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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냥, 문득.


2015년 9월 10

슬퍼지는 순간이 있지 않니?”를 듣고 쓴 글.


 어제였다.

수업이 일찍 끝나서 점심 먹고 바로 집에 가도 되었는데 고 대 고 학년 대항전을 보았다고 3이 완벽하게 져서 기분이 괜히 서글펐다.

눈이 반 쯤 감긴 채로 앞이 잘 안 보여서 고개를 치켜들고 가는데 이규현 선배가 있었다.

수고하셨습니다.”하고 가만히 서있는데

정찬동 선배가 야 규현아 미안하다,” 했다.

 

혼자 내려오는데 버스시간이 한참이나 남아있었다풀밭이 예쁘기에 앉았다.

바람이 솔솔 불었다.

발가락에서 나방이 날아갔다.

풀이 좀 따끔거렸고 옆에 작은 느티에서 조 쌤 목소리가 들렸다.

보통 이쯤 되면 영화에서 눈을 감고 잔잔한 미소를 짓기에 나도 한 번 슬며시 눈을 감아보았다.

바람이 더 잘 느껴졌다.

그러다 문득 부끄러워져 눈을 뜨고 주위를 봤는데

아무도 없었다.

한 쪽에 아무렇게나 내버려 둔 가방을 챙기려고 봤는데 가방 한복판에서 개미 한 마리가 꼬물대고 있었다혹시 열어놓은 가방 속으로 개미들이 들어갔을까 얼른 안을 보았는데 책 밖에 없었다.

 

수지 도서관에서 인문학 강의를 들었다.

“~그래서 제가 그냥 ~했지 뭐예요.”

와르르르르.

“~거예요.”

~

TV 아침마당 같은 교양프로에서나 보던 와르르르 터지는 아줌마 웃음과 감탄과 알겠다는 의미가 섞인 그 아~가 몇 십 분에 한 번씩 터져 나온다.

그 아줌마들 사이에 빵모자를 쓰신 할아버지가 계신다.

 

부랴부랴 버스 정류장에 가 버스비가 조금 더 비싼 초록버스를 탔다.

그러곤 또 부랴부랴 머내에서 내려 20분차를 탔다.

혼자서 어두운 다리를 지나 가로등이 드문드문 켜있는 굴다리 가는 길을 지나 학교를 올라갔다해가 진지 한참인데도 오르막길이 따뜻하다.

뭐하다 이제 가는지 중학교 애들이 계속 무리지어 내려온다.

나는 올라가고 걔네는 내려가고.

시끄러웠고 난 조금 들떠있었다.

강아지풀을 3개나 뽑았다.

축준위가 다 끝나고내려갔다.

열한시였다.

다들 엄마아빠 차를 탔고 나는 다시 혼자서 아까 올라온 그 길을 걸어갔다.

똑같이 혼자고 똑같은 거리인데 차가웠다.

사실 실제로 추웠다.

버스 정류장에 있는데 지나가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갑자기 차 한 대가 동천동 쪽으로 가나 싶다가 방향을 틀어 내게 불빛을 비췄다.

난 모른 척했다.

영어 단어를 외웠다.

 

버스가 왔다.

유일하게 타 있던 두 명은 내가 타는 곳에서 내렸다일행인가 했지만 서로 갈라졌다.

에어콘이 켜져 있었다.

세상은 어두운데 여기 안만 밝았다.

기사 아저씨가 조용조용히 통화를 했다.

 

아무도 없는 버스에서 내려 깜깜한 다리를 건너가는데 갑자기 목이 멨다.

울컥 눈물이 나오려 해 고개를 젖혔다.

이번엔 정말로 눈을 감을 수 밖에 없어 감아버렸다.

 

그리고 떴다.

별이 많았다.

저 반짝이는 것이 비행기인가 별인가 한참을 보았다.

눈이 시렸다.


풀벌레 소리가 다 똑같은 줄 알았는데 가만 들어보니 아니었다.

내는 소리도 다르고 박자도 다르고 세기도 달랐다.

어떤 것은 엄청 커서 그냥 있어도 잘 들리지만 또 어떤 것은 가만히 집중해야 들렸다.

그 소리들에 집중하면서 잠시 눈을 감고 걸어가는데 한걸음 한걸음 갈 때마다 소리들이 나를 감싸려 다가오는 것 같았다.

어제는 처음으로, 소리에게 안겨보았다.


문득 슬퍼지는 순간.



2. 나이듦을 생각하게 되었던 나의 열여덟


나이를 먹어 간다는 것.

 

축제가 끝나고,

누나 앞으로도 계속 회의하고 싶을 것 같아.” 하는 후배 말을 듣자마자

으으으으전혀.” 눈살을 있는 대로 찌푸리며 고개를 세차게 내저었다.

작년 이 날에는 나도 정말 아쉽다 이제야 좀 친해졌는데하며 조금만 더 하길 바랐었는데.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이런 것인갑다 생각했다.

