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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27 11:00

고마운 아내

조회 수 193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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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 겸해서 동네 클럽에서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다. 언뜻 보기에 쉬울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체력 소모가 많고 기초부터 배워야할 것들이 많다.

“오늘 딱 하루만 쉬면 안 될까?” 엄살을 부릴라치면, “무슨 남자가 그리 끈기가 없어요? 그러고도 학생들에게 면이 설 것 같아요?”라며 윽박지르는 아내가 그렇게도 미울 수가 없다.

아내의 말처럼 내가 끈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애초부터 몸치에다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가끔 재미로 치는 것이 아니라 운동으로써 배드민턴을 배우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선뜻 포기할 수 없는 것이 고액의 라켓에다 신발, 운동복, 그리고 입회비에 레슨비까지 아내 것을 포함해 상당한 액수를 지불한터라 포기할 수도 없다.

‘에라 모르겠다. 아내는 이제 레슨에 재미도 느끼고 혼자서도 잘 갈 테니 나는 슬쩍 빠져야지.’

마침 오늘은 일이 있어 좀 늦게 귀가를 했다.

“여보, 먼저 가. 소화되면 이따 갈 게. 밥 먹고 바로 운동하면 몸에 안 좋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아내를 먼저 보낸 후 샤워를 하고 설거지와 분리수거도 하고 인터넷 검색도 하는 등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레슨이 끝났는지 아내가 돌아왔다.

“당신 때문에 나 창피해죽겠어.”

아내 말로 배드민턴 강사가 오늘은 아저씨가 왜 안 오느냐며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당신, 요즘 수업 시간에 말 안 듣는 학생 때문에 힘들다고 했지? 당신이 그 학생과 다를 게 뭐야. 학생의 마음을 사보라고”라며 나를 초등학생 다루듯이 나무랐다.

‘뭐, 이런 여편네가 다 있어. 이제는 남편까지 가르치려고 하네.’

얼른 배드민턴 가방을 들춰 메고 집을 나섰다. 배드민턴장에 들어서니 “오늘 늦으셨네요!”라며 배드민턴 강사가 반갑게 맞아 줬다. “평소에 재미로 하는 것과는 좀 다르죠? 힘드셔도 기초만 잘 다지면 훨씬 편하게 칠 수 있습니다.” 강사는 평소보다 더 말을 걸며 신경을 써줬다. 이런저런 핑계로 엄살을 피웠던 내가 살짝 부끄러웠다.

강사의 레슨을 받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리더십이 문제일까? 교수법이 잘못됐나? 아니면 학생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나?’ 별생각이 다 들었는데 오늘의 일을 떠올려보니 내가 진정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서지 않았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내의 충고가 고맙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아내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하겠지만 작년 겨울의 일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웃음이 나올 만큼 우스꽝스러운 해프닝이 있었다.

“아가씨하고 오셨나요?” 여관 주인아주머니의 질문에 “아뇨, 그냥 목욕만 하면 되요?”라며 얼른 대답을 하고 여관방을 찾았다.

처음 이 대화를 듣는 사람들은 무슨 이상야릇한 상상을 할지도 모르겠지만 본의 아니게 백주 대낮에 여관을 찾지 않으면 안 되는 사정이 생겼었다.

날씨가 워낙 춥기도 했지만 아이들에게 체육 수업을 교실에서 한다는 것은 정말 지옥과도 같이 상상하기 싫은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단단히 옷을 몇 겹으로 끼워 입고 운동장에 나섰다. 나이 탓인지 아니면 갱년기 장애인지 소변이 급하게 보고 싶어져서 참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을 잠시 피해서 화장실까지는 갔는데 그 놈의 혁대가 문제였다. 그날따라 혁대를 좀처럼 풀을 수가 없었다. 가까스로 혁대를 풀기는 했지만 이미 생리현상을 참을 수 없었기에 그만 속옷에 실례를 하고 말았다.

‘이럴 수가!’

스스로도 기가 막히고 우울해서 잠시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사태를 수습해야한다는 생각으로 급히 옷을 갈아입었다. 추위에 벌벌 떨면서 속옷을 몽땅 벗어놓고 체육복을 양복으로 갈아입었다. 부리나케 옷을 갈아입고 운동장으로 나가서 대충 수업을 마무리했지만 3,4교시 이어지는 체육 수업이 많이 부담스러웠다. ‘시간이 약’이라고 그렇게 또 시간은 흘러서 4교시 수업을 대충 마무리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오후에 농구 대회 응원이 있어 전 직원이 응원을 가야만 했다. 금방이라도 몸이 오싹 오그라들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서 일찍 체육관에 도착해서 주차를 하고 주변에 목욕탕을 찾아봤다.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고 평소에 그렇게도 쉽게 볼 수 있었던 대중목욕탕을 그날따라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천신만고 끝에 목욕탕을 찾긴 찾았는데 위층은 여관이고 지하는 목욕탕이었는데 하필이면 그 날이 휴일이라 목욕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아주머니께 그래도 어떻게 무슨 방법이 없겠냐고 여쭤봤더니 여관에서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좀 모양이 우습고 어색했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형편이 아니었기에 얼른 여관에서 하겠노라고 말씀드렸다. 좀 불편했지만 그런대로 추위도 녹일 수 있었고 몸도 가볍고 개운한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다. 가까운 거리지만 응원시간에 맞추기 위해 급히 택시를 타고 경기장에 도착해서 아이들의 힘찬 함성과 우렁찬 응원 소리를 들으면서 나 자신의 작아진 모습 때문에 몹시 기분이 우울했다. 젊었을 때는 쉿 덩어리도 금방 삼켜 버릴 것만 같은 패기와 용기가 있었는데……

가까스로 집에 도착하여 아내에게 낮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자초지종 이야기를 들려주었더니 배꼽을 잡고 웃으면서 “에구, 당신도 이제 나이를 먹긴 먹었나 보다.”라며 기가 부족해서 그러니 단백질을 보충해야 한다며 갈비탕을 사주었다. 갈비탕 한 그릇을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후딱 해치우면서

“마누라밖에 없구먼.” 했더니“그러니까 잘 해. 남자가 나이 먹고 힘없으면 당신 뒷바라지를 누가 해주겠어?”

초라해진 내 모습이 불쌍했던지 위로한다면서 한 마디 툭 던진 말이 오늘따라 왜 그리 가슴 속 깊이 와 닿는지 “그려, 당신 밖에 없구먼.”하면서 아내의 손을 잡고 ‘잘 부탁한다.’는 뜻의 악수를 건넸다. 역시 부부는 평생 좋은 친구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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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유시인 2014.12.27 13:06
    서로가 끔찍히 아껴주던 사이도 결혼하고나면 언제 그랬느냐 싶게 서로에 대해 데면데면해지는게 부부사이지요.
    더 나아가 싸움이라도 벌어질량이면 서로의 약점만 물고 늘어져 정나미가 뚝 떨어지게 하는게 부부싸움입니다.
    서로가 조금만 양보한다면, 서로가 상대에 대해 조금만이라도 이해하려한다면 아마 이혼하는 부부가 상당히 줄어들 것이라 여겨집니다.
    알콩달콩한 부부로 지내는 모습이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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