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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여자와 가을여행

 

 

 혼자 강릉 경포 해변에 다녀왔다.

갈까 말까 서너 번 고민하다가 기차 여행이라 여기고 가기로 했다.

대부분 기차에 앉아 있는 시간이 여행의 다 였으니까.


기차 안에서 창밖으로 스쳐가는 풍경을 보고 간이역을 지날 때마다 옛 추억들이 떠올랐다. 아련하게 또는 서글프게 그립게....

영월역과 사북역에 기차가 잠시 멈췄을 때는 내 추억도 그 순간에 머물러 있었다.

그 추억 속에는 헤어진 전남편이기도 하고 내 첫사랑 이기도 한 그 사람이 있었다.


주로 오지에서 건설 쪽 일을 했기에 여러 지방을 다녔다. 특히 사북에서 오래 일을 했기에 주말에는 사북에서 만나 데이트를 했었다.

그 사람은 딱히 주말에 쉬지 못하고 비 오거나 장비가 고장 나면 쉬었기에 내가 쉬는 날이거나 주말에는 사북에 갔었다.

기차를 타고 가 사북역에서 기다리고 있다 보면 그 사람이 데리러 왔었다.

휴대폰이 없던 시절이라 먼저 데이트 때 미리 다음에 만날 날짜와 장소, 시간을 약속했다. 특별한 일이 생기거나 하면 집에 있는 전화로 통화를 했겠지만 아무 소식이 없으면 약속대로 사북행 기차를 탔다.


집으로 전화했다가 아버지나 엄마가 받으면 난처하고 당황스러우니까 연락하기가 쉽지는 않았다. 특히 아버지는 남자 친구 전화를 질색하셨다.

그 사람이 약속을 잊은 건 아닐까 은근 걱정도 되었지만 기차를 타고 가는 내내 설레었던 마음과 보고 싶은 마음이 우선이었기에 혼자 기차 여행하는 것이 즐거웠다.


사북역에서 만나기로 한 약속 시간보다 일찍 도착하면 역 주변을 산책했었다. 탄광촌이라 집들도 냇물도 거리도 검은빛이었다. 광부들의 고된 노동이 느껴지는 색이기도 했다.

시장은 소박하고 서민적이고 아담했다. 사북 읍내에는 온통 오래된 것들뿐이었지만 정겹고 아늑한 기분마저 들었다. 혼자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돌아다니다 시간에 맞춰 사북역에 가면 그 사람이 먼저 와 있었다.

빨간색 지프차는 검은색들 속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다.

오느라 고생했다며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던 사람. 허름한 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비록 냄새나는 모텔이었지만 둘이 맥주를 마시며, TV를 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렇게 둘이라면 그 어디도 좋을 것 같았다.


외롭지 않았다. 쓸쓸하지 않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하고 기타 치며 노래도 제법 잘 부르는 남자였다. 잘 웃고 나를 자주 놀려먹기도 했지만 우린 서로 사랑했다.

우리 둘이 편하게 이야기하고 밥을 먹고, 맥주를 마시며 함께 있을 수 있는 곳을 만들자. 그래서 결혼했던 것이었는데 사연 많은 나는 다시 혼자가 되어 버렸다.

다 잊었다고 부질없다고 생각했던 기억들이 다시 나를 아프게 했다.

늘 비어있는 옆자리. 기차 옆 자석이 비어있는 오늘처럼.


텅 빈 내 옆자리를 보니 혼자 기차 여행을 하는 것이 울컥하고 후회가 들었다.

그래도 도니젯티의 사랑의 묘약을 들으며 즐겨 듣던 재즈와 팝송을 들으며 창밖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는 꽤나 낭만 있고 즐거웠다.

정동진 역에서 내리면 바로 바다였지만 추억이 많은 경포대를 가고 싶었다.

강릉역은 신축을 해서 도시적이고 넓었다. 옛 모습은 없었다. 역 앞 광장에는 라이브 공연이 있었다. 김광석의 먼지가 되어가 내 마음과 어울리게 들려왔다.


