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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0 16:36

우상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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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에 대해서

 

 

사람이 살면서 자신의 우상을 실제로 보는 일이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우상으로 삼을만한 사람을 못 정했을 수도 있고, 너무 멀리 있어서, 혹은 내가 너무 바쁘단 핑계들로 우상을 볼 기회를 놓치곤 한다. 그런 점에서 내가 대구까지 가서 이선희를 본 건 행운이었다.

어색하게 처음 벡스코에 도착하니 여러 중년 분들이 보였다. 수많은 사람을 뚫고 들어가 자리에 앉았고 팬 카페에서 홍당무를 닮은 야광봉을 하나씩 나눠주곤 했다. 30년 전 이선희의 모습과 지금 모습이 같이 있는 포스터가 벽을 장식하고 있었으며, 내 옆에서는 방송국 카메라들이 촬영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시간이 되었고 웅장하게 오케스트라가 등장했다.

그리고 그 이후에 무대로 등장한 그녀를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무대 위에 서 있는 사람을 본 기억은 여럿이지만 그중에서 그렇게까지 빛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사람이 그렇게 빛날 수 있는지 그때 그녀를 보면서 처음 알았다. 무대 위에서 빛나는 그녀를 보자니 옛날에 읽었던 문구가 생각났다. 사람은 모두 하나의 불씨와 촛불을 가지고 있으며 그걸 자신을 밝히는데 쓸 수도 있고 남을 밝히는데 쓸 수도 있다는 말이. 객석을 가득 채운 천명, 그리고 전국에 있던 수많은 팬들의 빛을 받다보니 저렇게 빛이 날 수 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렇게 빛나는 그녀가 밝게 인사하고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무대가 시작되었다.

노래가 시작되고 어색하게 있던 사람들도 자연스럽게 야광봉을 들고 팔을 양쪽으로 흔들기 시작했고, 천개의 흔들림에 여전한 노래로 화답했다. 관객석을 꽉 채우고도 남을 것 같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세월이 단순히 흐르는 게 아니라 쌓이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직까지도 저렇게 폭발적인 목소리로 노래할 수 있는 이유가 30년이란 세월이 그녀를 늙고 무디게 만든게 아니라 그 세월이 켜켜히 쌓여 거대한 나무가 된 것 같았다.

노래는 잔잔한 노래들을 거쳐 나 항상 그대를같은 시대를 관통하는 명곡, ‘인연이나 그 중에 그대를 만나같은 최근 노래도 나오고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었다. 부모님과 함께 온 딸도, 가족끼리, 혹은 친구끼리 온 중년들도 혼자 갔던 나도 모두 일어나서 다 함께 목청높여 노래 부르기 시작했다. 오십이라는 나이에 저렇게 모두를 열광시킬 정도로 노래할 수 있는게 재능일까 아니면 삼십년간 그녀를 노래라는 한길로 걸어갈 수 있게 만든 그 능력이 재능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나 또한 그녀와 같이, 그들과 같이 내 자리에서 뛰고 노래하고 즐겼다.

마지막으로 ‘j에게의 도입부가 울려 퍼질 때, 사람들은 다 각자의 생각을 하는 것처럼 보였다. 대구 벡스코 5. 물리적으론 모두 그곳에 있었지만 모두가 다르게 각자의 시간으로 떠났을 것이다. 30년 전 강변가요제의 그 때로, 88년의 그 겨울로, 09년의 겨울의 마지막 자락으로. 그렇게 만들어준 그녀에게 감사하며.

혹시 지금 우상을 한 번도 보지 못한 사람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한번 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 어떤 경험보다도 값지고 황홀했던 경험이었다. 그리고 또한 나도 그녀처럼 누군가를 그렇게 열광시키면서도 깊게 생각하게 만들고, 보고 싶어 안달나게 하면서도 같이 있는 것 만 으로도 만족시키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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