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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1 17:08

나의 봄날

조회 수 30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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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도 찬란한 스물일곱의 봄.

 

어쩐지, 너무나 찬란하다 싶었다.

내 삶에 없던 찬란함을 누리고 있었음을 새삼 날카로운 차가움이 가르쳐준다.

그냥 평펌한 봄날이었다 오늘도. 아니 평범하지 않은 봄날이었다. 오늘도 아침이 찬란했으니. 찬란함이 익숙해질 만큼 행복한 날들을 보내왔다. 적어도 이 한 달은.

 

편의점에 들어섰다.

 

수많은 컵라면들을 보다가 하나를 골라 들고는 한참을 고민했다. 1500원이 넘는 프리미엄라면이었기에. 라면 하나를 고르는데 여러 기준을 들이댄다. 배가 고프지 않을 양인가, 가격은 어떤가, 가격대비의 만족도는 어떨 것인가. 고민 끝에 1600원짜리 라면을 골라 집었다. 나름의 사치를 부려본다. 오늘은 대학원 수업도 있는 날이라 맛있게, 든든히 먹어둬야 한다고 합리화를 시켜가며 고른 것이다.

 

...... 오늘은 밥도 먹고 싶은데....... 즉석밥을 바라보다 제일 싼 1350원짜리 작은 햇반을 집어 들었다. 130g이네. 210g짜리 보통 사이즈의 밥은 조금 더 비싸다.

 

라면에 즉석밥, 총합 2950. 통신사 할인 받아야지!하고 생각하는 찰나에 깨닫는다. 3000원이 안되니 할인이 100원 밖에 되질 않는다. 그 아래에 1450원짜리 210g짜리 오뚜기밥이 보석처럼 반짝인다. 아 이 정도면 납득할 수 있는 가격이지. 역시 오뚜기밥 최고! 컵라면과 오뚜기밥을 들고 계산대로 걸어간다. 3050. 150원을 할인 받아 2900원을 결제하고 돌아서니 앉을 자리가 없다. 서서 먹어야지 뭐.

서서 라면을 먹는 내 모습이 안쓰럽지만, 주린 배는 채워야하니 입에 밀어 넣기 시작한다. 라면은 달큰한 맛이 났다. 내 취향이 아니다. 그래도 1600원짜리 프리미엄 라면이니 마저 입으로 가져간다.

 

드디어 한 사람이 일어났다. 남자친구에게 카톡을 보냈다. 매일 점심이 부실해보여 걱정된다 했던 남자친구에게 오늘은 당당하게 사진을 보낸다. 오뚜기밥이 있으니 당당하다.

 

요즘 돈 없어서 편의점에서 점심 먹는 거지? 계좌번호 불러

 

남자친구의 말에 무턱대고 눈물이 용솟음친다.

 

알량한 자존심 때문이었을까, 일 때문에 빨리 먹고 올라간다는 말을 뱉고는 눈물이 왈칵, 또 왈칵. 하지만 잘 알고 있다. 이곳은 눈물을 흘리기에 적당한 곳이 아니다. 편의점에 그 흔한 냅킨 한 장 보이질 않는다. 입고 있던 가디건으로 눈물을 대충 훔쳐낸다. 체할 것만 같다. 그래도 우겨넣는다. 살아야하니까. 남은 하루도 힘을 내야하니까.

 

글쟁이 친구에게 아픈 청춘에 대해 글을 하나 써달라고 부탁하는 카톡을 보낸다. 주인공은 편의점에서 컵라면과 오뚜기밥을 먹다가 울어야하고, 오뚜기 밥을 먹는 이유는 햇반보다 싸기 때문이라고. 글이 완성되면 공유해달라고. 그거면 내 인생이 위로가 될 것 같았다. 그냥 괜찮다고 생각이 들 것만 같았다.

 

갑작스레 잠이 몰려온다.

 

봄은 봄인가보다. 나른한 것이.

 

이대로 잠이 든다면 깨어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내 인생, 내 삶, 꿈에서나마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고용불안정을 느끼는 꿈, 돈이 없어 괴로운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만 그건 꿈이 아니기에 깨어날 조건조차 성립하지 않는다.

 

 

3분 후에는 수업에 들어간다. 내 봄날은 찬란할 거라 믿고 있을 학생들에게 오늘도 연기를 한다. 활짝 웃으며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선생님처럼.

 

-

내 봄은 찬란하지 않다. 밝지도 않다.

하지만

내 봄이 찬란하지는 못할지언정, 후지지는 않았다.

내 청춘이 어두울지언정 낡지는 않았다.

밝은 어두움 속에서

오늘도

꿈을 꾼다.

-

 

돈 벌러 가야지.

 

글을 마친다..



  • profile
    korean 2017.06.30 16:54
    잘 감상했습니다.
    열심히 습작을 거듭하다보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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