 

작년 내가 막내일 때는 축제준비위원회를 하면서 정말이지 멀쩡했다오히려 회의 가는 게 기대되고방학 때 오르막길을 올라가면서도 귀찮지 않았다피곤이 어깨에 쌓여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잠이 며칠 밀린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게 하면서 정말 열심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나는 내가 맡은 일만 쉬엄쉬엄 하면 되었고 다른 모든 일들은 다 알아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본래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작년에 내가 신경 쓰지 않았던 모든 건 선배들의 손을 거쳐 그렇게 되었던 거다.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그런 것이었다.

 

신경 써야 할 것들이 조금씩 더 생겨나고,

책임질 게 조금씩 늘어가는 것.

또 딱 그만큼 더 커진 보람과 남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마음.

 

마지막 것은 버리고 싶다.

 

미워할 것은

 

마냥 미웠다. 어떻게 저런 말을 할 수 있을까 원망스러웠다. 

나름 친하다고 생각했고 나에게는 소중한 너였는데 인연을 끊고 싶어질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뒷일은 생각지도 못하고 모두가 보는 계단에 앉아 펑펑 울고 말았다.


그런데 사실 이제와 가만 생각해보면 미워할 것은 나를 놀렸던 그 친구가 아니다.

그 친구는 내가 부끄러워 하던 부분을 건든 것뿐이다물론 건드리지 않을 수 있었지만그 친구가 아닌 누구라도 언제라도 벌어질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미워할 것이 있다면 그 친구가 아니라 그런 나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는 나이다

 

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게 되기를.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내가 되기를.

누군가가 그랬던 것처럼, 자유롭게 나를 사랑하고 싶다. 

 

어른.

 

나는 스무 살이 되면 무슨 마법의 문을 딱 통과해 어른이 되는 건줄 알았다.

그렇게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기에 조금 더 가까이서 어른들을 마주했을 때 나는 실망감이 들고 말았다.


열아홉의 나와 앞자리수가 바뀐 스무 살의 나는 굉장히 다를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른이 되면 돌처럼 단단하고 나무처럼 흔들림 없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어른이 되어도 사람들은 여전히 흔들리고 불안정하더라.

다들 지금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고민을 하고 걱정을 하고 있더라.

어른이 된다는 건 무엇인가어른이 무엇인가나는 앞으로 어떤 어른이 되고 싶은가어떻게 살고 싶은가.

10대의 끝 무렵에서어른이 되기를 얼마 앞두지 않고 내가 요번 해 많이 했던 생각은 저런 것들이다.

내가 예전에 얼른 어른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는 아마 마음대로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올 수 없거나집에 들어가고 싶지 않은데 들어가야 한다거나보고 싶은 영화를 볼 수 없다거나 하는 때였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제 그렇게 누릴 수 있는 자유보다 그것들로 인해 지게 될 책임들을 생각하게 되었고내 생각에 나는 아직 그것들을 다 감당하고 책임질 만큼 크고 넓은 사람이 되지 못한 것 같다사람은 왜 스무 살에 어른이 되는 걸까불과 중학교때까지만 해도, 작년까지만 해도 스물 둘스물 셋 하면 정말 한참 커 보이는 어른 같았는데 그들도 다들 아직 어린 거였다그저 봄이 한 번 지나가고 나면 그렇게 어른이 되고 마는 것이었다.


세상 앞에 나설 준비

 

1학기에우연히 입시 때문에비단 입시 때문만은 아니겠지만그러니까 현실을 마주하고ㅡ 힘들어하며 눈물 흘리는 선배들을 보았다.

그런 선배들을 보며 내 중심이 단단히 뿌리 박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 많은 것들에게 흔들리지 않게 되었으면 좋겠다고나만의 길을 꿋꿋이 갈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나는 사람들이 봐주지 않아도알아주지 않아도 괜찮다고대학을 어디를 가든 는 그대로 나일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또 여자화장실 맨 끝 칸에 가서 성공한 사람이 될 수 있는데 왜 평범한 이에 머무르려 하는가?’하는 글귀를 볼 때면 어김없이 가슴이 끓어오른다.

어떻게든 밥 한 끼 먹을 돈과 내 한 몸 누일 곳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또 여러 매체를 보면서 수영장이 있는 집에서 가끔씩 파티를 열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더 깊이단단하게 뿌리 내려서 열아홉살이 되었을 때, 어른이 되었을 때 내가 해왔던 것들을 부정하거나 후회하지 않았으면.

충분히 가치있는 삶이었다 미소지을 수 있었으면.

자위하기 위해,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나오는 공허한 말, 생각 말고 내 안에서 진심으로 우러나왔으면.


응시자: 송예슬

핸드폰 번호: 010-3846-1895

이메일: songyeseul@naver.com

  • profile
    korean 2016.02.28 23:58
    열심히 정진하시면 좋은 결실을 반드시 걷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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