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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24 03:35

삶의 나침반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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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의 나침반


 돈을 많이 벌고 싶다.

 나는 원래 물질 만능주의에 치를 떨었다. 사랑이란 단어만으로도 가슴 설레던 이십 대 초반부터 내게 부잣집 남자를 만나야 한다고 말씀하시던 친척 어르신과 부모님, 부자들 앞에선 허리를 숙이고 아첨을 떨면서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들은 대놓고 무시하던 사회에서 만난 어른들, 돈에 미쳐 가족과 친구들을 배신하는 영화나 소설 속 악역들은 내게 자본주의 사회에 반감을 가지게 만든 기폭제였다.

 반면, 욕심을 버리고 현재에 만족하는 마음을 지니라고 말해주는 소설과 시는 삭막한 자본주의에 지친 내 마음을 달래주었다. 돈은 필수가 아닌 필요일 뿐이라는 한 방송인의 말에 감동을 받기도 했다. 우리 삶의 필수 요소인 물과 공기, 사랑, 웃음은 모두 무료라는 말에도 깊이 공감했다. 또 자랑할 만큼은 못 되지만 생활하는데 충분한 월급을 제공하고, 출퇴근 시간이 정확해서 내 시간을 허락하는 직장에 만족했다. 욕심을 버리면 행복이 온다는 말을 깊이 새기며 살았다.

 그런데 환경적 변화는 내면적 변화를 수반했다. 할머니께서 병원에 입원하신 것이다.

 내가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지 우리 가족과 함께 사셨던 할머니. 나는 할머니의 손길과 사랑으로 컸다. 할머니 시대의 사람들 대부분 그러했겠지만, 누구보다도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진 않았던 할머니의 고생을 알기에 나는 더욱더 할머니에게 효도했다. 그런 할머니께서 두통을 호소하시며 쓰러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나의 평화는 깨졌다.

 아버지의 형제는 고모 한 분뿐이다. 잦은 유산으로 할머니는 옛사람치고는 적은 수의 자식을 두셨다. 한 분뿐인 고모도 아버지와는 열 살 넘게 차이가 나신다. 얼마 전에 퇴직하신 아버지와 훨씬 더 전에 퇴직하신 고모부, 자기 가족 먹여 살리기에도 빠듯한 손자들의 형편 때문에 우리는 할머니를 좋은 병원에 입원시켜 드리지 못 했다.

 한 번도 대접이란 걸 받아 본 적 없던 할머니는 고모와 아버지가 결혼을 하고 나서야 노동을 멈추셨다. 그럼에도 우리 집이나 고모 집을 방문하실 때마다 "마음이 불편해서 가만히 못 있겠다. 청소라도 해야 맘이 편하다."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여기저기 청소하시던 할머니. 내 기억 속에 할머니는 항상 일을 하셨다. 쉬고 계실 때조차 과거를 회상하며 마음속 노동을 계속하셨다.

 나는 할머니에게 조그만 힘이라도 되고자 시간이 날 때마다 자주 할머니의 말동무가 돼 드렸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았을 뿐, 실은 할머니의 이야기를 싫어했다. 할머니의 이야기는 항상 똑같았다. 우울하고 지겨웠다. 할머니의 과거에 나를 가두는 그 느낌이 싫었다. 이제야 '쌓인 추억이 얼마나 없으시면 계속해서 똑같은 과거만 되풀이하실까.'라는 안타까움이 고개를 든다.

 지금은, 현실에 안주하고 만족하며 살아온 내가 한심하단 생각이 든다. 내가 능력이 있고 모아둔 돈이 많으면 또다시 이러한 상황이 생겼을 땐 그저 가만히 병실을 지키는 것보다 더욱 실질적으로 할머니를 간병할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현재에 안주하며 욕심 없이 사는 것과 위기 상황에 대비하여 물질적인 욕심을 쫓는 것 사이엔 정답도 오답도 없다. 그저 직면한 상황에 따라 나침반의 바늘처럼 이리저리 방향을 바꿀 뿐이다. 지금 내 바늘은 후자를 가리킨다. 앞으로 삶의 나침반이 어느 곳을 향해 바늘을 치켜세울지 나는 알지 못한다. 그저 바늘의 방향을 직시하며 나아갈 뿐이다.

 지금 나는 돈을 많이 벌고 싶다. 할머니의 과거를 효도로써 보상하고 싶다. 얼마 남지 않은 할머니의 인생에 고생이라는 글자를 지우고 호강이라는 단어를 새겨 드리고 싶다.

 욕심과 효도 사이의 간극을 지우는 과제에 내가 얼마나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어려운 과제 앞에 놓인 학생이 그러하듯, 나는 더욱더 악착같이 매달려 최고의 점수를 받도록 최선을 다해 전진할 것이다.




 119 구조대


 동생의 꿈은 소방관이다.

 동생이 처음 그 말을 꺼냈을 때 우리 가족은 비등점에 다다른 솥 뚜껑처럼 펄펄 날뛰며 역정을 냈다. 전공 공부를 마치기만 하면 인생이 탄탄대로일 텐데 '왜 이제 와서 진로를 바꾸려 하느냐'부터 시작해서 '그런 위험한 직업을 하게 내버려 둘 순 없다'로 끝을 맺을 때까지 수많은 잔소리와 고성이 집안 가득 차고 넘쳤다.

 물론 동생에겐 씨알도 안 먹혔다. 넘치는 말들을 꿀꺽 삼킨 채, 두 눈을 빛내며 동생의 입에서 터져 나온 말은 우리의 마음을 돌리기엔 턱없이 부족할 정도로 짤막했다.

 "제가 하고 싶은 걸 어떡해요."

