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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와 이별하는 일
김물소



꿈을 꿨다. 소중한 물건들을 하늘로 내던지는 꿈이었다. 처절하게 후회하면서 애타게 찾아다녔다. 남의 집 앞마당을 샅샅이 기어 겨우 지갑 하나를 찾아냈다. 다른 잃어버린 것들은, 뭐였을까.
그로부터 한 달. 오늘도 잠을 자지 못 하고 있다. 

어젠 유일한 동네술친구를 만났다. 실연한 건 녀석인데 하소연은 내가 했다. 변변히 자지도 먹지도 못 한다는 내 말에, 네 삶에 새로운 것들이 왔는데 어찌 그러냐 묻는다. 나는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말해놓고 보니 정말 그랬다.
최근 들어 십 년 관성을 깨고 새삼 주변 사람들을 챙기며 살아보려고 하고 있다. 그리 거창한 것도 아니다. 단지 술친구나 그녀의 생일을 챙기거나 먼저 남의 안부를 물어보는 것 정도. 사소한가. 하지만 십 년 동안 해본 적 없는 일이다. 지독하지. 오랫동안 은둔하여 닫혀 산 탓이다. 남들에겐 당연한 배려, 자연스러운 예절이 내겐 마치 삶을 새로 시작하는 것처럼 힘들다. 특히 그 중에서도 가장 힘든 건, 어느 날 사라져버리지 않는 일. 오랜 타성, 오랜 습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을 끊고 웹상의 내 흔적들을 집요하게 지운 다음 모든 증인들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일을, 이젠 해선 안 돼. 그러니까, 텅 빈 방, 한산한 낮, J와 나만 남겨지는 일을, 멋대로 할 수 없게 됐다는 이야기다.
사라져야 할 건 내가 아니라 J다. 공기 같은 J.

나와 J는 한때 같이 살았다. 아침에 눈 뜨자 마자 어느 쪽 집에든 달려가 새벽까지 같이 있었다. 우리는 절대 서로를 혼자 내버려두는 일이 없었다. 그러니까 정말 하루종일 다같이 이야기를 나누고─우린 친구들이 많았지─, 그림을 그리고, 책과 영상을 공유하고, 애니메이션을 직접 만들어 보거나 이런저런 기획을 구상하기도 했던 것 같다. 그와 살았을 때 가장 수많은 걸 했다. 꿈꾸는 법은 그때 배웠다. 그게 벌써 10년 전 일이다.

오늘 낮엔 내내 눈보라가 몰아쳐 사위가 어둡더니 해가 한순간에 사라졌다. J가 창밖에 유령처럼 서 있었다.

밤도 낮도 뜬눈으로 지새우고 있다. 일상공기가 질식할 것처럼 죄여든다. 10년의 회한을 거두어들이는 일. 바로 어제까지의 삶이 숭텅 잘려나가고 있는데 나는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간혹 산 사람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때만 살 것 같다. 일이 밀리고 입금이 지연되고 그 와중에 오랜 세월 닫혀 있던 몸이 열렸다. 잠을 자는 일도 밥을 먹는 일도 죄다 낯설게 느껴진다. 낯설다. 이 삶. 이 생명. 밤마다 J가 내려온다. 오늘도 잠들지 못할 것이다.

J는 내 삶의 행성이었다. 나는 그 위성이었다. 나는 항상 같은 궤도를 그리며 J 주위를 떠다녔다. 늘 인력이 작용했다. 아주 가끔 내 발치로 혜성들이 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것을, 나는 부러운 눈으로 지켜보았다. 그들은 나보다 행복해 보였다. 그러고 나는 다시 구심력으로 빙글빙글 돌았다.
아주 가아끔. 원심력으로 튕겨져 나가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그러면 나는 내 행성을 더 꼬옥 붙들거나 내 머릿속의 우주 부스러기를 긁어모아 질량을 늘리는 식으로 해서, 또다시 J가 나를 버릴 수 없도록 내가 J를 버릴 수 없도록 했다.
우리에겐 항성이 있었다. 그건 아주 뜨겁고 위협적으로 도사리는 거대한 꿈이었고…… 네가 사라진 후에도 우리의 꿈이 내 머리 위에서 변함없이 엄청난 온도로 숨을 몰아쉬고 있었기에…… 아니 나의 꿈인가…… 그래 때로 아니 종종, 아니 사실은 한평생에 걸쳐. 나는 모행성 J보다 그 너머의 태양을 바라보는 일이 행복했다. 나, 내 삶을 살고 싶었으니까.
그러니 나는 이제 너를 버리고 싶다.
가달라. 제발 가달라.
더 이상 오지 말아줘. 밤에 잠을 못 자고 있어.
밤이 되면 왜 열다섯 살 그날 밤 죽지 않았을까 자꾸 후회해. 그랬다면 네 남은 생에 평생 족적을 남겼을 텐데. 너의 몸에 큰 구멍을 뚫었을 텐데. 버려지고 남겨지는 게 나만이 아니었을 텐데.
진작에 이별해야 했을 많은 것들이 망령이 되어 나를 싸안아. 나를 버려.
내 삶에서 사라져.
네가 죽었으면.

