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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용서해라

 

   병신년 새해 벽두부터 북극 제트기류에 의한 한파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움츠린 가슴을 더욱 조이며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엽기적인 사건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다.


   지난해 12월 인천 여아 학대사건에 이어서 부천 초등학생 시신 훼손사건이 드러났다. 7살 된 초등학생 남자아이가 학교에도 못 간 채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리다가 죽었다. 아버지는 처벌을 피하고자 시신을 훼손하여 냉동고에 3년 넘게 보관했다. 어머니도 시신 훼손에 동참했다. 친부모가 맞는지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친부모에 의한 아동학대는 대개 그들도 부모로부터 학대를 당한 경험이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를 때리는 것이 당연한 친권의 행사이며 훈육이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죄의식이 무감각해지고 상습적인 폭행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사건의 비정한 아버지도 훈육한다며 아들을 때렸다 한다. 과연 친권에 의한 훈육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날을 되새겨 본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훈육한다며 때리거나 학대한 적은 없는지. 부끄러운 과거가 뇌리를 스친다.


   딸이 고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등교 준비는 하지 않고 제 엄마와 말다툼을 심하게 하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하고 빨리 학교에 가라고 타일렀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화가 났다. 이렇게 키워서는 올바른 사람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공부를 아무리 잘하면 뭐하나. 먼저 인간이 되어야지.” 하며 종아리를 때렸다. 아이는 잘못했다는 말을 좀체 하지 않았다. 나도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고 더 심하게 때렸다.


   아내가 말려서 매질은 중단되고 딸은 울면서 학교에 갔다. 집을 나서는 딸의 종아리에는 지렁이 같은 붉은 줄이 여러 가닥 보였다. 치마를 입고 다니는 여학생을 상처가 나도록 때린 내가 부끄럽고 후회되었다. 상처는 오래갔다. 마음의 상처는 더 깊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하면 다 부질없는 짓이고 부끄러운 행동이었다. 그때는 권위적이며 무섭게 대해야만 자식들이 올바로 되는 줄 알았다. 나름대로 잘 키우려고 생각은 했으면서도 순간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큰 잘못을 저질렀다. 나의 잘못된 훈육이 인격형성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아닌지, 잘못된 인생을 살면 어쩌나 걱정이 되었다.


   세월이 흘러 딸이 장성한 어느 날, 데일 카네기의 저서인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건네면서 지난 세월 아빠가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았다. 너의 관점에서 더 많이 생각하고 비판이나 꾸지람보다는 더 많은 칭찬을 하며 격려를 해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폭력적인 행동으로 매질한 아빠를 용서해라. 그리고 아빠의 잘못된 인생교육은 본보지 말고 이 책의 가르침대로 훌륭한 삶을 살아줬으면 좋겠다.”라고 용서를 구했다.


   딸은 아빠의 지나친 엄격함과 매질이 밉고 무섭기만 했다. 이제라도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다. 책은 잘 읽어 보겠다.” 라고 대답했다. 천근 같든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책 한 권으로 지나간 잘못이 바로잡히기야 하겠느냐마는, 딸의 인생관에 좋은 획이 그어지기를 바랄 뿐이었다.


   성장 과정에서 부모로부터 사랑을 많이 받은 사람일수록 자식 사랑이 크다. 남으로부터 사랑을 받아본 사람이 남을 사랑하게 되는 법이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한 사람은 사랑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인정이 메마르고 가슴에 여유가 없어 자식 사랑 또한 할 수 없다.


   자식 사랑에 온몸을 바치는 가시고기 이야기가 생각난다. 엄마 가시고기는 알을 낳은 후 힘이 빠져 죽어버린다. 아빠 가시고기는 홀로 남아 먹지도 자지도 않으면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알을 열심히 보호한다. 알에서 깨어난 새끼들이 제 갈 길로 모두 떠나버리면 만신창이가 된 홀로 남은 가시고기는 돌 틈에 머리를 박고 죽어버린다. 가시고기의 눈물겨운 이야기가 내 마음을 적시며 찡하게 울려온다.


   이제 곧 맹추위도 물러가고 만물이 생동하는 따뜻한 봄날이 올 것이다. 우리 가슴에도 훈훈한 바람이 불 것이다. 아름다운 가족사랑 이야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를 것이다.




뽀얀 담배연기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늦가을 오후다. S 대학 주변 인도는 남이섬의 은행나무 길처럼 노란 단풍으로 채색되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고 싶은 낭만의 거리다. 이른 오후인데도 많은 학생이 거리로 나온다. 아마 수업이 일찍 끝난 모양이다. 아름다운 상상과 포근한 감상도 잠시, 나의 심상을 송두리째 흔드는 당황스런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짧은 치마를 입은 두 여학생이 뽀얀 담배연기를 내뿜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낭만이 가득한 거리가 온통 반란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기분이 씁쓸했다. 나는 애써 외면하며 그녀들을 지나쳤다.


   흩어지는 담배연기에 휘감겨 나의 학창시절이 떠올랐다. 학교 화장실에서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다 선생님에게 들켜 혼이 났다. 친구가 담배 한가치를 구해오면 호기심 강한 몇 명이 화장실로 가서 서로 돌려가면서 한 모금씩 천장을 향해 내뿜곤 하였다. 처음에는 머리가 핑 돌고 어지러웠다. 어른들이 왜 이것을 좋아하는지,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만화방 뒤편 구석자리는 우리의 아지트였다.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해 흡연하기 좋은 장소였다. 여러 명이 모여 담배연기로 도넛을 만들며 재주를 뽐내기도 하였다. 담배 조달은 돈이 궁핍한 처지에서 아버지의 담배를 슬쩍 가져오는 일이 많았다. 때로는 거리에 버려진 꽁초를 주워서 피우기도 했다.


