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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해 더 사랑해

 

새벽 5.

마음에 준비를 하시고 가족들을 모두 부르세요.”

 

치열한 정적이 흘렀다.

냉정한 의사의 말에 어기적거리며 중환자실을 나오다 온몸이 퉁퉁 부어올라 마치 복어처럼 변해버린 엄마의 몸을 보았다. 복어? 순간 웃음이 나오려다 멈칫했다.

누구한테 연락해야할까? 아직 자고 있을 시간인데, 오빠와 동생이라도 조금 더 편하게 자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엄마의 상황을 빨리 알려 대책을 세워야하나생각들이 엉켜버렸다.

엄마는 심장판막이식수술을 하기 위해 병원에 입원해, 예상보다 수술시간이 길어져 10시간을 넘기고서야 수술실을 빠져나왔었다. 이후 중환자실에서 4일을 보냈고, 일반병실로 옮겨와 10시간을 보냈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다시 중환자실에 와있다. 엄마의 몸이 복어처럼 변한 것은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다.

의사의 말이 머릿속에서 회오리친다. ‘간수치 15,000신장훼손, 폐기종, 뇌부종이 한꺼번에의식이마음에 준비를심장수술을 해놓고 이상한 증상들을 늘어놓는 이유는 뭐지?

 

아침 7.

삼남매가 중환자대기실 앞에서 서성인다. 중환자실 안에 있던 의사가 밖으로 나와 새벽녘에 했던 말을 똑같은 톤으로 이야기하며 오늘이 고비란다. 그리고는 엄마를 보고 오란다. 하루 두 번밖에 허락되지 않는 중환자실 면회였지만 마지막인사라도 하고 오라는 것이다.

기도삽관을 포함해 온갖 기계들과 연결된 호스들이 엄마의 몸을 휘감고 있다. 두 시간 전 보다 더 빵빵해졌나?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래도 여전히 늘어진 복어 같다. 심지어 검은 반점들이 엄마의 얼굴을 뒤덮어 얼룩덜룩하다.

 

오후 2.

지금까지 벌써 3명이 지나갔다. 오전에는 수술실에서 2명이 빠져나와 중환자대기실 앞을 지나갔고, 뒤이어 중환자실에 있던 사람이 하얀 천을 뒤집어 쓴 채 영안실로 가는 길이다.

한 명은 아침 9시에 시작 한 수술 도중, 3시간도 채 견디지 못하고 死者가 되어 수술실을 빠져나갔다. 또 한 명은 교통사고로 모든 장기가 파열되어 구급차에 실려 왔으나 수술준비 중에 심장이 멈춘 모양이다. 그렇게 오전에만 두 명이 몸을 늘어뜨리고 내 눈앞으로 지나갔다. 70대 할아버지는 많은 손자 손녀들의 배웅을 받으며 중환자대기실을 빠져나간다. 이 모든 상황이 회색 필터를 낀 ENG카메라에 담긴 영상 같다.

대성통곡 소리가 들린다. 주위를 둘러보니 10대 후반쯤 되어 보이는 소녀가 울고 있다. 아이의 엄마가 수술실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순간 깜짝 놀라서 멍하게 회색 영상을 지켜보던 나를 다그친다.

엄마는? 우리 엄마가? 우리 엄마를!

눈물이 쏟아지기 시작한다. 한번 흐르기 시작한 눈물은 걷잡을 수 없어 그대로 목을 놓아버렸다. 그 때 엄마의 목소리가 가슴속으로 스며든다.

 

며칠 전.

~기사~ 마트가자.”

엄마는 내가 무슨 택시기사도 아니고 툭하면 이~기사야?”

수술하기 전에 김치도 해놓고 세제도 사다놔야지. 아무 것도 할 줄 모르는 니들을 어떻게 믿고 병원에 들어가니?”

입원을 앞둔 며칠 전. 엄마는 당신의 부재를 걱정하며 걱정을 늘어놓았었다. 불혹을 넘겼으나 아직 혼자인 아들과 제멋대로 살겠다고 선언한 딸을 걱정하며 당신의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을 대비라도 하듯 부지런히 이것저것을 장만하던 터였다.