안다. J는 이미 죽었다. 내가 내 속에서 몇 번이고 죽였다. 수회 너의 머리를 깨뜨리고, 트럭을 몰아 밟아 죽였다. 돌연 너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았던 날─지금 거신 전화는 없는 번호이오니─내가 혼자 남겨진 그날로부터 너는 이미 내 삶에서 오래 전에 죽은 영혼이었다.

알고 있다. 내가 정말 죽이고 싶은 건 과거의 것들이라는 것을. J는 총체다. 그는 모든 기억이다. 밤이면 내게 닥쳐오는 이 모든 것들─증오하는 것들, 사랑하는 것들, 한때 나를 구원하고 나를 살게 한 것들을 내가 J의 이니셜로 부르고 있을 뿐이다. 과거의 사건과 미래에도 드리운 망령 속에서 아무리 비명을 질러대봤자 정작 내가 울음을 터뜨리는 자리는 지금 이 이불 위인 것을.

어느 하루.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마치 줄곧 지켜봐왔다는 것처럼 곁에 새로운 사람들이 누워 있었다. 사위가 밝았고 그 밝기를 보아 이미 정오였다. 나는 다시 잠들기로 했다. 창밖에 웅웅 바람부는 소리를 들으며 감은 눈꺼풀 너머로 내 인생에 새로 내려온 자들을 오랫동안 지켜 보았다. 꼼짝도 않고 누웠던 그들 중 한 명이 묻는다…… 왜 울어? 나는 눈도 뜨지 않고 대답한다. 상실이 너무 커서.
오래된 것들과 이별해야 돼.

지금 몇 시쯤 됐을까. 나는 여전히 잠들지 못하고 있다. 망령들과 싸우는 대신 이제 나는 한밤중 독서등 불빛에 의지해 이 글을 쓰고 있다. 쓰지 않고선 뱉지 않고선 단물이 날 때까지 씹고 씹지 않고선 견딜 수 없는 나날들이라…… 그래 이건 남들이 자는 일과 다름이 없어. 끊임없이 꿈을 꾸다 아침에 일어나면 생각을 옮겨주는 기계처럼 기록이 남겨져 있다는 게 다를 뿐이야. 부산함은 그 애들이 떠나고 있기 때문이야. 춤을 추면서 내게 긴긴 마지막 인사를 건네는 거야. 한 명씩 잠들어가고 있어. 그리고 그들의 빈자리에 새로운 것들이 밀고 차올라…… 노트 위에 엎드린 거북목을 들어 창밖을 올려다본다. 밤하늘 별빛이 아직 총총하다. 풍요로운, 불면의 축제.
곧 해가 밝을 것이다. 그럼 망령들은 유백색으로 투명해지며 내게 정말 영원한 작별을 고하리라…….





타인의 목소리를 받아들이는 일
김물소


그 애와의 대화.
처음엔 보통 남들과 얘기할 때와 같았다. 그 앤 날 작가님이라 불렀고 나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제 만화나 재밌지 저랑 얘기해봤자 재미없어요.
그 앤 유난히 친근하게 사람의 팔을 쓰다듬는 애였다. 나는 독침에 쏘인 듯 화들짝 놀라 직업을 핑계로 냉큼 작업실에 숨어들었고 날 언니라고 부르게 된 그 앤 회선 너머로 존재하게 됐다. 그 앤 자주 전화를 걸었다. 누군가와의 긴 대화가 익숙치 않은 나는 핸드폰을 들지 않은 나머지 한 손으로 낙서를 끄적이며 어눌하게 끄덕이기만을 반복했다. 내가 서툴어 보인다면 다 작업 때문일 거야.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선 핸드폰을 베개 옆자리에 아기처럼 고이 누이게 됐다. 나는 그 옆에 두 손을 얌전히 배 위에 포갠 채 눕는다. 그러면 통화하는 목소리가 나란해진다. 마치 이야기하는 그 애가 바로 내 옆에 누워 있는 것처럼…… 나긋나긋해. 문득, 나 아닌 타인의 목소리가 궁금해져 녹음 버튼을 누른다.
새벽 4시. 바로 곁에서 속삭이던 음성이 귀에 쟁쟁하다. 허전함에 잠들 수 없다. 통화녹음을 찾아 본다. 몇 개의 저장파일들, 러닝타임은 15분에서 40분 가량. 재생. 시작부터 그 애가 울고 있다. 처음으로 나와, 타인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본다.


