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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고양이
  “휘~익!”
시커먼 물체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끼익!”
밤길을 달리던 나는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물체가 지나간 쪽을 바라보니 고양이었다.
  “야, 이 녀석아! 죽고 싶니?”
나는 소리치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조금만 더 빠른 속도로 달렸으면 고양이를 로드킬할 뻔했다. 겨우 가슴을 진정시키면서 운전하는데 유독 고양이가 로드킬 사고를 많이 당한다는 뉴스가 떠올랐다. 그것은 고양이 몸의 구조상 앞으로 가다가 재빨리 뒷걸음질로 바꾸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래서 고양이가 길을 건너다가 갑자기 자동차가 온다면 뒤로 돌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멈추거나 그대로 앞으로 뛰어들게 된다. 그리고 길고양이는 스스로 먹이를 구해야 하기 때문에 먹잇감을 발견하면 모든 신경이 그쪽에 몰려 있다. 특히 도로 근처라면 먹이에 정신이 팔려 자동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하게 된다. 이런 이유로 로드킬 당하는 고양이가 많다는 것이다. 앞으로 운전할 때 정말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여름 우리집에 찾아왔던 고양이도 로드킬 당한 것인지 걱정이 되었다. 두 달이 채 안된 짧은 인연이었지만 아직도 길고양이들을 보면 가끔 그 고양이가 떠오른다.
                                                      
  지난 6월 6일, 그날은 아버지 기일이었다. 제사음식을 만들기 시작하자 부엌으로부터 고소한 냄새, 느끼한 냄새 등이 풍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해가 지고 어둑해질 무렵 조카의 호들갑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할머니! 아빠! 고양이가 왔어요. 고양이가요!”
  “어디, 어디?”
  “밖에서 현관유리문으로 우리를 보고 있어요.”
  “정말이네. 우리를 빤히 쳐다보고 있는 모습이 배고픈 모양이다.”
  “냄새 맡고 왔나 봐요. 아직 어린데 어미 고양이가 없나?”
  “길고양이들인가 봐요.”
모두들 한 마디씩 하는 가운데 나도 밖을 보니 정말 고양이 두 마리가 애절한 눈빛으로 먹을 것을 달라는 듯 쳐다보고 있었다.
  “야옹!”
  “어멈아! 뭣 좀 챙겨줘라. 저 어린 것들도 먹고 살려고 들어왔구나.”
어머니의 말씀에 먹을 것을 조금 챙겨 밖에 뒀더니 간절한 눈빛과는 달리 고양이들은 선뜻 가까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들이 보고 있어서 그런가싶어 어른들은 각자 하던 일을 계속하였는데, 아이들은 방으로 들어가는 척하고 조금 멀리서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쉿! 밥 그릇 앞에 왔어.”
  “이제 먹기 시작했어.”
  “아휴, 귀여워~.”
소곤소곤 아이들의 목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 그리고 조금 후에 아이들은 밥을 다 먹은 고양이들이 가버렸다는 소식을 부엌으로 방으로 전했다. 아이들은 많이 아쉬운지 고양이들이 다시 왔으면 좋겠다고 한참동안이나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나 우리들은 설마 그 고양이들이 다시 올까 싶었고 이내 잊어버렸다. 그런데 이삼일 뒤 저녁 식사 무렵 고양이 한 마리가 다시 나타났다. 까만 얼룩무늬 고양이는 우리의 눈치를 슬금슬금 보면서 대문 안에 들어와 마당을 서성이고 있었다.
  “어? 고양이가 왔네. 얼룩무늬를 보니 그저께 그 고양이인 것 같아요.”
  “저 녀석이 배고픈가 보다. 밥 주면 버릇되어 자꾸 찾아오면 어쩌누?”
그저께는 측은하게 생각하며 밥을 주라던 어머니가 냉정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나 결국 밥을 주기로 결정하고 대문 가까이에 갖다놓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고양이는 밥그릇을 휠끔 보더니 쌩 가버리는 것이었다.
  ‘웃기는 녀석이야. 그럼 왜 온 거야?’
나는 혼잣말을 하면서 밥그릇을 곧바로 치워버렸다. 그러나 그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일종의 탐색전이었던 같았다. 우리들이 최소한 자기를 쫓아내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침과 저녁 식사 때마다 다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날부터 고양이와 나 사이에 *밀당이 시작되었다. 좀체 가까이 오지 않고 멀찍이서 쳐다만 보고 있다가 밥을 주기 위해 가까이 가면 녀석은 대문 쪽으로 가버리고, 내가 현관 쪽으로 돌아오면 녀석은 내 쪽으로 가까이오곤 했다. 그것은 자기를 해치지는 않지만 아직도 나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냥아! 밀당 그만하고 그냥 밥 먹어. 이제 너 이름은 냥이야. 큭큭!”
  “야옹~.”
그러면서 나와 고양이는 아주 조금씩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어떤 날은 낮에도 나타나 햇빛아래서 혼자 놀다 졸다 하다가 가기도 했다. 분명히 길고양이 같은데 어디서 자는지, 저번에 같이 온 고양이는 어떻게 됐는지, 어미고양이는 있는지 궁금했지만 도저히 알아낼 길이 없었다. 우리집에서 놀다가 내가 안 보는 사이에 가버리기 때문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드디어 7월 28일 현관문 앞까지 다가왔다. 처음 나타난 날처럼 현관유리문 앞에서 안을 빠꼼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까지도 자기 몸을 쓰다듬는 것은 좀처럼 허락하지 않았다. 좀 가까이 가서
  “냥아, 이리 와.”
라고 부르면 올 듯 말 듯 망설이는 녀석은 나의 애간장을 다 녹이는 최고의 밀당 선수였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가슴이 짠해왔다. 그동안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면 저렇게 쉽게 다가오지 못할까 싶어서였다.
  “그래. 지금까지 기다렸는데 좀 더 기다리지 뭐.”
고양이가 여전히 마음의 문을 열 준비가 안 되었다고 생각해서 나는 넓은 아량(?)으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고양이와 나의 인연은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고양이가 7월 말쯤부터 오지 않았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길이 없지만 살았어도 죽었어도 더 좋은 곳에서 행복하길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며칠 뒤에 고양이의 빈 밥그릇을 치우면서 제발 로드킬만 당하지 않았으면 ••••••.


