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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척의 유토피아



  현실의 원리와 이론이 전혀 작용하지 않고 비합리적이며 비논리적인 일들이 곳곳에서 발생해도 그걸 당연한 것이라 여기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세계가 있다. 나는 그곳에서 유명한 배우가 되기도 하고 전쟁으로 인한 피난민이 되기도 하며 어쩔 땐 생생한 죽음을 경험해 쥐죽은 듯한 고요를 맞이하는 경우도 있다. 시시각각 바뀌는 장면의 부자연스러움을 눈치 채지 못하고 그것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일인 양 자연스럽게 지낸다. 이렇듯 비현실적인 일들이 무한히 일어나는 곳.


그곳은 바로 ‘꿈의 세계’이다.


***


  초등학생 시절에 아주 독특하고도 기묘한 꿈을 꾸었다. 집안에는 나와 부모님이 있었는데 두 분께서는 차인지 커피인지 모를 것을 마시며 간간이 웃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난 부엌이라든지 화장실을 들락날락거리며 아무생각 없이 집안을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러다가 귀신에게 홀린 듯이 나도 모르게 현관으로 가서 문을 덜컥 열어버렸는데 그 너머로 보이는 것은 물감으로 칠한 듯 파란 하늘과 새하얀 구름, 그리고 내 발 아래에서 빛나고 있던 형형색색의 지붕들이었다. 지상에 있는 수많은 집들 중에서 우리집만이 하늘을 유유히 날고 있었다. 이것은 꿈이었기에 꿈속의 내가 하늘을 날고 있는 집에 있으면서도 비명을 지르며 놀라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또한 응당 그렇게 느꼈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조금 더 현실의 이치에 얽매여 있었던 듯하다. 문득 ‘이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채버린 것이다. 이전까지는 그저 제3자의 위치에서 내가 나를 지켜보고 있었는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하자마자 수동적으로 움직이던 장난감이 자기 의지를 가지게 되어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된 것처럼 인형 같던 내가 현실의 진짜 나로 바뀌며 꿈속 공간에서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생생하고도 낯선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나는 퀴즈의 정답을 맞힌 아이처럼 크게 흥분하고 고조되어 단숨에 뒤돌아 여전히 무엇인가를 마시며 대화하고 있던 엄마와 아빠에게 거만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물었다.


“이거 꿈이지?”


  꿈속의 두 분은 눈을 동그랗게 뜨곤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웃음을 터뜨리셨다. 사실 내가 예상했던 반응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래서 순순히 본인들이 가짜임을 인정하지 않는 두 사람에게 오기가 생겼고 문을 열어둔 현관으로 다시 몸을 돌려 아득하게 내려다보이는 지붕을 바라보며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이게 꿈이라면 여기서 뛰어내려도 죽지 않겠지.”


  발끝이 곧 떨어질 듯이 현관 문턱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있었고 두 손은 조심스레 양쪽 문의 벽을 잡고 있었다. 바람에 휩쓸린 검은 머리카락이 내가 떨어져야 할 지상을 가리키며 나부대고 있었다. 그대로 한걸음만 나아가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그리고 경험할 필요가 없었던 추락이 무엇인지 알게 될 터였다. 그렇게 눈을 꾹 감고 몸을 앞으로 구부려서 떨어지려한 순간이었다.


‘근데 이게 꿈이 아니라면 어쩌지?’


  갑자기 무섭고도 두려운 감정이 내 머리를 강타하며 단단했던 용기를 꺾어버렸다. 확실하지 않은 죽음의 공포가 그저 초등학생뿐일 나를 자비 없이 덮치며 여린 다리를 볼품없이 덜덜 떨게 하고 엉덩이를 뒤로 쭉 빼게 하여 절대 문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막은 것이었다.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 나는 뛰어내리지 못한 채 꿈에서 깨고 말았다. 꿈을 꿨던 직후에는 이 꿈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었다. 이것이 꿈속에서 꿈임을 인지하는 ‘자각몽’임을 시간이 꽤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


