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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17 22:56

진지

조회 수 2564 추천 수 1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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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진지

- 김상돈 -



  초등학교에 입학한지도 꽤 오랜 기간이 지나 슬슬 윗학년들이 하나 둘씩 졸업하면서 나도 이제 고학년이구나 하고 느낄 때 즈음의 일이다. 그 나이 대에 누구나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유달리 동물이나 식물에 관심이 많았고, 기르는 것을 좋아했다. 사실 그냥 단순히 좋아하는 수준이 아니었다는 것이 보다 솔직한 대답일 것이다.

  백과사전을 뒤적거리거나 언덕을 한참이나 내려돌아가면 있는 꽤나 먼 종합 상가 비디오방에서 다큐멘터리를 빌려 보는 것도 일상이요, 각종 동식물 박람회 공지가 떴다 하면 전국 각지를 제 발로 찾아 가는 수준이었으니 제 또래 꼬마 치고는 꽤나 신통한 구석이 있는 녀석이었다. 이런 내가 신기하셨는지 부모님은 내가 각종 동식물들을 기르거나 그 녀석들과 관련된 분야에 몰입할 때 내 흥미를 북돋아서 더욱 관심을 집중토록 하는 데에 전혀 인색함이 없으셨다.

  사실 단지 내가 신기해 한다는 것 하나만으로 마당과 주홍색 석양빛 지붕, 뜨뜻 하다못해 조금은 덥다고 느껴질 만큼까지나 불을 지지는 게 다반사였던 아랫목이 있던 할머니집에는 어느 새 꽤나 팔팔하면서도 풍채좋은 닭 한마리가 들어섰고, 그 옆 자그마한 텃밭은 성묘를 가면서 한 뿌리 한 뿌리 캔 보랏빛, 하얀빛 도라지들로 수가 놓이었다.

  집 안 화장실 배수구 옆에는 은빛 양푼으로 된 그릇 안에 제 딴에는 성심껏 주워왔다고 물가에서 내가 가져온 삐뚤빼뚤한 못난이 돌들과 집 앞 수족관에서 산 빽빽한 자갈들, 기포들에 팔랑거리는 해초, 그리고 한 마리의 작은 초록색 거북이가 있었다. 그 외에도 나와 동생이 같이 잘 기를 수 있다고 졸라서 간신히 얻어 온 하얀 털에 귀와 눈에 점은 검박이가 있는 토끼 두 마리와 내 방에 있었던 이빨 빠진 톱처럼 생긴 뿔을 가진 사슴벌레, 그리고 거실에 우리나라에 이런 식물도 있냐며 신기하다는 이유로 사놓은 연노랑색 줄기의 파리지옥과 건드리면 레몬인지 사과인지 모호한 듯 하면서도 오묘한,그 특유의 향이 나는 허브들까지... 어찌보면 정말로 동물원이나 식물원의 축소판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집에 동식물과 그런 녀석들을 좋아하는 아이 하나쯤 있는 것이 뭐가 그리 대수로운 일이느냐고 할 만 하건만, 그 대수로움이라는 것이 내가 이렇게 어떠한 분야의 진득한 취미를 가지기에는 너무도 아이스러운 성향을 가지고 있었다는 점으로부터 나왔을 줄은 누가 알았을까!

  제 또래 아이들과 별반 다를 것 없이 나 역시도 어떤 것을 좋아하는 속도가 빠른 만큼이나 그것에 질리고 싫증을 내는 속도 역시 너무나도 빨랐다. 

  어린아이에게는 나름 가팔랐던, 오르는 것 조차 버거운 성묫길에 아버지를 조르고 졸라 심어놓을 수만 있으면 내가 물도 주고 도랑도 파 주고 잡초도 뽑아주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도라지들은 어느 새 꽃잎이 시들해지거나 옆 철망에서 풀린 닭이라는 놈에게 먹힌지 오래요, 삐뚤빼뚤한 사각형, 삼각형, 사다리꼴, 팔각형 각기 다른 모양들로 쩍쩍 갈라진 논바닥마냥 패인 등딱지를 톡 하고 건드리면 놀랐는지 뾱 하고 머리와 발바닥을 껍데기로 구기어 넣는 모습이 신기해 하루가 멀다하고 화장실 바닥에서 구경하던 거북이도 먹이를 주기로 약속한 것을 잊어버려 발톱으로 양푼그릇을 긁어 대다 못해 손수 화장실 바닥에 먹을 것이 없나 하고 두리번대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텅 비어 채워지지 않은 사료통 옆의 토끼 한 쌍은 결국 살짝 열어 놓은 우리 틈을 비집고 누렇게 말라비틀어져서 이제 잎새를 톡톡 건드려도 더 이상 고놈의 독특한, 신선하면서도 코를 팍 하고 찌르는 달콤쌉싸름한 냄새가 나지 않는 허브와 벌레를 잡아먹기는커녕 도리어 문드러져 검게 누렇게 말라비틀어진 파리지옥이라는 녀석의 시무룩하니 푹 숙인 고개들을 뜯어먹으려고 열심히 깡총거리고 있었다.

