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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과 합격 사이의 하루


이순



  전날 친구들과 속상하고 졸이는 마음들을 나누면서 한바탕 마신 술 때문에 온 몸이 욱신거리는 고통으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기를 벌하는 마음으로 마시는 술이라고 생각하며 들이 킨 술잔들의 개수를 어렴풋이 떠올리면서 나는 또 자책을 한다. 오전 한 가운데에서나 일어나 물 한잔 마실 새도 없이 컴퓨터를 켜고 오늘 날짜가 잡힌 발표를 확인하러 내 수험번호를 빈 칸에 채운다. 순간 다음 페이지에 뭐라고, 뭐라고 적힌 많은 안내 내용이 뜬다. 뭐가 이렇게 많아, 하면서 흔들리는 초점을 다시 잡고 눈을 찌푸려 확인을 하는데 그 맨 윗줄에 적힌 글이 날아와 박힌다.

 -합격을 축하합니다.

  순간 주변 공기마저 다 주목할 것 같은 전율이 온몸을 스쳐지나가고 나는 토해내듯이 소리를 쉬며 방방 뛰었다. 보상이랄까 성취랄까 하는 것을 매겨볼 겨를도 없이 그저 살았다는 생각뿐이었다. 아빠에게 전화를 걸어서 붙었다, 한 마디를 하는데 아, 응, 붙었냐, 엄마 바꿔줄게, 하면서 아빠는 수줍게 놀라움을 나타냈다. 뒤에 들은 이야기지만 아빠는 그 날 나보다 먼저 일어나 합격자 발표를 확인할까 말까 하면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일어서길 몇 번을 했었다고 한다. 엄마는 한 번도 어딜 가라, 뭘 반드시 해라, 하고 주문을 넣은 적도 없었지만 내 합격 소식을 듣고 울고 있었다. 그런 희소식이, 어렵게 얻어진 소식이라 하더라도 우리 가족에게 어떤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우리는 그토록 기뻐하고 있었다. 이제는 그만해도 된다는 무슨 형벌의 마침표처럼 느껴지고 함께 견딘 시간을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날 나는 친구들을 만났다가 혼자 창덕궁엘 갔다. 겨울 창덕궁 후원을 거닐면서 나무를 보고 기와를 보고 꽃담을 보면서 좀 멍한 상태였던 것 같다. 믿기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냥 무덤덤한 상태. 창덕궁을 한참 돌다가 나올 때쯤에는 손이 얼어서 보랏빛으로 변해가고 있었는데 나는 그 손에 입김을 불 생각도 못하고 이제는 폐관할 채비를 하는 경비원들을 넌지시 바라보고 서 있었다. 내 앞으로 한 늙은 거지가 지나가다가 서서 떨어진 낙엽을 주워 낡은 외투 안으로 한 장씩 넣는 것을 무감동하게 바라보았다. 문득 합격에 대한 사실을 의식적으로 다시 떠올리자 몸에는 피가 새롭게 돌면서 어디든 가자고 힘이 나는 것 같았다. 나는 무작정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서 걷기 시작했다. 모퉁이를 돌기 시작했다. 쓸쓸한 겨울의 서막, 거리는 텅 비어 쌩쌩 달리는 차들, 잠시 멈춘 버스 안의 우글거리는 사람들에 대해 괴리감이 느껴질 정도였다. 목도리를 풀고, 외투를 열어젖힌 버스 안 사람들을 보면서, 여긴 추운데 거긴 더운가, 생각을 한다. 여긴 어두운데 거긴 밝은가하는 생각과 함께. 그러다가, 나는 너희가 보이는데 너희는 내가 안 보이는가 하는 생각이 돌담보다 더 높이 나를 고립시킨다. 걸어도, 걸어도 나는 새로이 갈 곳이 없다.

  한밤중이 못 되었을 때에 나는 고시원으로 돌아와 좁은 침대에 누웠다. 성취는 달콤한 상상의 확장일 줄 알았는데 그런 욕심이 겁을 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는 생각이 자라기 전에 불을 끄고 침대에 누웠다. 똑바로 누워 바라보는 천장은 창 밖 가로등 빛을 받아서 기이하게 주황색, 아니 검은색, 아니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끝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그런 말을 건네 보았다. 아, 하면서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끝이다. 아, 아, 하면서 갑자기 어깨 뒤에서부터 몸통 앞으로 허한 것이 위장을 훑고 나가는 것 같았다. 끝이다. 아, 아, 아 그것들이 빠져나가면서 여기는 빈 공간이라고, 이곳은 텅 비었다고, 너는 허무로 지어졌다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다. 나는 아기처럼 양 주먹을 쥐고 몸을 돌려 모로 누워 몸을 잔뜩 웅크렸다. 내가 꿈을 꿨나? 떠오르는 장면, 장면, 가슴을 할퀴고 간 일상, 일상 들이 어지럽게 스쳐가는 것 같았다. 그게 다 꿈이었나? 감상하는 나의 감정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이 응, 꿈, 너 이제 그런 데서 벗어난 거다, 너는 이긴 거다, 무덤덤하게 나의 공을 치하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 생각들이 엉켜서 나는 기력이 떨어져 가다가, 툭 끊기듯이 스스로에게 한 마디를 던졌다. 여기까지 오는데 그 많은 상처들이 남았어야 했나-.