   한번은 캄캄한 밤중에 동네 뒷골목에서 친구들과 어울려 담배를 피우는데 멀리서 아버지가 다가오고 있었다. 급하게 담뱃불을 끄려다가 손가락에 물집까지 생겼다. 하지만, 호랑이 같은 아버지의 예리한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 호된 꾸지람이 뒤따랐다. 그 때는 왜 그렇게 어른 흉내를 내는 것이 폼 나고 멋지게 보였는지?


   나의 젊은 시절, 흡연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오늘날과 많이 달랐다. 손위어른과 맞담배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아무 곳에서나 담배를 피워도 흠이 되지 않았다. 사무실에서 담배 피우는 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할 정도였다. 여직원이나 비흡연자가 있어도 거리낌 없이 피웠다. 당당하게 재떨이를 두고 담배를 입에 꼬나물고 일을 했다. 집에서도 방이나 거실에서 태연히 담배를 피웠다. 아이에게 해롭다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면서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흡연에 대한 규제는 국가별로도 많은 차이가 있다. 프랑스, 영국, 독일 등 선진국은 여성 흡연율이 남성 못지않게 높다. 영국은 법정 흡연 나이가 16세로 되어있지만, 모든 사립학교에서는 흡연이 금지되어 있다. 일본은 여성들의 흡연이 비교적 자유로운 편이며 윗사람과 흡연하는 것도 꺼리지 않는 분위기라 한다. 인도네시아는 무규제 담배시장으로 명성이 높은 반면, 부탄과 같이 아예 담배판매가 법으로 금지된 나라도 있다.


   여성 흡연에 대한 인식도 시대에 따라 많은 변화가 있었다. 유교적 문화가 강하게 뿌리 박혀있고 남성이 사회활동을 주로 담당하던 과거에는 여성 흡연이란 단어가 존재조차 희미했을 것이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다 맛보신 할머니들이 심심초삼아 담배 피우는 모습을 가끔씩 볼 수 있었지만, 젊은 여성들이 흡연하는 것은 술집 아가씨 외에는 보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여성의 활동이 점차 많아지고 남녀 평등사상이 팽배한 오늘에 와서는 이에 대한 사회적 시각이 점점 관대해졌다. 문화의 융합이랄까, 세계의 문화가 왕성하게 교류하면서 흡연에 대한 학습은 빠르게 전파되었다. 몇 년 전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레스토랑이나 카페에 가야만 한쪽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당찬 여성들을 가끔 볼 수 있었는데, 지금은 거리를 활보하면서까지 흡연하는 여성을 심심찮게 볼 수 있을 지경이다. 우리 문화 성장의 나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왠지 마음이 무겁다.


   여성 흡연을 나쁘게 생각하는 것이 꼭 구시대적인 성차별의 잔재의식만은 아니다. 흡연은 남녀 구별 없이 누구에게나 해롭지만, 아기를 출산하는 젊은 여성에게는 더욱 나쁜 영향을 끼친다. 기형아 출산, 유산 및 조산의 위험, 태반의 뒤틀림, 심지어는 아기 뇌에도 영향을 주어 정신박약 증상을 보일 확률이 50%나 더 높다고 한다.


   지금은 남녀를 불문하고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을 사회의 악으로 인식하고 있다. 사무실은 물론이고 식당이나 거리에서도 흡연을 할 수가 없다. 가정에서도 아내의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바깥에 나가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담배 값도 엄청 올랐다. 이제 흡연자가 설 자리는 북극의 빙하처럼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담배를 모르는 이들과는 인생을 논하지 마라.’며 담배 예찬론을 펼친 임어당도 만년에는 금연을 시도한 적이 있다고 한다. 흡연에 집착하는 애연가의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진다.


   흡연의 폐해는 심각하다. 폐암과 같은 각종 질병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생명도 단축시킨다. 노화를 촉진시키며 피부에도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 간접흡연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흡연자가 들이마시는 연기보다 타들어가면서 나는 연기가 유해물질이 더 많다고 한다. 담배가 공공의 적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흡연에 대한 폐해를 홍보하고 규제를 강화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일탈된 행동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라지지 않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은 어른들의 나쁜 모습을 흉내 내다가 많이 배운다. 여성흡연의 경우는 서양문물을 조기 습득한 인텔리나 여권신장의 선구자가 된 양 착각하여 나쁜 습성에 물들면서 나타나기도 한다. 공공장소에서의 흡연은 적당한 흡연 장소가 없어서, 몸에 밴 습성 때문에 무심결에 피웠다는 핑계가 그들을 유혹한다.


   우리나라 여성 흡연율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이십 대 젊은 여성들은 10명중 1명꼴로 담배를 피운다고 한다. 어른들은 담배를 줄여가고 있는데 청소년들은 그렇지 않다. 참으로 안타깝고 염려스러운 일이다. 한줄기 선선한 바람이 얼굴을 스친다.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우수수 떨어진다. 다가올 봄의 태동을 준비하는 것 같다.



응모자 성명 :  배 효 식

이메일 주소 : hyosikb@hanmail.net

HP 연락처 : 010-3802-3336





 

 

  • profile
    korean 2016.02.29 00:00
    잔잔한 감동이 묻어나는 좋은 수필입니다.
    열심히 정진하시면 좋은 결실을 반드시 걷을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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