   * 밀당 : ‘밀고 당기기’의 줄임말 




어머니와 마스크팩

 

옥아, 하나 갖고 와라.”

여기 있어요.”

이제는 무엇인지 여쭙지도 않고 자동으로 어머니에게 마스크팩을 갖다드린다. 어머니는 나에게서 받아든 마스크팩을 펼치고 거울을 보면서 꼼꼼히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전에 내가 몇 번 해드렸더니 마음에 안 드는지 저렇게 손수 붙이고 계시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땐 1주일에 1개씩 붙이더니 몇 달 전부터 2개씩 붙인다. 거울 속의 얼굴을 뚫어지게 보면서 찬찬히 팩을 바르는 모습이 마치 성스러운 일을 하는 것 같았다.

올해 늦봄인 어느 날 밤이었다.

옥아, 뭐라고 하더라? 얼굴에 허연 것 붙였다가 떼면 얼굴이 하얘진다는 거 말이다.”

허연 것? , 마스크팩이요?”

어머니가 그렇게 말씀하는 것은 꼭 사달라는 뜻이다.

그래. 그거 바르면 정말 하얗게 되냐? 다들 그렇다고 하던데••••••.”

경로당에서 만나는 동년배 어른들이 그렇다고 한 것 같았다.

그거 나이 많은 사람들은 별 효과 없는데••••••.”

아차 싶다. 굳이 안 해도 되는 말을 해서 어머니를 서운하게 한 것이다.

