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콘테스트

오늘:
12
어제:
8
전체:
305,749

접속자현황

  • 1위. 후리지어
    65662점
  • 2위. 뻘건눈의토끼
    23333점
  • 3위. 靑雲
    18945점
  • 4위. 백암현상엽
    17074점
  • 5위. 농촌시인
    12042점
  • 6위. 결바람78
    11485점
  • 7위. 마사루
    11385점
  • 8위. 엑셀
    10614점
  • 9위. 키다리
    9494점
  • 10위. 오드리
    8414점
  • 11위. 송옥
    7661점
  • 12위. 은유시인
    7601점
  • 13위. 산들
    7490점
  • 14위. 예각
    3459점
  • 15위. 김류하
    3149점
  • 16위. 돌고래
    2741점
  • 17위. 이쁜이
    2237점
  • 18위. 풋사과
    1908점
  • 19위. 유성
    1740점
  • 20위. 상록수
    1289점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달과 눈동자

                                                                              

나는 우울할 때마다 달을 본다. 늘 달을 동경해왔다. 주위는 새카만 어둠, 우울한 구름들뿐인데 어찌 홀로 저리 밝은지. 달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어떤 환경 속에서도 빛나고 싶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달을 보며 내 눈동자를 맞춘다. 동그란 달, 동그란 눈동자. 동그란 것들에 키스하고 싶다. 동그란 것들, 동경하는, 내 이상들. 달과 내 눈동자가 딱 맞춰질 때면 나는 모난 것들을 지울 수 있겠다, 라는 희망을 담았다.

 

세상엔 모난 것들이 너무나 많다. 모난 것들은 나를 가둔 채 이리저리 굴려 나를 찌른다. 저항해 봐도 소용없다. 나는 커다란 틀에 갇힌 것이다. 커다란 세상 속, 커다란 지구 속에. 그런데 지구는 동그랗다. 동그란 것이 나를 찌른다? 동그란 것 안에는 칼과 가시들로 가득 차 있을지도 모를 터. 달조차도 속에 칼과 가시들을 감추었으리라. 달 표면에 드러난 동그란 상처들이 사실임을 입증해준다.

 

낮에는 해가 뜨고 밤에는 달이 뜬다. 뜬다? 아니, 떠 있다. 달은 가끔 낮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하지만 태양의 빛이 달에게 보호색을 띄도록 한다. 태양은 그 빛이 너무나도 강해서 감히 쳐다볼 수조차 없다. 반면 달은 어떠한가? 낮이든 밤이든 두 눈을 부릅뜬 채 똑바로 쳐다볼 수 있다. 태양은 달에게 자비라도 베푸는 양 밤이 되면 달에게 본연의 색을 선사한다.

 

나는 그런 달을 동정의 눈동자로 바라볼 수 없었다. 태양에게 가려져 자신의 색도 보여주지 못한다니. 인정받지 못한 삶이다. 그런 달의 처지가 나와 같다고 여겨졌다. 매일 밤 달을 보며 달과 나 사이에 있는 투명한 연결고리가 느껴졌다. 우리는, 너무나 멀지만, 너무나 가깝다.

 

그런 달 주위에도 수많은 별들이 빛난다. 별들은 달에 비하면 아주 작은 크기이다. 작은 별들은 달 주위에 모여 달을 따르기라도 하는 듯 빛난다. 태양에게 가려져, 숨어있던 삶이지만, 그런 달에게도 별들은 찾아왔다. 그런 달에게도 주위에 별들이 있다. 그래서 나는 달을 동경했다. 나와 같은 처지라고 느꼈을 즈음, 사실 우리는 남극과 북극에 있었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어쩌면 달과 나는 서로 등을 진 채 지구반대편에 있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우리는 멀지만 가깝기에, 달과 나의 처지엔 비슷한 점이 너무나 많기에, 나도 별의 존재들을 만날 거라고 기대한다. 비록 태양에 숨어 살 지라도.




신발

                                                                             

나는 뭘 위해서 내 발보다 작은 사이즈의 새 구두를 욱여넣었는가. 생각해보면 남들이 내 신발만 보고 다니는 것도 아닌데. 나는 오늘 아침 신발장 앞에서 20분이 넘게 고민했다. 남들이 보면 우스운 광경이다. 옷도 아니고, 신발을 그렇게나 고민하다니. 그렇게 오랫동안 고민해서 골랐건만, 오늘 이 신발 때문에 하루가 완전히 꼬여버리고 말았다.