 동생은, '할 말이 그게 다냐?' 싶어 벙찐 우리들을 바라보며 다가올 악평 정도는 얼마든지 받아칠 방패를 든 장수의 폼으로 제 안에 들끓고 있는 꿈의 불씨를 무기마냥 단단히 움켜쥐고 있었다. 한창 뉴스나 신문에 소방관의 열악한 근무 조건이 도배되고, 그 토대 위에서도 '소방관이라면 마땅히 그래야지!' 강요하듯 봉사정신, 직업의식으로 무장한 소방관들의 희생이 이슈화되는 바로 그런 시기에 말이다.

 영웅 기류에 잠시 편승한 청춘의 오기이길 바랐던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맘 바꾸겠지 싶어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다. 사실 그것 말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있는 힘껏 팽창한 물풍선 앞에 뾰족한 바늘을 잘못 들이밀었다간 쏟아지는 물벼락에 우리까지 쫄딱 젖을 것 같았으므로.

 하지만 시나리오는 우리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갔다. 그동안 착한 아들, 동생 노릇 톡톡히 해낸 데에 대한 자부심과 이제부턴 자신을 일 순위에 두기로 한 다짐이 함께 뒤범벅된 동생의 마음은 더 이상 물러날 데 없는 상황에서도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있사옵니다!' 외친 이순신 장군처럼 부모님과 나의 압력 앞에서 조금도 고개 숙이지 않았다.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님의 마음은 '이해'가 끼어들 틈도 없이 과하게 앞서 나갔고, 동생은 동생대로 자신의 꿈을 알아주지 않는 가족을 원망했다. 부모님과 동생 사이는 오래된 시소처럼 삐걱거렸다. 누구 하나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삐걱대던 시소마저 움직임을 멈추고 적막만이 맴돌던 날들 속에서 사건은 터졌다.

 내가 구급차에 실려간 것이다.

 집에 혼자 있던 날이었다. 오랜만에 찾아온 여유를 만끽하며 벌렁 누워서 책을 읽고 있던 평화로운 평일 오후, 노크도 하지 않고 느닷없이 복통이라는 불청객이 찾아왔다. 처음엔 지나가는 월경통이라 생각하고 다시 만화책에 눈을 돌렸지만 자신을 무시하는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었는지, 불청객은 맹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온갖 무기와 병사를 총동원해서.

 갑작스런 맹공에 나는 침대에서 떨어져 바닥을 구르기 시작했다. 배 속에선 화살이 날아다니고, 폭탄이 터지며 한바탕 전쟁이 치러졌고, 나는 뭍으로 올라온 물고기처럼 온몸을 팔딱거렸다. 숨도 못 쉴 만큼 아픈 게 어떤 기분인지 처음으로 느꼈다. 세상에 육체적인 고통만큼 철저하게 독자적인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 '몸보다 마음이 더 아프다'는 말을 만든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그만큼 처절하게 아팠다.

 그때, 전화가 울렸다. 엄마였다. 휴대폰이란 구원병이 있는 줄 그제서야 알았다. 쿵쾅대는 배를 싸안고 죽기 살기로 손을 뻗어 전화를 받았다. 엄마의 목소리를 듣기도 전에, "119 불러줘!!!" 외마디만 남기고 의식을 잃었다.

 추위와 소음이 느껴져 눈을 떴더니 나는 우리 동 앞에서 들것에 실려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의 '세상에 만상에나!' 소리를 등지고 나는 또 한 번 의식을 놓았다.

 다시 정신이 들었을 땐 종합병원 응급실로 장면이 바뀌어 있었고, 눈앞엔 울고 있는 엄마와, 엄마를 만났다가 봉변당한 이모가 서 계셨다. 신기하게도, 그리고 너무나 억울하게도 통증은 잦아들었고 나는 아픔 대신 잠옷 차림에 민낯으로 실려 온 내 꼴에 창피함을 느꼈다. 그리고 응급실 레지던트의 쏟아지는 질문에 대답을 마치고, 내 생애 첫 CT 촬영을 했다. 이윽고 나온 결과는 한바탕 난리 치른 것에 비하면 한없이 초라했다. 월경통과 장염이 동시에 일으킨 우연적인 현상이라고 했다. 건강함에 감사해야 할지, 억울함에 슬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다음 날, 나는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119 불러달란 말을 끝으로 의식을 잃은 나를 엄마는 계속 불렀다고 했다. 아무런 대답 없는 수화기를 붙들고 엄마는 상황의 심각성을 느꼈고, 구급 대원들에게 우리 집 주소와 비밀번호를 알려주며 딸을 살려달라고 빌었다고 했다. 엄마가 119에 호출한 시간부터 내가 응급실에 실려간 시간까진 20분도 채 안 걸렸다고도 했다.

 그 얘기를 나누면서 우리는 같은 생각을 했다. 온 마음과 정성을 다해 출동한 그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이 부족할 만큼 감사하다는 생각, 초스피드와 초안정성을 자랑하는 그들이 있어 든든하다는 생각, 119라는 버튼만 누르면 그 영웅들이 우리 곁으로 달려와준다는 생각, 지금 이 순간도 그들은 자신들을 찾을 누군가를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는 생각, 그리고 그런 그분들의 뒤를 따를 동생이 한없이 기특하다는 생각…

 대원들께 전화로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나는 눈물이 났다.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겪지 못했더라면 평생 동생의 꿈을 응원하지 못 했을 테니까. 어쩌면 영원히 못난 누나로 남을 수도 있었겠다는 미안함과 이렇게라도 그 오명을 벗어던진 안도감이 맘속 깊이 차고 흐르고 넘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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