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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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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근 차에서 내리니 비가 내린다.

  초여름이라선지 한낮의 후덥지근한 더위를 삭히기엔 아직 부족하다.

  나는 보도블록 사이에 고인 흙탕물이 바짓가랑이에 언제 튕겨져 오를지 몰라 보도블록 위를 조심스럽게 걸었다.

  우산 없이 비를 맞는다는 게 그지없게 초라하니 느껴졌다. 안경은 또 얼마나 거추장스러운지 벗을 수도 닦을 수도 없다. 걸친 그대로 고스란히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

  물기 머금은 상가들은 한결같이 을씨년스러웠고, 그것을 흐린 시야로 하나하나 훑어봤다. 그러면서 무관심이 이토록 암담한지 몰랐다.

  예전부터 늘 나다니는 길인데 좀처럼 꽃가게를 찾을 수가 없다. 분명 이쯤 어딘가에 있겠지 하면 아니다.

  둔한 눈썰미와 희미한 기억력에 은근히 화가 치밀었다. 어쩌면 이게 지난 결혼 24년이란 세월을 한 잔의 차를 마시듯 그렇게 훌훌히 삼켜버린 것에 대한 자업자득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낙서 쪽지가 되어 휴지처럼 나뒹굴었던 지난 세월이지만 오늘 아내의 생일만큼은 차마 빈손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네거리를 두 번 거쳐서야 가까스로 꽃가게를 찾았다.

  아직도 청순한 소녀의 감성을 잊지 않고 살아가는 아내를 위해 솜털처럼 새하얀 안개꽃 한 아름을 사들었다.

꽃가게를 나오자 빗방울은 어느새 더 굵어져 내 어깨 위를 두드린다.

  얼마쯤 걸었을까. 등 뒤 어디에선가 갓난아이의 울음소리가 애처롭게 들려왔다.

  오던 길을 뒤돌아보니 후미진 골목 처마 밑에서 한 아낙네가 젖먹이 아기를 업은 채 리어카에 수박을 가득 펼쳐 놓고 서 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렇게 비 오는 날에 누가 수박을 산다고 아기까지 업고서․․․․.’ 빗줄기는 점점 더 굵어져 머리 위에서 사정없이 둥지를 틀었다.

  그 많은 수박을 언제 다 팔고 간단 말인가.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마저 비를 덜 맞으려고 종종걸음 치며 뛰어가고 있는데.

목고개를 땅으로 떨군 채로 업혀 자던 아이가 재채기를 하며 칭얼거린다. 나는 아주머니의 힘들어하는 모습에서 불현 듯 아내도 저 아낙네와 같은 무거운 삶의 고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싶었다.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아주머니한데 향했다.

  리어카 앞에 발걸음을 멈추자 아주머니는 엷은 미소를 띠며 내게 수박 한 덩어리를 권한다.

  나는 귀밑으로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보채는 아이를 어르는 아주머니에게서 강한 삶의 뒤안길에 묻은 애환과 눈물겨움을 훔쳐보는 것 같았다.

  눈에 보이는 가장 큼지막한 수박 하나를 손에 들자 온몸이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가라앉는다.

  이미 겉옷은 빗물에 흥건히 젖어 비를 피하는 건 포기하고 마치 물에 빠진 생쥐 같은 몰골로 빗물이 흘러내리는 오르막 골목길을 종종걸음으로 달음질쳤다.

  대문을 밀치며 들어서자 여태껏 기다렸다는 듯 아내와 두 아이들이 따뜻하고 정감 있는 얼굴로 달려든다.

  “미안하구려. 오늘이 당신 생일인데․․․․.”

  나는 어떤 말로도 미안함을 대신할 수 없어서 더 이상 말을 끄집어낼 수가 없었다. 말없이 꽃다발로 대신했다.

  이런 내게 아내는 불그스레한 젖은 눈빛을 지어 보이며 내 손을 잡아 이끈다. 그리고 얼마간 안개꽃에 얼굴을 묻으며 깊은 감회에 젖는다. 그 작은 선물이 아내에게 있어 그렇게 큰 비중을 차지할 줄 몰랐다.

  아내의 행복해 하는 표정에서 함께 살아온 삶의 몇 대목을 떠올려봤다. 그것은 마치 소중한 몇 폭의 병풍과도 같았고 가슴 뭉클하게 떨려 오는 설레임이고, 기쁨이었다.

  나는 이 순간의 소중함을 삶의 여정 속에 내내 간직할 것을 기원했다. 그리고 아내에게 내심 감사했다.

  지금쯤 그 수박장수 아주머니도 삶의 고뇌를 얼마만큼 덜어내고 있겠지. 창 밖에서는 아직도 빗줄기가 소리 없이 내리고 있다.

 

            

 

오일장

 

  내가 사는 집에서 십분 남짓 걸어가면 닷새마다 장이 열리는 장터가 나온다. 보통 날은 오고 가는 사람들이 별로 없어 가게 문을 열어둔 곳이 듬성듬성할 뿐 한산하다.

