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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05 10:17

두 뻐꾸기의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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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두 뻐꾸기의 사모곡

 

   지난해 피안에 든 어머님의 그리움이 파도처럼 너울거린다. 어버이날이지만 꽃 한 송이 달아드릴 옷가슴이 없다는 것이 슬프다. 생전에 불효가 살을 찌르는 아픔으로 내 가슴 밑바닥을 두드린다.

   붉어진 심장을 둘러메고 눈물이 모여 사는 고모령으로 길을 잡았다. 모정에 굶주려 내 아픈 열병이 도질 때 무의식이 발로해 떠나는 곳이다. 익숙한 발걸음이 산질 들머리에 있는 동대사로 향한다. 법당에 들어서자 노스님의 청 높은 염불 소리가 내 속을 쩡쩡 울린다. 잠시 염부진을 내려놓고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빌어본다. 받들어 모시는 만큼 마음도 하늘에 닿는 법이다, 연등공양까지 추효(追孝)하고 나니 옥죄던 가슴이 조금 후련해졌다.

   물색고운 서당지를 지나 자드락길로 접어들었다. 향내 젖은 골바람이 따라 나선다. 벼랑 끝에 눈에 익은 꽃 한 무리가 반긴다. 발바투 다가선다. 철 그른 진달래다. 서민의 애환이 푹 배인 어머니 같은 친숙한 꽃이다. 지구의 광란에 넋이라도 나간 걸까 아니면 내 안같이 서러운 별리에 세월을 움켜잡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뚝 뚝 떨어지는 땀방울을 밟고 구절양장의 까풀막을 오른다. 애먼 심장만 불끈불끈 고동을 친다. 악다구니로 마루금을 밟고서야 솔향기 머금은 얌전한 숲길이 쉬어가란다. 풀잎 흔드는 바람결에 묵직한 산비둘기의 울음소리가 묻어온다. 그 옛날 어머님이 읊으시던 가락을 따라 해본다. ‘구국구국’ 계집죽고 자식죽고, 나 혼자 어이살고. 제법 시운이 맞아진다. 옛날 내란과 외란에 가족 잃은 선조들이 얼마이랴. 처량한 넋두리가 구슬프다. 우리는 새가 운다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노래한다고 표현한다. 새 소리를 받아드리는 사람의 감성에 따라 달리 들릴 뿐이다.

   산정길 끝자락을 붙들고 모봉(母峯)에 올랐다. 할미꽃 진 백두옹에서 어머님의 향기가 느껴진다. 고모령에 얽힌 전설을 음미해본다. 그 옛날 남매를 둔 홀어미가 살았다. 하루는 스님 한 분이 와서 전생에 덕이 부족해 가난하니 주위에 흙을 모아 산을 만들어 라고 했다. 그래서 세 식구는 산을 하나씩 쌓았다. 그것이 오늘날 모봉(母峯), 형봉(兄峯), 제봉(弟峯또는 妹峯)이다. 나라에서 힘이 가장 센 두 남매는 서로 힘이 세다고 티격이며 내기를 했다.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오빠는 저고리 앞섶으로 누이는 치마폭으로 흙을 날랐다. 해가 질 무렵 오빠가 누이가 쌓은 산을 힐끔 보았다. 누이 산이 더 높았다. 당연히 치마폭으로 날랐으니, 심술이 난 오빠가 여동생이 쌓은 봉우리를 밟아 버리고 말았다. 동생의 울음소리가 온산에 울려 퍼졌다. “너희들의 힘은 천하에서 가장 세지만 덕은 가장 부족 하구나, 다 나의 탓이다.”라며 상심한 어머니가 집을 나와 하염없이 걸었다. 고갯마루에서 남매가 걱정되어 집을 향해 뒤돌아본 곳이 바로 돌아볼 고(顧)에 어미 모(母)를 쓴 고모령(顧母領)이다. 그래서인지 형봉(192m)이 가장 높고 밟힌 제봉(170m)은 뭉뚝하며 모봉(149m)이 가장 낮다. ‘부모는 산에다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던가. 못난 자식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지순한 모심이 녹아있다. 그 음덕(蔭德)의 효험인지 명나라 최고 풍수지리가인 두사충이 꼽은 명당이 바로 형제봉이다. 두사충 자신도 고국에 돌아가지 않고 형제봉 기슭에 묻혀 모명제(慕明齊)를 두고 있다.