  그 이후로 몇 년간 자각몽을 꾸지 못했다. 물론 그런 개념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또 자각몽을 꾸게 되었는데 그 꿈은 이전에 맞닥뜨린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엄청난 황홀감을 선사해주었다. 단순히 꿈을 꾸고 있다는 것만을 알게 된 것이 아니라 꿈 자체를 제어할 수 있었다. 현실에서 한 번도 하늘을 날아본 적이 없건만 몸을 띄워서 자유자재로 왔다갔다 부유할 수 있었다. 가장 신기했던 것은 공중에 떠있는 감각 자체가 현실처럼 생생했다는 것이다. 중력에 의해 몸이 약간 밑으로 쏠리는 느낌하며, 온도를 가늠할 순 없었지만 분명히 알 수 있는 바람의 움직임과 같은 촉감을 온몸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게다가 주위에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유럽풍의 건물들이 즐비해 있었다. 이런 멋진 건물들을 상상해내고 마법처럼 하늘을 날 수 있다니. 정신을 감전시키는 듯 짜릿한 감각에 취해 나는 마치 어떤 초인을 넘어서 신이 된 기분이었다.

  마약을 먹고 본다는 환상이 바로 이런 걸까. 수면마취를 받을 때 겪게 된다는 현상이 바로 이런 걸까. 그게 맞다고 한다면 왜 일부 사람들이 그런 무의미한 것들에 중독이 되어 끊지 못하고 미치도록 갈구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느 유명한 영화 속 인물처럼 현실이 가짜라며 부정하고 자기가 만들어 놓은 완벽한 세계에서 영원히 나오고 싶어 하지 않는 것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


***


  나는 세상에 태어난 이후로 나름대로 내 인생을 써내려가고 있지만 가끔은 내가 쓰고 있는 인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고차원의 어떤 존재가 우리 우주를 배경으로 장편 소설을 집필하고 우리가 그 존재의 펜 끝에서 춤을 추는 가상의 세계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고 아득바득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면 왠지 나는 그 소설에서 코딱지만도 못한 역할을 부여받은 것 같은 생각이 사그라지지 않는다. 만약 그렇게 사소한 역할이라 하더라도 주어진 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는 적어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나에게 온전히 집중해야 하건만 점점 더 시선은 밖으로 옮겨지고 그곳이 나의 어긋난 중심이 된다. 내 진정한 중심을 잃어갈수록 조금이나마 자유롭고 찬란했던 과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집착하였고 안개처럼 뿌연 몽환 속으로 속절없이 침전했다. 지치고 불안한 정신이 간신히 도달한 땅에는 차라리 현실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랄만큼 아름답고 우아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두 눈에 비치는 비경이 화마에 휩쓸려 사라지고 사랑하는 누군가가 죽는 비극적인 상황이 와도 절망과 좌절은 그저 한순간 존재할 뿐 미지의 공간이 주는 특별하고도 화려한 힘은 나를 평온하게 만들었다.

  누군가는 꿈같은 소리는 하지 말고 정신을 차려서 진짜 현실을 바라보라고 조언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일방적으로 휩쓸리는 꿈이든 주인공이 되어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는 자각몽이든 무의식속에서 만들어내는 모든 만물의 근원이 나의 뒤틀린 욕망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까닭은 결코 존재할 수 없을 거라 여겼던 세계가 그저 눈을 감고 나의 내면에 깊숙이 들어가면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선 이상을 추구하고, 이상 속에선 현실을 추구하는 모순된 행위가 반복되는 와중에 내가 나로서 중심을 잡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 아직은 신기루와 같은 허상의 세계인 것은 서글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언젠가는 내가 발을 딛고 서있는 이곳에서 꿈속에서 맛봤던 만족감을 양껏 즐기고, 내 인생의 진정한 주인공이 나임을 인정할 수 있게 되길 간절히 바래본다. 






내 글씨체가 어때서



-글씨는 사람의 얼굴이란다.

-아, 그래서 제 얼굴이...

-......


  인간의 욕심은 끝도 없어서 본인이 가지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더 나은 무언가를 추구한다. 나 또한 탐욕스러운 인간인지라 늘 타인과 비교해서 나를 평가하고, 부족한 점을 찾아내 역정도 내고 실망하면서 스스로 자존감을 깎아내리기 바빴다.