 

준비를 마치고 집에서 막 나와 버스정류장으로 뛰어갔다. 초록빛을 띈 아래를 가리키는 화살표가 3개 정도 깜빡일 때쯤, 나는 수능 당일 지각한 수험생이 된 것 마냥 횡단보도를 건넜다. 나를 커트라인으로 버스는 출발했고, 역시나 앉을 자리 하나 없는 출근길을 원망하며 손잡이를 붙잡았다. 덜컹, 덜컹. 흔들리는 버스에 멀미를 할 것만 같은 찰나에 버스는 나의 목적지에 도달했다. 문이 열리고, 내가 내리려던 역이 사람이 많이 타고 내리는 것은 알았지만 검은색 머리통들이 나를 이리 밀치고, 저리 밀칠 때는 욱하기도 했다. 아무리 세게 밀려도, 그 순간만큼은 벙어리가 된 것 마냥 땅만 바라볼 뿐이었다. 출근길은 언제쯤 한산해 지련지. 버스에서 내려 지하철로 걸어가며 나는 아차, 싶었다. 대일밴드. 발뒤꿈치에 붙일 대일밴드를 가져오지 않았다. 하나 사야하나, 하고 생각하던 찰나 삐비비빅, 들어오는 열차 소리에 나는 헐레벌떡 뛰어갈 뿐이었다.

 

지릿, 하는 느낌이 들 때면 나는 대일밴드를 사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 험난한 출근길 덕분에 뒤꿈치에서는 피가 나는 모양이다. 그냥 운동화를 신고 올걸, 생각도 해보지만 역시 오늘의 코디에는 이 새 구두가 짱이라고 생각하며 사원증을 찍고 회사에 들어갔다. 다행히도 지각은 면했다. 신발장에서 시간을 지체했지만 버스를 빨리 탄 덕분이었다. 오랜만에 지각을 하지 않아 기분이 좋아져 발걸음이 가벼워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잠깐, 발걸음? 나는 내 발뒤꿈치를 보았다. 이런, 신발. 이미 살가죽은 벗겨져 새빨간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스타킹이나 구두는 세탁하면 되지만, 내 살은 어떡한단 말인가? 뒤늦게 상처를 발견한 나는 갑자기 전에는 느낄 수 없었던 따가움을 만끽했다. 젠장, 젠장. 지금 대일밴드를 사러 가면 지각이다. 나는 구두로 뒤꿈치를 가린다.

 

오셨네요?”

 

출근하자마자 내게 말을 건 이 사람은 우리 회사의 상징적인 사람이다. 날카롭게 쳐낸 단발머리에, 흰색 셔츠, 검은색 슬렉스 바지를 입고, 빨간 구두를 신은 이 사람은 우리 회사의 싸가지 이대리님이다. 잠깐, 빨간 구두? 나는 그녀의 구두를 자세히 보았다. 색깔만 다른 같은 신발이었다. 대리님은 빨간색, 나는 흰색. 갑자기 새 구두가 걷잡을 수 없이 미워지기 시작했다.

 

어머, 나랑 구두가 똑같네.”

 

... 그러네요, 대리님. 하하

 

이대리님도 출근하자마자 내 스타일을 스캔했는지 구두얘기를 꺼내셨다. 이로써 내가 자신을 따라했다고 생각했겠지. 최악, 최악이다. 나는 대리님한테 보이지 않도록 내 발을 의자 밑으로 숨겼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대리님은 내 분량뿐만 아니라 자신의 분량까지 모조리 나에게 떠넘겼다. 이걸 끝내려면 퇴근시간이 3시간은 오버할 것 같다. 오늘도 칼퇴근은 글렀다는 생각에 나는 한숨을 쉬며 바닥을 바라보았다. 내 눈앞에 흰색 구두가 보였다. 내가 자기 구두를 따라 했다고 생각했던 대리님은 오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여자들은 그래. 조금이라도 남이 나를 따라 하면 내가 그 스타일에 저작권이라도 있는 마냥 따라하지 말라고 유세를 떤다. 기분이야 나쁠 수 있다. 난 나만의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하고 싶은데 누가 내 세계를 따라 하고 침범했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난 정말 몰랐다. 이대리님이 나랑 같은 구두였다면 나는 이 구두를 사지 않았을 것이다. 내 눈앞에 놓인 각종 업무 결과 보고서들을 바라보며 대리님의 날 향한 미움과, 다시는 자신을 따라 하지 말라는 경고가 담겼다고 생각한다.

