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노래
오랜만에 지하철에 탔다.
따뜻한 햇살과 나른한 오후, 딱 하나 남은 자리까지 완벽한 기분이었다.
핸드폰을 꺼내 자연스레, 마치 그래야 할것 만 같이 예전 자주 듣던 노래를 듣게 됐다.
예전에는 부모님이 정말 많이 싸우셨다.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중학생 때까지...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시기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반항 한 번 해보지 못했다. 내가 짐이 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더 조용해졌고 내 감정에 무심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좋지 못했다. 중학교에 들어가자 내가 모르는 애들이 너무나도 많았고 시끌벅적한 애들 사이에 나만 남겨진 기분이었다.
그나마 사귄 친구조차 나를 무시하는 발언을 종종 했고, 그것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상당했다.
어느 날은 비가 왔다. 학교에서 늦게 출발을 한 탓에 주변에 아는 애들은 없었고, 우산 또한 없었다. 그래서 비를 맞으며 조용히, 천천히 걸어왔다.
너무 비참했다.
내가 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나, 왜 나한텐 이렇게 힘든 일이 많은 걸까, 왜 아빠는 아프고 왜 우리 집은 빚이 늘어나는 걸까. 그래서 왜 나는 부모님의 눈치를 봐야 하는 걸까.
이 와중에 이어폰에서 흘러나온 노래는 너무도 슬펐고, 감미로웠다. 가사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한참 울면서 집에 도착했고 자연스레 잠이 들었다.
그 후 가끔 답답한 기분이 드는 밤에는 밖에 나가서 뛰었다. 시원한 공기를 마시며 노래를 듣고 있으면 집과 학교에서의 불편했던 기분을 잠시 잊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 모든 상처들에 새 살이 돋은 지금, 그 기억 속 노래를 들으니 기분이 오묘하다.
쓸쓸하고, 따뜻한데 마음이 아린다.
상처받았던 기억, 그래서 아팠던 기억, 그리고 그 와중에 속속 들어있던 좋은 기억들 모두 추억이 됐다.
여전히 시간은 흐른다. 사건 사고는 끊임없이 일어나고, 그래서 상처받고, 그럼에도 시간은 흐른다.
힘든 기억이지만, 오래된 일기장을 보듯 반갑다.
열심히 살자. 열심히 아파하고, 열심히 배우고, 열심히 사랑하고....
어느새 이 또한 한 시절의 추억이 될 테니. 언젠가 모든 상처가 아문 어느 날, 그 시절을 잘 견뎌냈다고, 그런 나에게 고맙다고 생각할 날이 올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