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15
어제:
79
전체:
306,328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87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2017.04.13 17:05

벚꽃의 자격

조회 수 30 추천 수 1 댓글 1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벚꽃의 자격 


 얼마 전 있던 일이다.

 내가 사는 곳 근처에는 봄가을로 은행 냄새와 벚꽃향이 진하다.

 은행이 발에 채일 때는 진저리치지만 벚꽃의 분분함은 또 쉽사리 밉지 않은 것이 사람의 마음이다. 그렇다고 애호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양쪽으로 번갈은 채 누가 싫든 좋든 태연하게 사람들을 마중하고 선 그 모양이 호불호를 사기 어렵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녀석들은 교묘하게 사람의 안중에서 벗어나 있어서, 나는 지나칠 때마다 멈추고 넋을 놓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냥 배경물에 불과한 것이다. 그럴 때는 홀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을 누린다.

 가로수가 심긴 곳이 등굣길인 것을 미루어보면 이 나라의 학생들은 나무와 같이 계절을 타기에는 너무 바쁜 것일 수도 있다. 그 날도 등굣길을 걸으면서 벚꽃을 보고 있었다. 이형기 시인의 시가 생각나는 낙화였는데, 개중 나뭇가지에 매달리기가 파릇한 꽃 한 송이가 대뜸 입을 여는 것이 아닌가.

 자세히 보니 젖살이 채 안 빠진 중학생이었다. 벚꽃 운운하는 모양새가 꽤 반갑다.

 ‘이 녀석은 안 바쁜 모양인가 보구나!’

 그러고 있는데 반응없이 걷는 친구가 섭섭했는지 녀석이 냉큼 화제를 바꾼다.

 “야, 넌 어른 되고 싶냐? 어떨 거 같음?”
 “민증 나오겠지 딴 거 있냐 뭐.”
 “민증은, 씨바, 집에서 굴러댕기는 우리 오빠도 받는 거고. 좀 다른 거 있잖아.”
 “술?”
 “아니, 흐흐. 것도 그렇지만... ... .”

 가만히 듣고 있자니 어린 애들이 하는 얘기가 맹랑하다.

 “나는 연애를 한다면 그래도 오빠 쪽이 나을 거 같아. 아저씬 심했고, 고딩? 아님 내 차 있는 대학생!”
 “지랄, 누가 만나주긴 한대?”
 “말을 해도... ... . 우리 반 애들 보면 진짜 유치하잖아. 난 좀, 나를 이해해주고, 말 들어주는 타입이 끌리드라. 완전 연상 취향~”
 “오, 그건 쫌 공감.”
 “그치, 그게 다 똑같다 해도 좀 사회 물 먹은 사람들은 다르다니까. 어디서 읽었는데, 사람은 나이 먹는 만큼 깊어진대. 멋있지 이 말?”

 그 즈음 마침 전화가 와서 받아보니 뒷자리 강 주임의 전화였다.

 월말 정산을 뭐 이렇게 해놨냐고 바락거리는 그의 말을 들으면서 나는 봄날의 앨리스에서 현실로 깨어났다.

 이미 중학생들은 사라지고 없었다.

 이형기 시인은 낙화에 빗대어 가야 할 때를 아는 이의 아름다움을 ‘나의 청춘은 꽃답게 진다’라고 서술했다. 위를 보자 가지에 매달린 꽃송이의 모양새가 아까의 녀석과는 다르게 사뭇 아슬아슬하다. 나는 그걸 보고 문득 내가 피었던 시절을 겹쳐보고서는, 질 때를 모르는 것이 벚꽃의 자격인가 하였다.

-


이동준

010 4945 0641

sspwing@naver.com

  • profile
    korean 2017.06.30 16:43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613 [제 28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부문 - 고향 외 1편 1 최리 2019.04.09 28
612 우리 동네 벚꽃 2015.04.06 29
611 [제20차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응모]'남편에게 쓰는 편지','놓지 못함' 1 서은 2017.12.07 29
610 부모란 이름으로, 나야 나 1 연예인 2018.02.10 29
609 22차 창작 콘테스트 - 수필 : 모차르트에게 수학을 가르친다면, 용기라는 이름의 기적 1 uzually 2018.04.02 29
608 제 27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늪 속에 빛] 1 shasha 2019.01.09 29
607 제30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부문 응모:타작마당 외 1편 1 찬물샘 2019.07.21 29
606 아이들에게 전하고 싶은말<2편> 1 지금 2019.11.02 29
605 [epilogue] 2편 1 천천히걷자 2019.11.13 29
604 제29차 창작콘테스트 수필공모-용의 머리뿐만이 아닌 꼬리도 가질 수 있다면.. 1 19사학과 2019.06.10 29
603 종을 울리다. 1 김동오 2016.10.10 30
602 ▬▬▬▬▬ <창작콘테스트> 제12차 공모전을 마감하고, 이후 제13차 공모전을 접수합니다 ▬▬▬▬▬ korean 2016.08.11 30
601 [ 월간문학 한국인 제19차 창작콘테스트] 가을 맛소금 2017.10.04 30
600 별똥별을 바라 본 소년들, 피자 빵 1 서한 2017.02.17 30
599 나의 봄날 1 쵬지 2017.05.01 30
» 벚꽃의 자격 1 암거나 2017.04.13 30
597 창작콘테스트 응모 말, 레밍. 1 리비도 2017.06.04 30
596 제 24차 창작콘테스트 수필부문 공모 - <소주는 공병이 되었으니 슬픔을 꺼내야한다> 외 1편 1 여을 2018.07.29 30
595 제 26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문학을 읽고서> 1 비령수 2018.10.30 30
594 [제 27차 창작콘테스트 수필 공모] - 꿈을 사는 기분이 어때요? 1 Dineo 2019.01.16 30
Board Pagination Prev 1 ... 5 6 7 8 9 10 11 12 13 14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