  이런 장터가 오일장날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도붓장수와 이 날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렸다는 듯 동네방네에서 쏟아져 나온 사람들로 대만원을 이룬다. 말 그대로 북새통이고, 어느 한 곳 발 디딜 틈 없이 빼곡하다.

  예나 지금이나 장터 풍경은 세월의 빛바램이 없어 좋고, 심심치 않게 건질 게 많아 좋다. 비록 물건은 아니 사도 사방 눈요기할 것들이 많아 마음이 온통 장바닥에 쏟아진다.

  그러나 욕심과 사심을 갖고 장에 나갔다간 그나마 곱게 채운 마음이 허하기 십상이고, 무거운 심사로 돌아오기 일쑤다. 장터는 무엇을 건지기보다 내 가진 것 풀어 줄 요량으로 찾는다면 빈 마음 가득 채우는 귀한 깨달음까지 얻는다.

  인간의 내면처럼 장터 역시 들러리보다 안쪽 깊숙이 들어갈수록 참맛이 난다. 볼거리 또한 많아 발 아픈지도 모른다. 장날이 아니고선 쉽사리 건지지 못할 옛 향수들이 물건마다 가득 스며있어 지난 세월의 정취를 고스란히 맛볼 수 있다.

  오일장날이 되면 상인들은 각자 펼쳐 놓은 좌판으로 손님들을 끌기 위해 바쁘다. 트럭 앞뒤에 달린 확성기를 크게 울려대는가 하면, 고래고래 고함치는 사람, 그것도 부족하다 싶어 손바닥을 쳐대며 온몸으로 떠드는 상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 일도 엿장수가 나타나면 모두 허사다. 이곳 엿장수는 각설이 복장과 분장을 하고 나타나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우스꽝스러운지 절로 배꼽을 잡는다. 일단 그것만으로도 한몫 잡은 셈이다.

  양손에 큼지막한 쇠 가위를 쥐고 있는 엿장수는 음악 반주에 맞춰 몸을 흔들며 박자를 맞추는데 그 흉내는 가히 따라갈 자 없는 장터의 고수다.

  그런 그가 장터에 한번 등장하면 모든 상인들은 기를 못 쓴다. 그러니 엿장수 옆에서 장사를 한다는 건 맨땅에 박치기 하는 격이다.

  우리 동네 송정 오일장은 몇 년 전만 해도 자리다툼으로 새벽녘부터 시끌법적했다. 그런 장터가 조립식으로 단정된 후부턴 느슨해졌다. 각자의 구역과 푯말이 붙여지고, 그 안에서만 장사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따로 자리가 없는 상인들은 좀 더 좋은 길목을 잡기 위해 이른 시각부터 부지런을 떨어야 한다.

  그렇게 온종일 돼지 여물통처럼 시끌법적하던 장날도 해가 떨어질 무렵이면 조금씩 누그러진다.

  도붓장수들은 날이 저물기 전, 짐 보따리를 챙겨 또 다른 장터로 찾아 나설 채비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시간대엔 물건 값이 헐하다.

  그 중 야채류의 값은 더 두드러진다. 제 날짜에 물건을 팔지 못하면 그만큼 질도 떨어지고 시들어져 어쩔 수 없이 본전치기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밑지지 않을 장사를 하려고, 혹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상인들로 여기저기 옥신각신이다. 하지만 누가 남고 밑지는지 몰라도 흥정이 끝날 적엔 양쪽 다 만족한 표정으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진다.

  그런 모습 중에 탐탁치 못한 광경도 간혹 눈에 띈다.

  조그마한 소쿠리 두어 개 놓고 나물을 담아 파는 영세한 상인 앞에서 몇 푼의 돈을 더 깎으러 떼를 쓰는 말쑥한 아주머니를 보면 그렇다. 그다지 값나가는 물건이 아닐 바엔 차라리 다른 큰 물건 값에서 깎으면 좋으련만 전혀 밀릴 기세가 없다.

  평소 그분의 씀씀이가 그런지 모르나 그 앞에서 쩔쩔매는 상인을 보면 참 안쓰럽다. 물론 에누리 없는 장사 없고, 흥정은 붙어봐야 한다지만 너무 밀고 당기는 게 야박스러워 안 좋아 보인다.

  온종일 쪼그리고 앉은 채 나물을 파는 아주머니는 그 나물로 식솔들을 먹여 살릴 것이고 자녀들 학비에 보태 쓸 텐데, 바구니째 몽땅 판다 해도 될 성 싶지 않아 마음이 짠하다.

  비록 옹색하고 조그맣더라도 번듯한 가게 하나 가질 수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는 영세상인들. 길 한 모퉁이에 가판대 없이 가장 낮은 곳에서 질긴 목숨을 이어가는 사람들은 노점상이 바로 그들의 이름이다.