나는 오랫동안 사람들과 아귀를 맞추지 못하고 살아왔다.
─시선처리나 눈맞춤이 남들처럼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형성이 안 돼서. 나중에 혼자 따로 학습하고 익혔어.
─사람 만날 때마다 과제하는 느낌이겠네.
─뭐, 예전만큼은 아냐. 구구단 같은 거라. 구구단 많이 하면 2×3 정도는 자동으로 나오잖아. 근데 미리 긴장하거나 의식하면─이상하게 보이면 안 돼─들키면 안 돼─난이도가 순식간에 두 자리 수 구구단이 돼─그러니까, 상대방에게 잘 보이고 싶거나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라면.
자기가 듣는 자기 자신의 목소리는 뼈를 타고 울리기 때문에 실제 남들에게 들리는 소리와는 다르다고 한다. 그렇다면 내 뼈는 이 젊은 나이에 유난히 폭 삭은 건가. 골밀도가 낮아 이토록 챙챙 울리고 끔찍한 소리가 나는가…… 아니다 한바탕 '대화'를 치르고 나면 아주 자주 목구멍이 아프므로 내 것은 실제로도 아주 찢어지는 고양이 소리일 것이다…… 사람들은 카랑카랑한 내 목소리가 귀를 긁는 것 같다고 했고 나는 사랑을 받기를 포기하여.
사랑받지 않아도 된다. 섬동네 산자락 작업실로 조용히 은신하며 생각했다. 틀어박혀 작업만 하다 보면 언젠간 창작으로만 먹고 살 수 있는 날이 오겠지. 글이든, 만화든…… 그땐 이빨로 혀를 끊고 영원히 침묵하며 살아가야지. 
누군가는 묻겠지.
─창작은 대화가 아니란 말인가요?
─모르겠습니다. 듣고 싶지 않습니다.


반면 퍽 사교적인 그녀의 화법은 그 지긋지긋한 눈빛들의 상징 그 자체였다─당신의 말은 너무 빨라요─당신 목소리는 고음이에요─사투리가 심하시네요 원래 그 지방은 그래요?─혹시, 나랑 얘기하는 게 싫어요?……
그 앤 내 만화가 시 같다고 했다. 허튼 소리. 나는 시를 읽을 줄 모른다고 말한다. 연과 연 사이의 침묵이 아득하다고, 나를 노려보는 타인이 나에 대해 정의내리고 있을 것 같은 그 정적을 견딜 수 없노라고. 늘 글자를 처음 배우는 시절 같은 눈맞춤, 뼈다귀처럼 매사 삐걱이던 대화들. 그 사이사이 공백, 우회와 함축, 눈빛, 뜸들이는 운문. 굳이 휘돌아 꽃에 가 닿는 나비의 언어. 나를 불안하게 하는 그 침묵, 그들의 고요를 알아들을 수 없다. 그들은 나를 이해할 수 없고, 나는 그들에게 공감할 수 없다.


다 돌아간 녹음파일을 다시 재생한다. 그 애가 다시 운다. 우리는 울음의 방식조차 다르다. 나는 강풍이 나뭇잎을 파스스 부서뜨리는 한낮에 불처럼 울부짖고 그 앤 고요한 한밤에 젖어들 듯 훌쩍인다.
─나는 언니가 지나치게 빠르게 판단한 것, 내 말을 듣지 않은 것, 편집해서 해석한 것에 상처를 받았어. 솔직히 상처라기보단 빡쳤지…… 화났지…….
내 말은 평소 아주 빨랐고 자주 그 애 말을 삼켰다. 그녀가 드디어 그것을 문제 삼는 것이다. 어쩔 수 없어. 너랑 나는 다른 사람이야. 너는 조심조심 서행하는 안전운전자, 나는 중앙선을 침범하는 폭주 드라이버. 나는 팽팽하게 날이 선 맹수처럼 말을 하는데, 너는 너무 온순한 초식동물이야. 그러나 나는 이 맑은 눈망울의 짐승 또한 나를 삼켜 먹을 것 같아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음절 한 음절이 찌릿찌릿 아프다. 타인을 이해하고 받아들여지기를 너무나 일찍 포기해버린 데 대한 대가인가. 그녀가 잠시 호흡을 고르는 동안 나의 긴장된 숨소리가 느껴진다. 퉁겨나갈, 준비.
─내가 관계 맺기에 대한 언급을 몇 번이나 했는데. 좋은 말은 똥꼬로 듣고 나쁜말만 귀로듣고!
─아.
─그거 재조립하고!! 은근 내 말 잘 듣지도 않지… 난 말 다 끝나지도 않았는
─어 그게
─가만히 있어.
─…….
─말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 먼저 분석하고 오해하지……
나는 벌에 쏘인 겁쟁이 사자가 되어 순식간에 움츠러든다. 역시 이 앤 내게 자극이야. 아퍼.
─다만, 나는 좀 더 기다릴 뿐이라고. 내가 어? 얼마나 어? 부드럽게 어? 기다려주면서 어?? 내가 진짜 오랜만에 예쁜 사람 만나서 좀 우아떨고, 상냥하게 다정하게, 이 언니 관계맺기 오랜만이니까 어???? 기다려주면서 어????? 다치지 않게 어?? 그렇게 내가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데!??!?!?!!? 그런 건 그냥 배려라고 생각하란 말이야, 배려란 말이야!
─후……
침묵.