  방 안 사슴벌레우리라고 다를 바가 있었으랴! 그저 나무토막들 사이에 가만히 끼워 놓은 먹이통은 바닥이 뚫릴 때까지 뿔질당하다 못해 뒤집혀있고 옆에 나뒹굴던 물통 주위 톱밥은 축축하다 못해 곰팡이가 스멀스멀 피어 푸른 놈, 누런 놈, 초록 놈들이 땅따먹기 하듯 제각기 형세를 다투며 곳곳에 만개하고 있었다.

  결국 나는 책임지지 못할 만큼 많은 녀석들을 제 딴에 다 길러보겠다고 고집을 피우다가 꽤나 흉흉한 꼴을 보게 된 셈이다. 어린 나이였음에도 이 쯤 되니 어머니께서 크게 꾸중하셨다. 아무리 어리다 손 치더라도 주변 환경에서 또는 내가 다니던 학교에서라도 생명은 소중하다라는 덕목이나 혹은 자기가 한 일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태도가 필요하다라는 것 정도는 배웠을 터이다.

  다만,내가 당시에 부족했던 것은 상황에 대한 진지한 자세였다. 진지함! 사실 세간에는 장난으로 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진지’라는 반응을 보이는 경우 부정적으로 흘러갈 수 있는 일이 많이 일어난다. 소위 말하는‘눈치없는 사람’으로 찍히게 만들기 쉬운 덕목이니 말이다. 그렇지만 동시에 진지는 우리가 살면서 무엇보다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것이기도 하다.

  한편으로는 그게 뭐 별건가 싶으면서도 곧장 소홀히 하다가는 나 아닌 다른 생명들이 위태로워진 위 사례만큼이나 아찔한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 나를 경각시킨다. 

  우리가 흔히들 많이 접하는 양치기 소년의 우화에서도 중시되는 이 덕목이 나의 사례와 뭐가 다를까?

  단지 내 경우는 스스로가 아닌 다른 생명체들이 희생당했다는 것이 다를 뿐... 사실 다른 경우도 우리 주변에서 얼마든 찾을 수 있다.

  몇 년씩 준비하던 시험을 긴장을 풀기 위해 휴식을 취한다는 것을 빌미로 철저히 준비하다 마지막에 각종 향락에 빠져서 거사를 그르치는 경우, 친구가 진심으로 한 말이 장난이라 생각하고 무턱대고 반응하여 사이가 틀어진 경우 등등 진지의 덕목이 필요하지만 진지하지 못한 상황,진지하지 못한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서 너무나도 많다.

  이렇게 말하면서도 아직도 스스로의 태도를 고치지 못하는 나에게 경각심을 주며, 끊임없이 되새기는 이야기가 있다.

  2차대전 당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있던 유태인의 이야기인데, 그는 동료 유태인들이 하나 둘 씩 가스실로 끌려가 죽는 것을 보면서 대부분의 이들이 운명을 받아들인 듯 체념하고 깊이 잠들어 버린 한밤 중에서도 홀로 일어나서 주운 유리조각으로 하루도 빠짐없이 깨끗이 면도를 하였다.

  나치대원들이 가스실에 보낼 죄수들을 선발하기 위해서 감옥에 와서 그 젊은이를 보았지만 차마 아무도 그를 끌어내지 못하였다고 한다. 외모를 단정히 하고 수염 하나 없이 말쑥한 그의 모습에 그가 얼마나 살아남고자 처절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보았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는 상황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이키는 스스로의 삶에 대한 진지함, 나는 오늘도 그 덕목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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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4.07.19 15:20
    저희 창작콘테스트 공모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아쉬운 것은...
    문장이 줄줄이 계속 이어져서 복잡하게 보여 읽기에 거북한 점이 있습니다.
    보통 서너 줄 정도에서 행을 바꿔주시면 읽기가 한결 좋겠습니다.
  • profile
    korean 2014.10.14 11:24
    진지함의 덕목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하는 글입니다^^
    저 역시 동물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고
    아마도 어린 아이들의 공통된 관심사가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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