-얼굴은 왜 이리 보름달처럼 크고 동그랄까...눈이 조금만 더 컸다면...폭탄 맞은 듯한 곱슬머리...유리 같은 멘탈...


  내 발목을 잡으며 심란하게 만들었던 요소들이 수없이 많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며 스스로에게 만족할 만한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다. 다만 꽤 오랫동안, 최근까지 골치 아프게 했던 단점이 하나 있었다. 한번은 샤프를 거칠게 집어 던지고, 펜 밑에 있던 종이를 갈가리 찢기도 했을 정도로 싫어했던 단점은 ‘악필’이다.


나는 지극히 평범한 악필가였다.


***


자. 기록을 하나 꺼내보자.


  내가 가지고 있는 가장 오래된 일기장은 4학년 때의 일기장이다. 방학에는 학년마다 항상 일기를 써야하는 숙제가 있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애정을 독차지 하고 싶었던 내가 일기를 쓰지 않았을 리가 없건만 4학년 이전의 일기장은 나를 매몰차게 떠나더니 어디론가 도망가 버렸다. 아무튼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의 가장 먼지가 많이 쌓인 기록물을 꺼내 제일 첫 장을 열어보면 날짜와 일기 제목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7월 9일 수요일,

‘우르르쾅’


  그 나이 또래의 애들처럼 천진난만하고 직설적인 제목이다. 내용도 제목에서 예상할 수 있듯이 천둥과 번개가 친 날에 대한 감상이었다. 의외로 글씨도 네모반듯하여 예쁜 글씨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초등학생의 투박한 글씨체로 생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일기장을 한 장 한 장 넘길수록 글씨가 바람에 날리는 빨랫감처럼 펄럭이기 시작한다. 그저 글씨일 뿐인데 무언가에 급박하게 쫓기는 인상을 준다. 혹시 밀린 일기를 쓰느라 내용은 물론이고 글씨에도 소홀했던 걸까? 어찌됐건 내가 4학년 때 썼던 일기는 일기장의 전체를 간신히 채운 채 10월 22일자로 끝난다.

  보아하니 어릴 때부터 이미 악필가의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초등학생 시절의 글씨는 악필이어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었다. 타고난 몇 명을 제외한 대부분의 아이들은 아직 완성되지 못한 자기만의 미숙한 글씨체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학생이 되고 선생님의 수업에 대해 개인이 만든 개성적인 필기노트가 눈길을 끌 땐 글씨체가 매우 중요해진다. 친구들을 비롯한 많은 학생들의 필기노트를 확인하고 나서야 내가 다른 여자 아이들에 비해서 악필임을 절실히 깨닫게 되었다.


***


  중학생 때 내가 악필인 것을 깨달았다고 해서 크게 좌절하거나 스트레스 받는 일은 사실 그리 크지 않았다. 친구들을 비롯한 다른 사람들에게 내 글씨를 보여줄 일이 많이 없었기 때문이다. 시험은 객관식이었고 사회생활 못할 정도의 악필은 아니었다고 여겼기에 고치려는 마음도 없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자 상황은 달라졌다. 리포트야 컴퓨터로 작성하지만 대부분의 교수님이 시험문제를 서술형으로 내시는 것이었다. 처음에는 ‘글씨가 뭐가 중요해? 답을 쓰는 게 중요한 거지.’라고 괜히 자기합리화를 했었다. 그런데 ‘교수 생활하면서 이렇게 멋진 글씨는 처음이다’라며 다른 학생이 시험지에 쓴 글씨를 칭찬하시고, 내가 쓴 몇몇 글자를 못 알아보시는 교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정말 악필 교정책을 사야하나 고민했었다. 심지어 매일같이 함께 수업을 들으며 대학 생활을 지내던 친구도 가끔 내가 쓴 글을 보고 얼굴에 슬쩍 미소를 띠우며 난처한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이거 뭐라고 쓴 거야?