택시를 타기보다 버스가 나름 낭만적일 듯해서 30분 정도 기다렸다.

여기저기 둘러보아도 나만 혼자였다. 친구들 여럿과 다정한 연인과 부부, 가족..

갑자기 더욱 쓸쓸해졌지만 바다를 보니 그나마 기분이 좋아졌다.


바캉스 철이 지난 바다는 검푸른 빛이었고 날이 흐려서인지 수평선도 선명히 보이지 않았다.

바닷가에서 회를 먹어야 제맛이지만 혼자 먹을 수 있는 회 메뉴는 없었다. 간단하게 초당 순두부에 청하 한 병을 마셨다. 돌아가는 길에 시내버스에서 보았다.

초당 순두부는 강릉의 대표 음식이었는데 서로가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었다. 원조 초당 순두부집 그 옆에 100년 된 초당 순두부집, 그다음 집은 400년 된 초당 순두부집이 있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원조랑 거리가 먼 바닷가 바로 앞 횟집들 틈에 있는 한식당 초당 순두부도 맛있었다.

카푸치노를 사러 커피숍을 찾아가 보니 거기도 횟집으로 바뀌어있었다. 바다가 훤히 다 보이는 분위기 좋은 이층 커피숍이었는데 아쉬웠다.


편의점에서 인스턴트커피를 한 잔 사들고 바닷가 모래밭에 앉았다. 파도소리와 바닷바람은 머리를 시원하게 해주었다.

저 멀리 수평선도 보이고 고깃배와 모터보트를 타는 사람들 풍경도 보였다. 파도는 여전히 모래를 쓸고 바다를 지키며 하얗게 부서지고 있었다.


맨발로 모래밭을 걷는 외국 여자들도 있었고 손을 잡고 서 있는 어려 보이는 연인도 있었다.

나는 파도에 깨진 부분이 둥글어지거나 아주 작고 예쁜 조개껍데기를 주워 모으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투명한 비닐우산을 준비해서 갔기에 비를 맞지 않았지만 비 오는 가을 바다는 꽤나 운치 있고 마음까지 설레게 했다. 어떤 종류의 설렘인지는 분명하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았다. 비를 좋아하다 보니 그랬던 것 같기도 했다.

그렇게 하루 종일이라도 바다를 보며 있고 싶었지만 돌아가는 기차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서둘러야 했다.

강릉역으로 가는 시내버스는 시내를 한 바퀴 순환하는 버스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러다 기차를 놓칠까 봐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탔다.


얼마 남지 않은 기차 출발시간까지 빨리 가 달라고 했더니 골목골목으로 빠르게 달려 강릉역에 데려다 주신 친절하신 택시 기사분이 너무 고마웠다.

다행히 그리 늦지 않게 기차에 올랐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도 여전히 내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창밖에서 나를 배웅하는 비 오는 바다를 바라보며 수없이 많은 기억들도 몽땅 저기 바다에 있었으면 했다.

비에 젖은 추억들을 비 오는 바다에 억지로 다 버리고 눈을 감았다.

피곤이 몰려오고 졸렸다. 나는 잠시 잠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울고 있었다.

겉으로 아닌 척했지만 몹시 쓸쓸하고 외로워서 견딜 수가 없었던 모양이다.

종착역이 다가올 때까지 눈물을 흘리고 나니 갈증이 심하게 났다.


혼자 떠난 가을 여행에서 얻은 해답은 외로우면 외롭다 말하자.

나 자신을 안 외로운 척 씩씩한 척 감추거나 포장하려 하지 않기로 했다.

너무 외로우니 이제부터는 덜 외로운 방법을 찾아 살아가야 하지 않겠나!

우선 내 주변을 살펴보자 혹시,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이 있는지...




  • profile
    korean 2018.12.31 22:03
    열심히 쓰셨습니다.
    보다 더 열심히 정진하신다면 좋은 작품을 쓰실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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