수술 성공률 96%. 요새 심장수술하다 어찌됐단 사람 없거든!”

너는 평생 엄마가 옆에 있을 줄 아냐? 나도 너도 혼자 태어나 혼자 일 수밖에 없고, 떠날 수 있어.”

엄마, 그런 소리 할 거면 나 운전 안 해.”

큰 수술을 앞둔 엄마였지만 단 한 번도 그녀의 부재를 상상해보지 않은 나는 운전하는 내내 투덜대며 엄마를 마트에 모시고 갔었다.

어릴 때부터 엄마는 나의 분신이자 동반자였다. 나는 엄마를 쏙 빼닮아 주변으로부터 자매 같다는 소리를 듣곤 했었다. 엄마는 내가 학교에서 친구들과 싸우고 집에 들어왔을 때도 화해하고 나면 더 친해져라며 속상한 마음을 달래주셨고, 짝사랑하던 남자가 다른 여자에게 가버렸을 때도 그 사람이 좋은 여자 놓친 거야라며 위로해주셨다. 회사 일로 힘들어할 때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야, 다 지나 간단다라고 격려해 주며 언제나 든든한 멘토가 되어주셨다.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않은 엄마는 삶의 지혜에 있어서는 대학원씩이나 나온 딸보다 앞서 있었고 늘 명쾌하게 답을 줬다. 엄마는 언제어디서든 나와 함께 숨 쉬고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함께여야 했다.

 

11.

엄마의 재수술이 결정되었다.

도저히 흐르지 않는 시간들을 뒤로하고 새벽녘이 되어서야 엄마를 다시 볼 수 있었다. 엄마를 보는 순간 일상생활에서 한 번도 하지 않았던 말이 터져 나왔다.

엄마, 사랑해 또 사랑해. 엄마, 사랑해 진짜 사랑해. 영원히 사랑할 거야. 그러니까 아무 일 없을 거야.”

생사의 갈림길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돌아온 엄마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다행히 차도를 보인 엄마는 이후 한 달간의 병원생활을 마치고 퇴원하셨다.

 

늘 옆에 있을 것 같아 소중한지 몰랐던 엄마의 존재! 어둡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잘 견뎌준 나의 엄마! 오늘 일을 절대 잊지 않으며 매일매일 더 사랑하리라 다짐해본다.

 

 

                                                         색빛 재회

 

오늘도 현관문 밖에 붙어있는 전단지들을 훑어본다. ‘00마트 빅세일’. 찾고 있던 전단지를 떼어 주문할 목록을 정리한 후 전화 수화기를 든다. 몇 가지 식료품을 주문하고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한숨이 절로 새어나온다. 이렇게 간단한 동작도 점점 하기 어려워진다.

집 밖을 나가지 않은지도 4개월이 되었다. 8. 그동안 내가 움직였던 최대의 공간이다. 침대며 책장을 들여 놓을 때도 가구가 만들어내는 선들이 삐뚤어지지 않도록 모서리를 맞추고 배치했었다. 방안 가구들의 모양새가 달라지지 않도록 자잘한 살림살이는 아예 들여놓지 않았었다.

주문한 식료품이 배달되려면 30분 남았다, 무엇을 할까? 가구들이 만들어낸 선을 손가락으로 더듬으며 또 다시 생각에 잠긴다. 매일 매순간 똑같은 두려움이 밀려온다. 언제부터인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부유하고 있는 듯하여 도무지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어디에 있는 것일까?'

답을 찾아내기 전에 주문한 물품이 도착했다. 일주일치 식품을 저장 공간별로 구별해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놓인다. 앞으로 일주일간은 주문전화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다. 나는 침대에 누워 다시 생각에 잠긴다.

'무엇을 해야하나.'

 

처음부터 방 안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세상이 나를 중심으로 흐른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10년을 넘게 다닌 회사에서는 커리어우먼으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했었다. 주변엔 사람들이 북적였고, 모임을 만들어 리드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이 무기력해지더니, 아침에 본 동료들이 저녁엔 낯설게 느껴지고 급기야 어색해서 견딜 수가 없게 되었다. 직장을 그만두었다.

