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응모 조건 중의 하나가
- 제목을 32로 하라고 나와있는데 이게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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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명을 앞둔 새벽 4시 쯤..
몽구가 비틀비틀 내 앞으로 오더니 주저 앉아버리고는
다시 일어나지 못한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일어나려는 헛발길을 1시간 동안 하고는
짧은 생을 마감해 버린다.
생후 2개월 째 우리집으로 온 이 놈은 우리 가족과 13년 성상을 같이 보냈다.
2개월 전에 콩팥에 있는 돌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고는
나아지는가 싶더니 구토를 하고 괴로워하기에
안락사를 감행하기 위해 동물 병원에 전화를 하니 연휴 끝나고 오란다.
조금씩 상태가 좋아져서 안락사는 면했으나
체력의 저하가 현저하게 눈에 뜨이더니
결국 제 갈 길로 가 버렸다.
새끼 때부터 군기 잡는다고 패대기 친 것도 나였고
거세 수술을 결정한 것도 나였고
근래는 손주가 혹여 다칠세라 근접하지 못하도록 구박을 한 것도 나였는데도
놈은 내 발치까지 힘들게 걸어와 숨을 거둔다..
가족의 흐느낌 속에서도 나 홀로 눈물이 나지 않는다.
시신의 처치를 동물 병원에 위탁하려는데
집사람이 우리 부부의 손으로 묻어주고 싶어한다.
집사람이 몽구를 포대기에 싸서 가슴에 안고 차에 오른다.
나는 경비원에게 삽을 빌린다.
막내는 꽃다발을 하나 얼른 만들어 우리에게 건넨다.
선산이 있는 비봉으로 가는 내내 우리 부부는 말이 없다.
13년간의 파노라마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미물의 죽음이지만 많은 것을 생각케 하는 우중충한 날씨다.
잘 가라.. 몽구..
좋은 곳에서 불알 잘리지 말고 자손 번식하며 즐겁게 살고
이왕이면 내생에서는 인간으로 태어나 다시 만나자..
끝
이 놈은 제게 있어 개가 아니라 가족이지요.
지난 10년 세월이 어찌나 빨리 지나갔는지
이제 나이먹어 산책길도 조금 힘들어 하는 요 놈이 안스럽게 보입니다.
앞으로 요놈이 10년만 더 건강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