  모봉(母峯) 언저리에 있는 어부바쉼터로 자리를 옮겼다.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요람이 어머니 등일 것이다. 힘에 부대낄 때까지 흔쾌히 등을 내주시던 어머님! 살 말라 되레 업어드려야 하지만 안 계신다.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게 될 때쯤 그분은 곁에 없다’는 에세이 한 구절이 떠오른다. 때늦은 청개구리 효심에 내 가슴이 미어진다.

  쉼터에 설익은 불효자를 내려놓고 전설속의 어머니가 떠난 길을 따라간다. 엉겅퀴 배웅하는 풀둔덕을 넘고, 아카시아향이 속속들이 배어있는 황토구릉을 지나자 꿀밤나무의 씨족마을이 반긴다. 늘 우리 곁에 있는 친구 같은 나무를 포옹하고 다시 산을 오른다. 꿩의 울음소리가 잦아들고 유벽한 산길은 그윽한 숲속으로 빨려든다. 서러운 호곡이 적막을 깬다. 포곡성이다. 인간은 기쁨보다 슬픔에 더 익숙하다. 그래서 나 또한 맑은 새소리마저 귀 막고 애통한 모정을 풀어내고자, 한 마리의 뻐꾸기가 되어 여기 와있는 것이 아닌가. 낳은 정 기른 정에 번민하는 탁란조의 태생적 슬픔이 뻐꾸기가 통곡하는 연유이리라. 동병상련에 내 가슴자리가 아릿해져온다.

  어머니의 눈물자국을 밟고 고모령에 올랐다. 태평양전쟁과 6.25때 징용과 징병으로 끌려가던 한 많은 이별의 장소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도 어머니의 눈물과 한숨이 배어있다. 설움이 만개한 돌비석을 품어본다. 사지로 내 몰린 아들의 피맺힌 절규와 어머니의 통곡이 가슴에 전율해온다.

  “못 간다. 못 가. 나를 두고는 못 간다.”

  “어머님 놓으세요.”

  “달뜨는 밤 물방앗간 뒷전에서 알뜰히 맺은 사랑 허물어지고, 눈 오는 뒷골목 목로 집에서 가슴을 후벼 파며 울어 봐도, 그 사람을 못 잊어 떠나겠어요. 비 내리는 고모령을 넘어서가겠어요.”

  1948년 불후의 가수인 현인선생이 불렀던 ‘비 내리는 고모령’의 대사다. 당시 전쟁통에 생이별한 사람이 한둘이랴. 격동기에 어머니의 존재를 녹여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던 이 비통한 독백은, 후일 멜로 영화로 탄생하여 우리들의 눈물을 속 빼놓았다. 현인 선생의 노래비에 지독한 음치인 내 목소리를 올려본다.

 

                               어머님의 손을 놓고 떠나올 때엔                

                               부엉새도 울었다오 나도 울었소                

                               가랑잎이 휘날리는 산마루턱을                

                               넘어 오던 그날 밤이 그리웁고나

 

                               맨드라미 피고지고 몇해이련가                 

                               물방앗간 뒷전에서 맺은 사랑아

                               어이해서 못잊느냐 망향초신세

                               비내리는 고모령을 언제 넘느냐

 

  모정에 포원 진 내 마음이 하늘에 닿은 걸까. 신록을 적시던 보슬비가 제법 극성스러운 빗발로 변했다. 뻐꾹새의 울음소리도 축축이 젖었다 청솔가지 끝에 그렁그렁 어머님의 눈물이 고인다. 우중의 철마도 문 닫아건 고모역이 아쉬워, 긴 설음 한 자락 토하고 그냥 지나간다. 멀어져가는 기차의 꽁무니처럼 세월 속에 망각되어가는 고모령의 옛 추억이 서글프다. "한번 가버리면 다시 돌아오지 않는 것이 세월이요, 다시 뵐 수 없는 것 또한 부모님이다." 뒤돌아봐도 돌아오는 이 아무도 없는 고독한 령에 모정에 허기진 두 뻐꾸기의 사모곡만 질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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