학업을 마친 후에도 공부에 대한 갈증은 없어지지 않아 여러 가지 세미나와 모임에 참여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는데 그것에도 흥미를 잃어 버렸다. 역시 그만두고 말았다. 친구들을 만나면 매번 반복되는 수다가 시시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함께 살았던 어머니와 매일 아침 얼굴을 보고 마주앉아 밥을 먹어야하는 것도 힘이 들었다. 그래서 혼자 살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세상을 향한 마음의 문도 닫혀버렸다.

 

아버지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나의 생활이 달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사춘기 이후로 아버지와는 치열하게 싸우고 또 싸웠던 것 같다. 늘 불평을 늘어놓으며 세상 탓만 하는 것 같은 아버지에게 대들곤 했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세상 믿을 사람 하나 없다며, 오직 자신만 아는 아버지를 향해 소리를 내질렀었다.

왜 남의 탓만 하냐고아버지가 무능한 게 아니냐고.”

나는 소리 지르고 집을 뛰쳐나와 후배와 함께 술집에 앉아 그런 아버지를 둔 게 얼마나 고단한지를 토로했었다.

그러고 있는데 휴대전화 벨이 울리기 시작했다. 통화버튼을 누른 나는 휴대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아버지가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가셨다고 했다. 예전에도 당신의 성격을 이기지 못하고 종종 쓰러지시곤 하시던 아버지였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계속 술을 마셨다.

그런데. 1주일 걸렸다. 정확히 1주일 동안 병원에 입원했던 아버지는 당신의 죽음을 받아들일 새도 없이 눈을 감고 말았다. 가족들이 한탄할 사이도 없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 날 저녁, 나는 제발 홀가분해지길 바랐었다. 그렇다고 결코 아버지의 죽음과 연관해서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다. 결코 아니었다. 그런 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아버지는 쓰러져 그렇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아무 말도 없이 그냥 그렇게 아버지는 눈을 감아버린 것이다.

집에서는 더 이상 아버지의 불평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집안을 짓눌렀던 무거운 분위기가 없어졌다.

그런데 이상했다. 가족들은 얼굴을 마주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허둥댔다. 늘 쓰던 집안 가전제품의 사용방법을 잃어버려 멍하니 서있기도 하고, 심지어 서로를 서먹하게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또다시 8평 안을 서성이며 생각에 잠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해야하나' 나는 질문한다.

'.'

'무엇을 하고 싶은가' 또 질문을 한다.

'.'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

'.'

답을 찾아내지 못한 나는 화장대에서 찌든 먼지를 할 일 없이 닦아내고 있는데 문득 거울이 눈에 들어온다. 두텁게 내려앉은 먼지 저 넘어 거울 속에 칙칙하고 어두운 표정의 한 여자가 서있다. 불만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다. 나는 거울 속 여자를 노려보기 시작한다. 이내 정면으로 눈이 마주쳤다.

그런데 거울 속 여자의 눈빛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풀려있던 눈동자에 놀라움이 가득 고인다. 나의 입에서 탄성이 흘러나온다.

"아버지."

나는 거울 속 여자에게서 아버지를 보았다. 끝이 보이지 않은 어두운 길 한복판에서 아버지의 눈과 마주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눈이 따뜻하다. 나를 향해 미소 짓는 듯한 눈빛에 가슴이 먹먹하다.

4개월 만에 나는 내 눈빛 속에서 아버지를 발견하고 말았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눈물의 의미를 알진 못한다. 하지만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잃지 않기 위해 거울 속을 뚫어지게 들여다본다. 당황하던 나는 이제 거울 속 여자를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다. 거울 속 여자도 미소를 짓는다.

 

 

 

이름 : 이서율

이메일 : guff44@hanmail.net

핸드폰 : 010-7614-2033

  • profile
    은유시인 2015.12.20 19:19
    어머니 얘긴데요, 타임의 긴박감으로 잘 못 되실 줄 알았는데 다행히 완쾌되어 퇴원하셨다니 얼마나 다행이신지요?

    회색빛 재회
    은둔형외톨이라 하지요?
    혼자만이 좁은 공간에 갇혀 사는...
    거울을 통해서 압저지를 재회하는... 그래서 회색빛 재회로 제목을 붙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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