  침묵, 침묵이었다. 외롭다. 나는 외로운 사람이다. 발 뗀 곳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발붙인 곳에서 섞일 수도 없는 나는 참으로 외로운 사람이다. 나는 왜 오늘 같이 더 놀자던 친구들을 보내놓고 혼자서 창덕궁엔 갔는가? 눈물이 철철 흘러 돌아누운 한쪽 귀 구멍을 막고 서러운 느낌을 더한다. 서울에 처음 왔을 때 봤던 높은 담벼락, 창덕궁과 창경궁을 연결한 그 다리에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어. 그 높은 꽃 담벼락, 그 나무고 청기와가 너무 좋아서 거기 나도 들어가고 싶었는데 할 일이 있었지 뭐야. 그래서 언젠가 저기 들어갈 거라고, 저기 가서 저 다리 나도 오고갈 거라고...... 그래, 그래서 갔구먼. 거기에. 그럼 만족스러울 일인데 왜 나는 울어? 다리를 공사 중이더라고. 그리고 이젠 사람들 못 지나게 한다네. 영영 막혔어. 영영. 영영 막혀버렸더라고. 그럼 왜 거길 일부러 찾아갔어? .......그냥. 그래도 한 번 보고 싶어서. .......찾는 게 있던가? .......아니, 정말 없었어. 생각은 약한 신호들이 간헐적으로 흔적을 남기다가 끊어지는 것처럼 정적을 만들어 낸다. 시간은 지나가고 만신창이가 된 나만 이리 지쳐서 남았네, 하는 마음이 결코 포기나 허무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추운 날씨에 낙엽 한 장 주워서 옷 안에 넣을 용기도 없는 나는 이제 더 큰 일 났다, 하면서 아까 봤던 늙은 거지의 행색만큼이나 내 마음은 초라해진다. 이제 침묵해야해, 그 때완 달라. 달라....... 그토록 바라던 합격통지서를 옆에 두고 나는 스스로를 자책하며 술을 진탕 마셨던 어제를 생각해본다. 너는 노예야. 술을 마시면서 잠시 자리를 비우고 나와서 화장실 거울을 보고 왠지 좀 화가 났던 생각도 든다. 그리고 오늘, 합격 통지서를 받고는 문득 내가 무척이나 가치 있는 인간이 된 것처럼 생각했던 것도 다시 떠올려본다. 너는 노예야. 종이 한 장으로 너는 달라졌느냐, 스스로를 경멸하는 말이 다시 스물스물 기어오른다. 내 키만 한 침대에서 나는 다리도 뻗지 못하고 스스로의 자의식에 몸을 사리고 있다. 그러면서도 멈추지를 못하고 시간이 부끄럽지 않은가, 부끄럽지 않은가 하는 생각을 스스로에게 시비를 걸 듯 계속 던져보게 되는 것이었다.

  • profile
    korean 2014.07.25 20:17
    어서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좋은 글을 올려주셨네요, 좋은 결실을 맺길 기원합니다.
  • ?
    니나노난실1 2014.07.29 10:25

    응모작마다 반겨주시나봐요

    댓글이지만 은근히 기분좋네요 : )

  • profile
    korean 2014.08.12 18:00
    난실님!
    반갑습니다^^
    작품... 많이 올려주이소!
  • ?
    열매누나 2014.09.04 02:25
    정말 공감이 되어서 댓글남겨요. 참 좋은 글이네요
  • profile
    은유시인 2014.10.14 12:12
    "합격을 축하합니다!"
    언제 들어봐도 가슴 뭉쿨하게 하는 멘트지요.
    올해 들어와 거의 10개월 동안 1종대형 운전면허시험만 서른 차례 넘게 치렀지만 계속 떨어졌더랬습니다.
    이게 운동 신경이 둔해서 그런 것인지, 아님 나잇살 먹어 감각이 떨어져서 그런 것인지
    참 억울하다 못해 분한 생각마저 들게 하는군요.
    "합격입니다!" 라는 소리를 들어봐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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