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나무와 꽃들은 앏고 가느다란 줄기 때문에 나약해 보인다. 바람이 조금만 세차게 불어도 가는 허리가 휘청 이내 부러질것 같고 뿌리 채 툭 넘어질 것 같아 위태로와 보인다. 그러나 작은 꽃들과 나무는 땅바닥에 낮게 깔려 있어 큰 바람에도 춤추는 꼬마인형들 같다. 내 곁에 이와 같은 사람이 몇 있어 나를 행복하게 한다. 이들의 외모는 잔잔한 물결이 이는 밤의 냇가와 같이 눈에 띄지 않지만 내면은 진솔함이 퐁퐁 솟아나는 샘물 같아 나의 마음을 기쁘게 하고 펀안하게 한다. 내가 힘들어 지쳐있을 때 이들은 나에게 힘을 실어줄 말을 가지고 사랑으로 다가온다. 짧고 투박한 말이긴 하나 말에 힘과 감동이 있어 지친 나를 일으켜 세우고 감사로 이끌며 작은것을 소중히 여길수 있는 마음을 갖게한다.
작은 티끌 하나가 눈에 들어갔을때, 작은 모래 하나가 신발속에 들어갔을때, 작은가시하나가 손톱 밑에 박혔을 때 통증으로 반응하는 우리 몸도 작은 세포 하나하나가 모여서 태어났다.
작은것이라서 지나치기 쉽지만 그 힘은 실로 대단하다. 자기몸모다 수백배나 더 되는 짐을 나르는 개미들, 큰 배를 움직이는 키,마이크로 칩속에 압축된 전자두뇌들, 세균전 하나로 인류의 모든 생명을 앗아갈수 있는것도 큰것이 아닌 아주 작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큰 것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작은집에서 큰집으로, 작은차에서 큰 차로,일등병이 장교를, 꼴찌가 일등을 꿈꾸는 소박한 꿈에서 로또에 당첨되는 대박의 꿈에 이르기까지 큰 꿈을 꾸는 자들이 주위에 얼마나 허다한가! 어쩌면 작은 꿈보다는 큰 꿈을 꾸고 살으라는 신의 계시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큰 것은 큰 것대로 소중하고 작은 것은 작은 것대로 소중한 우리의 삶에는 오묘한 조화가 깃들어 있다. 모든 것이 같다면 우리의 삶은 단조롭고 지루한 일상일 것이다. 그래서 삶에 적절한 조화가 흐를때 살아가는것이 단조롭지 않고 지루하지 않다. 이것을 알고 있음에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사소한 것으로 기울 때 나는 모든것을 제쳐두고 해맑은 일탈을 꿈꾸고 있을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