큰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면서 잠이 들곤 했다.

아버지의 전 부인이였던 큰엄마는 남편이 다른 여인에게서 낳은 나를 친자식 이상으로 예뻐하셨다.

왜 그리 예뻐하셨는지 지금도 이해가 잘 안된다.

아마도 당신이 더 이상 아이를 낳을 수 없는 몸이라서 아이에 대한 사랑이 더 지극하지 않았을까

큰엄마는 내가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아 남동생이 바로 생긴 이후부터 나를 데려다 키워주셨다.

나보다 나이가 17살이나 더 많은 큰엄마의 딸과 함께 살았다.

 

'엄마'라고 부르면서....

 

나는 낳아주신 엄마보다 큰엄마를 더 따랐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친엄마와 살기 시작했는데 아들만 예뻐하시는 친엄마가 오히려

계모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았다.

토요일이면 큰엄마네 집에 가서 지내다가 월요일에 학교로 직접 가곤 했다.

내가 결혼해서 아이를 둘이나 낳았는데도 큰엄마는 항상 나를 보시면

" 에그, 밥이나 제대로 끓여 먹는거냐? " 하시면서 안쓰러워 하셨다.

그런 큰엄마를 나는 명절 때나 겨우 볼 수 있었다.

시집살이 하는 처지에 자주 갈 수가 없었다.

큰엄마는 항상 내가 좋아하는 것을 만들어 놓으시고 기다리셨다.

명절 때 뽑아놓은 가래떡으로 만든 '소고기 간장 떡볶이'는 얼마나 맛이 있었던지....

그런 큰엄마는 진갑이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지셨다

병원에서 며칠 못 버티시고 그만 하늘나라로 가셨다.

가슴앓이 하시면서 살아서 그리 일찍 가셨나보다.

진갑 때에 겨우 한복감 한 벌 해 드렸는데 그 옷감으로 옷도 지어 입어보지 못하시고 가셨다.

나는 큰엄마가 돌아가시고 엄마를 잃은 상실감에 매일 매일 이불에 얼굴을 묻고 울었다

그 아픔은 오랜 세월 계속 되었다 

그때는 내 속의 아픔만이 너무 커서 내가 받은 큰엄마의사랑을 미처 깨닫지도 못했다.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 내가 삶이 어떤 것인가를 조금 알게 되었을 때에야 큰엄마의 사랑을 느낄 수가 있었다.

 

얼마나 나를 사랑해 주셨는지....

그리고 그 사랑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오늘도 나는 기적소리를 들으며 큰엄마의 젖가슴을 만지던 그 때를 생각한다.

 

아니...

 

엄마의 젖가슴을.....

 

 

 

김애경

kaekyg@hanmail.net

010-8483-0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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