  그들의 고단한 삶은 대부분 길거리에서 이루어지며, 생의 대부분을 길바닥에 써 보낸다.

햇빛과 바람을 고스란히 맞아가며 그 날의 날씨 따라 운이 갈리고, 몇 푼 더 벌겠다고 자리를 옮길 적마다 단속반의 손길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다. 게다가 가게 주인의 눈치를 수시로 살피고 통사정을 해야 하기에 그들의 고충은 이만저만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삶의 애환이 구차해도 얼굴빛은 참으로 화사하다. 웃다가 주름진 얼굴이 바로 저 얼굴이 아닐까 싶다. 하루의 장날이 비록 피곤하고 짜증스러워도 손님 앞에선 늘 낫낫한 미소로 즐거이 손님을 맞고 대한다.

  그러나 그들의 삶의 애환이 구차해도 얼굴빛은 참으로 화사하다. 웃다가 주름진 얼굴이 저 얼굴이 아닐까 싶다.

  비록 하루의 장날이 피곤하고 짜증스러워도 손님 앞에선 늘 낫낫한 미소로 즐거이 손님을 맞고 대한다.

  요즘 가끔씩 장터에서 만나는 젊은 사과장수도 그렇다. 체구는 왜소하고 얼굴은 숯검정처럼 검게 그을렸지만 언제 보아도 늘 웃는 낯이고 익살로 가득하다.

  길 한 모퉁이에서 사과를 팔고 있는 그는 사과에 대해선 뭔가 일가견을 지닌 사람 같다. 그의 말을 가만히 듣노라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게다가 그는 사과만 파는 과일 장수가 아니다. 누가 사과 한 보따리를 사가면 그는 답례로 옛 노래 한 곡씩을 꼭 선사한다. 그 노랫가락이 어찌나 구성지고 멋들어지던지 노랫소리 듣고파 일부러 찾아드는 손임도 있다.

  이러니 그의 얼굴은 언제나 박꽃처럼 환하다. 초년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옛 말이 어찌 보면 사과장수에게 딱 들어맞아 그의 미래가 정녕 밝고 환해 보인다.

  새끼줄처럼 좁다랗게 꼬아지고 굽이진 장터 길 끄트머리에 당도하면 서너 채의 국밥집들이 솔방울처럼 옹기종이 모여 있다. 미닫이창도 메뉴판도 없는 국밥집은 상인들의 시장기를 달래주고, 장터 나온 지친 다리를 잠시 쉬게 해주는 데 안성맞춤이다.

비좁은 공간에 낮게 드리워진 탁자 위에 올려진 국밥엔 달랑 깍두기 반찬 한 가지다. 하지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국밥은 남기거나 걸러짐 없이 한 끼 때우기엔 최고의 별미다.

  많고 많은 여느 집 대궐 식당보다 역시 국밥집은 시끌법적한 게 운치 있고 더 맛깔스럽다. 허기진 배에 국밥 한 그릇 말아먹고 나면 오고 가는 사람들 틈새로 내비친 장터 풍경이 모두 내 안에 들어앉은 것 같은 포만감을 느낀다.

  또 장터에서 퍼올려 담아 낸 상인들의 인정과 넉살은 소박하게 버무려져 있어 어디서든 넉넉한 웃음꽃을 피우고, 지나가는 사람들에게도 골고루 나누어준다.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에서 느끼는 사무적이고 삭막한 그런 포장된 인상이 이곳엔 없다. 모두가 시름 많은 세월의 더께에서 곱게 뽑아낸 부풀 같은 여린 얼굴빛이다.

  오일장의 상인과 손님은 서로가 손 한 번 잡아주고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면 모두가 미소로 답례할 줄 아는 아름다운 미풍을 지니고 있다.

  비록 너저분하고 곰삭은 냄새가 풍기는 장터이나 그 안엔 무언가 살아 숨쉬는 생기가 있고, 번잡한 마음과 뒤틀린 심사를 곱게 펼치는 도량이 있어 무거움을 덜어주고 채워짐을 비우게 한다.

  시장통 사람들은 서로가 너나들이하는 처지라 물건 사고 파는 데 크게 뇌거하는 사람도 그다지 없다. 그래서 마음 편히 물건 고르고 값 치른다.

  바삐 움직이는 시장통 같아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바쁠수록 여유롭고 급할수록 느긋함에 익숙한 그네들이라 손놀림은 그저 여유작작하고 얼굴빛 또한 구김 없이 편안하다.

  사람 반 물건 반으로 옴나위 못할 장터에선 조금씩 몸 틀어 비켜 가면 그만이고, 실례하면 눈인사로 웃고 간다.

  세상 오만 것의 풍경들을 품고 있는 우리 동네 송정 오일장. 그 장터는 해거름이 되어도 파란 기운이 감돌고 돌아, 장 구경을 마치고 돌아서는 발걸음마다 신바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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