효과 있든 없든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

라는 대답에 역정이 묻어 있다. 그 후로 일요일과 주중에 꼭 마스크팩을 붙이고 몇 십 분씩 가만히 누워 계신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손거울을 보면서 잘 마르고 있는지 확인하신다. 요즘 일상이 되어 버린 어머니의 마스크팩 바르기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한다. 어머니의 연세는 여든 둘이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얼굴을 가꾸고 싶어 하는 마음은 아름다워지고자 하는 인간의 본능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니의 마스크팩 바르기는 무엇보다도 힘들었던 지난 세월에 대한 아주 작은 보상이자 안식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는 홀로 자식 다섯을 키운다고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밖에서 일을 하셨다. 그러다보니 얼굴이 까맣게 타는 것은 당연했다. 특히 뙤약볕 아래서 일을 하는 날도 다반사여서 남들보다 훨씬 더 빨리 주름살이 깊어지고 검은 피부가 되어버렸던 것이다. 그러니 자연히 사람들이 많은 곳에 가기를 꺼려하셨다. 그래서 결혼식이나 그외 다른 모임에 가야 할 일이 생기면

늙은 사람이 남사스럽게 뭐 하러 갈끼고?”

에구, 그럼 늙은 사람들은 모두 꼼짝 말고 집에만 있으란 말이에요?”

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그땐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정말 가기 싫은 게 아니라 단지 주름살 많은 얼굴을 남들에게 보이기 싫었던 것을 말이다. 어둠이 내리면 집에 돌아와서 밥 한 술 뜨는 둥 마는 둥 너무 피곤해서 쓰러진 채 잠이 드신 날이 대부분이었다. 수십 년 세월의 무게를 혼자 감당하면서 살다보니 화장 한 번 할 사이 없이 쭈글쭈글 주름이 자리 잡았고, 검버섯이 어느새 얼굴에 가득하였다. 어디 얼굴뿐이랴. 온몸이 성한 구석 없어 요즘 거의 매일 병원을 가고 정기적으로 종합병원에서 검진도 받고 계신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드시는 한 움큼의 약 때문에 벌써부터 입맛을 잃어버려서 음식 맛을 못 느끼니까 식사 때마다 괴로움을 토로하신다.

아이구, 밥 먹기 싫다.”

약 드시려면 억지로라도 드셔야 해요.”

인간의 욕구 중 가장 중요한 것의 하나인 식욕이 없으니 삶이 즐거울 리가 있으랴. 그나마 젊었을 때 제대로 바르지 못한 화장품에 대한 욕구가 있어서 자식들에게 화장품 선물을 받으면 제일 반가워하시는 것 같았다. 그리고 경로당에서 피부를 좀 더 젊어 보이기 위해 여러 정보를 얻는데 마스크팩도 그중 하나였다. 왜 진작 알아서 해드리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제라도 마스크팩이 어머니의 심신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주는 것 같아 다행인가 싶다.

*마스크의 역사는 오래되었다. 고대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깨끗하고 젊어 보이는 피부를 만들기 위해 금과 계란 흰자를 얼굴에 발라서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그 후 사람들은 금, 진흙, 허브, 과일 등을 이용해 마스크팩으로 얼굴에 바르기 시작했다. 그런 마스크가 1990년대부터 1세대 부직포 마스크팩을 거쳐 2세대 면 마스크팩이 등장하였고 최근에는 천연 소재로 만든 마스크팩이 인기를 끌고 있다. 마스크팩은 수분공급, 미백, 노화방지, 리프팅. 진정 등의 다양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요즘 11팩이라는 피부 관리법이 생겨나면서 매일 하나의 팩을 이용하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심지어 남자들도 애용한다고 한다. 그리고 한류바람으로 우리나라 수출화장품 중에 마스크팩이 단연 인기라서 세계 여러 나라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우리 어머니가 사용하는 것도 아주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어느새 마스크 팩이 다 말랐는지 떼어 내며 다시 한 번 거울을 보면서 얼굴 이곳저곳을 천천히 살피고 계신다.

엄마! 얼굴이 하얗고 뽀송뽀송해졌어요.”

진짜냐?”라며 어머니는 픽 웃으신다.

진짜예요. 우리 어머니 몇 년은 더 젊어지셨네!”

그러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어머니의 건강이 더 이상 나빠지지 않길 빌었다.

 

 

 

*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응모자 성명 : 김미옥

이메일 주소 : miokim@korea.com

핸드폰번호 : 010-7783-7783




  • profile
    korean 2019.01.01 09:09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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