  지저분하게 쓰인 내 문장 위로 그토록 부러워하던 귀엽고 깜찍한 글씨체가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그때마다 부끄럽기보다는 괴로운 심정으로 다시 제대로 글을 적어줄 수밖에 없었다.


***


  누군가는 너무나 예쁜 글씨에 길들여져서 야생마 같은 나의 글씨를 못 알아 볼 수도 있다고 치자. 그런데 더 큰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예측하기 힘든 날씨처럼 내 글씨체도 변덕 그 자체여서 마치 다른 사람이 쓴 것처럼 때때로 글씨체가 크게 바뀌어버리곤 했다. 직접 써놓고는 정말 내가 쓴 건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으니 웃기면서도 슬픈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내가 즐겨 보는 교양 프로그램에서는 간혹 유서나 작은 메모들을 필적 감정을 통해 진짜로 당사자가 직접 글을 썼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만약 내가 필적 감정을 받아야 하는 당사자였다면 감정사가 내가 쓴 글을 감정하지 못할 거란 생각마저 들었다.

  글씨체를 바꿔보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다. 연필을 제대로 쥐는 법부터 다시 배우고 인터넷에서 맘에 드는 글씨체를 찾아 인쇄하고 따라 쓰는 연습을 하였다. 빠르게 쓰고자 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천천히 한자씩 정성들여 종이에 글자를 새겨 넣었다. 그런데 오히려 느긋하게 쓸수록 손은 찌릿하며 불안정하게 떨렸고 더 엉망으로 망가져버렸다. 잘 써야한다는 압박감이 정신을 흔든 건지 어쩐 건지 포기하고 싶을 만큼 지쳐만 갔다.

  금방이라도 사냥 당할 위기에 신경을 곤두세운 사슴처럼 예민한 나날을 보내던 중 최선책을 찾은 것은 굉장한 행운이었다. 다른 사람들처럼 쓰는 것이 도리어 내게 불안감을 준다면 차라리 내 글씨를 보기 편하면서도 독특하게 살려보든 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었다. 거칠게 휘갈겨 쓰는 게 나의 습관이니 그것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개성적으로 보이도록 획을 최대한 줄여 쓰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덕분에 시작은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끝에선 날카로운 느낌을 주는 나만의 글씨체를 얻을 수 있었다. 내가 오래전부터 동경해왔던 또박또박하다거나 동그랗다거나 하는 글씨체는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신체의 일부처럼 편하면서 동시에 다른 사람에게는 나의 정체성을 알릴 수 있는 일종의 상징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었다.


***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속담처럼 조금씩 쌓아온 사람의 습관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내 경우에는 본질적인 습관은 크게 바꾸지 않고 내가 납득할 만한 수준으로 살짝 다듬은 것이었지만 그것조차 매우 고역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래도 이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은 꽤 쏠쏠했고 어깨의 짐을 덜어놓은 듯이 홀가분한 기분을 선사했다.


-글씨는 사람의 얼굴이란다.

-얼굴이라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마음이었으면 어쩔 뻔 했을까요?

-......


  글씨가 얼굴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했다면 더욱 절망의 나락에 빠졌을 것이다. 모나고 부족함이 다분한 모습이 고스란히 글씨를 통해 드러난다고 한다면 수치와 치욕으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자포자기하며 나란 인간은 본인의 글씨처럼 한심한 인간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을 것이다.

  어쩌면, 아니 분명히 모든 이들이 외양에 치중하기보단 내면을 더 풍족하게 하는 것이 훨씬 값진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명필가로 탈바꿈하고 싶다며 마음대로 되지 않는 몸에 몇 번이나 가슴을 친 것은 어쩌면 부질없는 일이었을지도 모른다고도 말이다. 나도 당연히 외면보다 내면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동의한다. 명필이든 악필이든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문장이 중요하지 뭐가 중요하겠는가?


나는 여전히 조급한 성미의 글씨를 가진 악필가이다.

평생을 그렇게 살아야겠지만 그래도 그 서툰 글씨 안에 조금이라도 의미 있는 말을 담고자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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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8.01.01 00:05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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