 

오후 11. 퇴근을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한숨을 쉬며 울분을 참는다. 참아야 사는 세계. 이 세계에서 나는, 지극히 평범한 일개 회사원이다. 험난한 출근길도, 나를 조롱하는 이대리님도, 사이즈가 맞지 않는 구두도 아마 모든 사람들이 겪어봤겠지. 그래, 나만 힘든 건 아닐 거야. 그런 거라면 너무 억울하잖아. 나는 그렇게 나를 다독이며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내리면서 느껴지는 뒤꿈치의 통증에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제는 한계다. 더 이상은 못 참는다. 오늘 하루 힘들었던 감정의 화살들이 모두 이 구두에게 향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구두는 잘못이 없다. 사이즈를 착각해서 산 내 탓이다. 하지만 나는 애꿎은 구두에게 분풀이했다. 나는 순간적인 분노에 신발을 벗어들고 맨발로 차가운 대리석 바닥을 걸었다. 나쁘지 않은데. 온종일 구두 속에서 갇혀있던 발에게 해방감을 만끽하도록 해주었다. 남들이 수근 댈까 무서웠지만, 의외로 다들 스마트폰만 보고 갈 뿐, 나에게 구두 한 짝의 관심도 주지 않았다. 나는 약간의 일탈을 즐기다가 밖으로 나와 택시를 잡았다. 집에 가서 뒤꿈치를 소독하며 나는 오늘의 일탈을 생각할 것이다. , 내가 밖에서 맨발로 걸어 다녔다고! 언제나 그렇듯 일탈은 즐겁다. 잠들기 전 이런 즐거움을 준 구두에게 조금은 고마운 마음이 드는 밤이었다.



이름 : 오현주

이메일 주소 : hyunjoo980@naver.com

전화번호 : 010 3692 3960

  • profile
    korean 2018.01.01 00:10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월간문학 한국인] 창작콘테스트-수필 공모게시판 이용안내 6 file korean 2014.07.16 2769
653 <제 22차 창작콘테스트-수필> [엄마가 울었으면 좋겠다] 1 22088 2018.04.10 25
652 제 27차 창작 콘테스트 수필 공모 (아이야.) 1 귤이이이 2018.12.30 25
651 [제 33차 공모전]수필-이별 1 wlgus 2019.12.18 25
650 [제 33차 공모전]수필 부문-죽기 전에 꼭 해야 할 3가지 1 wlgus 2019.12.18 25
649 제33차 공모전 응모작 : 대충 살아가기 1 적극적방관자 2019.12.19 25
648 제33차 공모전 응모작 : 누군가에게 주는 글 (사랑은 아른다운 것) 1 적극적방관자 2019.12.19 25
647 마애불상을 찾아서 2 장군 2019.12.23 25
646 죽음의 흔적과 기억들... 1 뻘건눈의토끼 2016.11.23 26
645 14회 공모전 수필부문 응모 <눈사람> 1 론샙 2016.12.10 26
644 <수필공모> 한여름의 군고구마 1 봄봄 2017.02.06 26
643 수필 공모전-(국밥 한 그릇 외 1편) 1 낭중지추 2017.03.28 26
642 22차 창작 콘테스트 - 고속터미널 1 옥수수와나 2018.03.26 26
641 [월간문학 한국인 제20차 창작콘테스트] 달달한 주홍빛 세상 외 1편 1 메타54 2017.12.10 26
» [월간문학 한국인 제20차 창작콘테스트] 달과 눈동자 외 1편 1 오현주 2017.12.10 26
639 18.02.16. 외할머니의 선물 / 죄인 1 선우작가 2018.02.22 26
638 <34차 창작콘테스트> 당신, 나의 복숭아 나무/ 다이빙 1 박자몽 2020.03.28 26
637 수필(2편) 1 꿈을가진코끼리 2020.03.16 26
636 36차 수필부문 공모작[이모의 효도] 1 이삐삐님 2020.08.04 26
635 제33차 [창작콘테스트] - 수필 1 로제타 2020.02.09 26
634 두번째 수필공모... 함께 부탁드려요! 영찬님... ^_^ 1 뻘건눈의토끼 2020.05.08 26
Board Pagination Prev 1 ... 3 4 5 6 7 8 9 10 11 12 ... 40 Next
/ 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