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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자전거 


 하루가 끝난 후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는 발걸음이 모래주머니를 찬 마냥 무거웠다. 그날따라, 길게 느껴졌던 골목길 중간 즈음, 홀로 처량하게 세워져 있는 전봇대와 주황색 불빛 아래에 그보다 더 외로워 보이는 버려진 자전거 한 대를 보았다. 멀리서 걸어갈 때는 그냥 녹슬고 먼지 쌓인 수명을 다한 자전거 같았지만 그 옆을 지나며 가까이 마주했을 땐, 그리 때 묻지 않은 몸체는 물론 아직 달리기엔 충분해 보이는 체인과 바퀴가 거미줄과 함께 하고 있는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며 또 내 눈에 들어온 건 뒷바퀴에 묶여있는 작은 번호자물쇠였다. 절대 놓아주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가진 듯 한 자물쇠로 인해 자전거는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조건에도 불구하고, 그 능력을 발휘하지 못해 그 곳에서 하루하루 재활용이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그리곤 버려진 자전거를 아무것도 아닌 듯이 지나려 할 때, 문득 자신과 지금의 내 상황이 별로 다를 바가 없다는 촌철살인적인 말을 속삭이듯 자전거는 내 바짓자락을 잡았고, 이내 그 모습에 투영된 생각에 빠져들었다.

  나는 분명 다가올 내 미래에 기대와 설렘을 가진 사람이었다. 누구나가 말하고 부러워한다는 젊음의 청춘을 믿고 새로운 것에 도전해 보고도 싶었고, 그 도전들을 화끈한 결과로도 증명해보이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 그 마음가짐이 내게서 저 멀리 달아나는 기분이 든다. 내가 하고 싶은 것, 하고자 했던 것에 대한 열정은 안정된 미래라는 실로 그 어떤 것보다 허황된 목표에 밀려 찬물을 붓기 바빠졌고, 학생들 개개인의 꿈과 비전이 오로지 취업과 졸업으로 통일되어 있다는 생각을 가진 대학교에서의 날들은 하루하루 기한에 맞춰 과제를 제출하는 것에 온 신경이 곤두서있다.

 하지만 물론 학생의 신분으로 열심히 공부를 하는 것이 미래에 도움이 될 순 있을 것이다. 허나 이 청춘의 노력에 대한 목표가 진정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버려져있는 자전거처럼 진짜 내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시간과 열정에 녹이 슬고 먼지가 앉아 결국 한곳에서만 머물러 타인의 손을 빌려 영혼 없이 일만하는 수동적인 사람이라는 자괴감 속에서 생활할 것만 같다.

 결국 나는 지금, 오지도 않은 미래에서의 안일감을 내새워 나 자신을 숨길 것이 아니라 내면의 뜻이 있다면 그것을 내새워 길을 개척하며 싸움을 해야만 하는 것이다. 혹 그것이 외로운 싸움이라도 적어도 두발 묶인 체 편안하게 먼지 쌓여가는 것보다 나을 것이니 말이다. 나는 절대로 내 삶의 주인임을 포기 하지 않을 것이고, 마음에 걸린 자물쇠 때문에 꿈을 향한 청춘의 열정에 마냥 편안함만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굳은 결심으로 내 마음을 다잡고 길었던 골목길을 벗어날 즈음 비로소 버려진 자전거는 내 바짓자락을 놓아주며 나의 결심 그 몇 배의 용기를 심어주는 듯 했다.








아버지의 잠꼬대


 모두가 아직 꿈에서 허우적거릴 때, 아버지는 또다시 한 집안의 가장이라는 짐을 어깨에 메고 새벽의 아침과 함께 현장으로 나가 누구보다 뜨거운 땀을 흘리며 슬프지만 한마디로 일만 하는 하루를 보낸다. 그렇게 퇴근을 하여 집으로 오면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하루의 노곤함을 씻는 것을 최대 낙이라고 말하는 아버지가 일이 힘드셨는지 술을 거하게 마시고 계시던 어느 날 이었다.

 잠을 자던 중 목이 말라 거실에 나온 내 귀에 소곤소곤 들린 건 다름 아닌 티비를 보다 잠든 아버지의 잠꼬대 소리였다. 너무 애처로운 소리에 홀리듯 옆으로 간 나에게 아버지가 잠꼬대로 한 말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순간 방에 들어가 주무시라고 아버지를 깨우려던 손과 입이 멈추고, 나도 모르게 숨을 죽여 옆에서 아버지의 잠꼬대를 듣게 되었다. 의외로 내용은 너무나 단순했다. 아버지 입에서 나오는 엄마라는 단어와 함께 어린아이와 같이 칭얼대는 듯 한 감정이 전부였다. 하지만 그 짧은 잠꼬대 속에서 나는 아버지의 마음 깊이 자리하고 있는 외로움을 느꼈고, 꿈에서나마 엄마라는 존재 앞에서 가장의 무게를 내려놓고 어린 소년이 된 아버지를 가만히 보고 있자니 가슴 한쪽이 뭉클해져 찡하기 까지 했다.

 그렇게 몇 분 후 엄마를 찾던 아버지는 갑자기 눈을 떳고, 나는 들어가 주무시라는 말을 잽싸게 하고선 물 마시는 척을 했다. 꿈에서 깬 아버지는 언제 그랬냐는 듯 무뚝뚝한 가장으로 돌아왔고, 이불 꼭 덮고 자라는 말을 하시고선 방으로 들어갔다. 무게감에 짓눌려 휘어 보이기 까지 한 뒤돌아선 어깨를 본 나의 머릿속에 문득 아파도 괜찮아. 아빤 또 괜찮아. 라는 문구가 떠올랐다. 모든 일에 괜찮다 괜찮다 하시는 아버지이지만 그것은 가족들에게 강직함만을 보여주고픈 슬픈 변명임을 또 한 번 깨달았고, 그런 아버지라는 존재 역시도 엄마를 그리워하고 칭얼거리고 싶은 누군가의 아들이라는 생각이 그 날 나의 밤을 무척이나 길게 만들었다.

 시간 타령을 그만하고 빠른 시일 내에 사랑하는 아버지와 함께 가까운 산에 등산을 가야겠다는 계획에 이젠 내가 앞장서서 아버지 손을 끌어드려야겠다는 다짐이 밤에 뜬 보름달보다 부푸는 듯 했다.





장준하

010-6638-6027

wnsgkdkx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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