(아 다시 혼자가 되고 싶어)
.
…….
─있지. 요리를 할 때, 센 불에 빠르게 해야하는 요리가 있고 약불에서 오래 해야하는 요리가 있어. 어떤 것들은 밑작업을 해주어야 하고 어떤 것들을 오히려 그런 것들을 하면 안 돼. 가지 겉껍질을 벗겨서 요리하거나 당근을 깎지도 않고 삶거나…… 나는 그런 식으로 요리를 망치고 싶지 않아. 그래서 나는 때론 기다리고 때론 바로 말하는 거야.
─무슨 무슨 생각이 들면, 그래서 불안하고 초조하면 메일을 보내요. 내가 컨펌할게. 나와의 일이니까. 같이 이야기하고 오해하는 부분이 없었음 좋겠어요.
─관계맺음은 어떤 혹독한 훈련을 받아야만 가능한 게 아니야. 나와 언니는 파장이 맞는다고 했잖아.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서로 자연스럽게 참 좋은 걸 이뤄낼 수 있는게 아닐까……
파일 재생이 끝나가고 있다. 사근사근한 목소리에 비로소 잠이 드는 듯도 하다……


─언니. 내 시 보내줄게.
어느 정오, 화창한 음조에 차마 나 시 안 좋아한다고 했잖아 소릴 못 한다.
시는 그녀 자신의 말투와 비슷했다. 그 애의 나긋나긋한 어조, 느린 호흡, 다정한 눈길이 떠오른다. 문득 나 또한 소리내어 읽고 싶어졌다. 말을 주고받듯. 템포를 맞춰보고 싶다. 그 애가 언젠가 그랬다. 난 내가 노래부르는 걸 들어주는 사람을 좋아해...... 그렇다면 난 그 노랫말이란 어떤 느낌일지 알고 싶어서. 낭송해보고 싶어.
그리고 그, 호흡과, 내.
─통화 목소리를 믿어도 되는 건가.
─응?
─아니, 녹음이. 내 목소리 생각보다 너무 어린애 같아서. 비음 막 섞여 있고……
─아냐 언니 목소리 실제로도 그래. 애교 많구 애기 같구……
녹음파일, 우리의 대화, 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
파일을 반복재생한다. 또다시 울음소리다. 그 애 목소리가 이제야 내게 와 닿는다. 팔랑팔랑. 까무룩 잠이 드는 나의 숨소리. 정(定). 고요한 밤 눈물이 소리없이 스민다.


나보다 인생을 앞서 산 어느 낯모르는 이의 말을 기억해낸다. "호칭을 부르고,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한다고, 말을 한 건 아니다. 그걸 둘이 차례로 번갈아 한다고 그게 대화니. '대화'는 일단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하고 하면서 연습해야 한다. '대화'라는 게 원래 얼마나 어렵고 무력한 건지 알아야 그걸 잘 해낼 방법을 연구하게 되고……"*

사람과 살아간다는 게 이런 것일까. 창작은 또 어떠한가. 타인과의 교류 없이, 대화 없이 골방에 틀어박혀 단지 그림을 그리고 문자만 뱉어내다 보면 뭔가 나오겠지 나의 날것만 들여다보던. 이제 비로소 삶을 아는 걸까. 다각다각 아귀 맞춰 들어가는 길. 서로의 조각을 끼워가는 일.


그 앤 사람을 만질 줄 안다. 나는 세상에 길들여지지 않은 내 몸뚱이가 낯부끄럽다. 언니 만화는 시 같애. 따뜻한 손바닥에 살갗이 달라붙는다.
이리, 살을 맞추듯 말을 맞추고……
그래서 언젠가 우리의 모든 녹음이 노래가 되었으면.

나, 이제 노래를 아는 사람이 되리라.


*트위터 계정 @antipoint(박작가)님, 2015년 2월 10일 트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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