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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주는 공병이 되었으니 슬픔을 꺼내야한다.


실력이 모자란 나는 아직은 어리기에 모난 감정으로 글을 쓴다. 그것을 다듬는 것은 제정신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혹 감정이든 술이든 그것을 들이켜 쓰면 넘치기만 할 테니 후일담은 내일의 나에게 맡기기로 한다.

방 안을 채운 그림자로 먹을 내어 글을 써본다. 그래야 그림자는 길어지고, 다시 커져서 아무도 모르게 적을 수 있다. 한 몫은 힘드니 어둡게라도 가득 말하려고 하지만 두려운 느낌이 자꾸만 다가온다. 우리는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진정 어둠이 검정보다 무서운 것은 보여서 그렇다. 방을 채운 적막과 그것 뒤에 숨은 그림자를 알기에 더욱 슬퍼진다. 내주려고 쓰지만, 자꾸만 채워지는 물에 잠겨 고민한다. 왜 글은 저 새벽이 되어야 잘 써지는지, 기어이 다들 조용해진 밤이 더 지나야 하필 나에게 다가오는지, 가득한 의문만이 남는다. 한숨으로 나온 기포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본다.

나는 반밖에 남지 않은 술잔의 평형을 괜히 깨뜨려본다. , 툭 건드리며 괜히 짓지 않아도 될 쓸쓸한 표정으로 본다. 너도 나처럼 공감하고 있니, 혹은 나를 바라보고 있기에 그런 표정을 짓고 있니. 금방 그것에 신물을 느껴 나의 마음이 아니라고, 주절거려 본다. 그 작은 것이 쓸쓸하게 나를 바라보기에 괜스레 마셔 없애 버린다. 가득 찬 물 안에서 숨을 들이쉬는 방법이다.

마지막의 씀을 삼킨 후 한 병으로 적적히 보내려 했던 밤이 길어 졌음을 느끼고, 술이 다 되었다. 오늘따라 유독 술이 짙더니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니었나 보다. 초록색 공병으로 남은 이것은 이젠 쓸모없는 장식품이다. 하지만 새로 술을 사러 가기에는, 계단도 내려가야 하고, 내리막길도 내려가야 하고, 빗물이 모여 가는 길도 내려가야 하니까 슬픔을 꺼내기로 한다.

그 자체로 끝나버린 글들을 억지로 말을 붙여 잇는다. 그렇게 술이 끝난 슬픔의 밤이 연장된다.




 반푼이 청년

나는 오백원짜리였다. 영어로 번역하면 하프 달라. 반푼이가 되었다. 내 시급은 오백 원, 월급은 20만 원이었다. 당연한 과정이었다고 말하며 정해진 명분도 있겠다. 합리적인 노예쯤 되시겠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흑인 노예나 조선의 노예가 있었음은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것은 이해한 사람들이 있었다. 마치 닮은 점을 꺼리듯이 그건 아니지 라면서 말을 돌렸다. 삼겹살에는 소주나 컵라면은 3분을 기다리는 것과 같이 자연스러워졌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일쑤였다. 관습은 암묵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선진국이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마치 교육감사가 오기 전에 청소를 하는 것처럼 대강 바뀌고 있었다.

사람들은 우리 때라는 말을 하며 그 행위나 변화를 이해하지 않으려 했다. 그 덕에 많은 이가 노예가 되어서 서로 발목의 쇠사슬을 비교하기 시작했다. 이유는 모르나 그것이 세습되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그 미묘한 뉘앙스를 캐치하기 위해서는 우스운 광대 짓이나 아주 수준급의 줄을 타야 했다. 다른 곳이 아닌 이곳에서만 통용되는 귀한 일이기 때문이었다.

청년들이 싸게 팔려 나갈 때 사람들은 한결같이 좋은 경험이나 의무로 포장했다. 불합리함을 합리화시키기 위한 요소로 이해보다는 노력과 의지가 적절했다. 하지만 그것들을 견뎌내는 사람이 대단한 거였지 불합리함이 숭고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재미있는 현상이 있었다. 이들에게는 아직은 자신이 젊다고 느낀 구세대적 생각의 성공물로 받아들여 졌다는 것이다. 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왕국에서 만들어낸 억지가 이루어 낸 결과물. 이것을 비난하면 사람들은 사회생활이라는 모종의 규칙을 꺼냈다. 옐로카드를 꺼내는 심판처럼 말이다. 못하는 술을 마시고 담배를 배워야 했다. 불의는 당연히 감당해야했다. 그것이 어느 청년의 모범적 상이었으니까. 청년이 해야 하는 의무는 침묵이었다. 상황이 이 정도면 바뀔 법도 한데 그렇지는 않았다. 그저 이념이라는 명목을 가지고 서로 싸울 뿐이었다. 색의 싸움이나, 세대의 싸움 그 어느 때보다 내전의 냉전이 강해졌다. 관습이 무서운 이유는 암묵적인 모습을 가지고 있기에 어떤 식으로든 합리화가 가능했고 이해가 되기 때문이었다.

나는 적은 가격으로 팔렸다. 많은 이들이 그랬다. 국가가 나서서 우리들의 가격을 정해줬고 UN의기준에는 맞지않는 노동 기준이었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합리적이었다. 더할 나위 없는 코미디였다. 하긴, 이 시대의 진정한 논리는 원하는 대로 주어 담는 것에 있으니 할 말은 없었다.

그러한 문화 전통은 애매한 선상에 있었다. 그래왔다는 이유와 그럴 이유가 무엇 있느냐는 대립은 항상 있었다. 전통 유지파는 그럴싸했다. 꽤 번듯한 철학과 이념보다 그래왔다는 명분이 있었다. 기본 교육을 받는 학교에서나 대학에서, 그리고 사회에서 겪었다. 그것은 앞으로 나가서도 같을 것이라는 전조였다. 나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배워서 남 주지는 않을 걸 알았다.

폭력이 합리화가 된다면 도덕성은 초기화된다. 진작 그렇게 만들어 진 듯 작동하는 것이다. 사람의 면면 중에 그런 가학성이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다. 반발하더라도 어쩌면 올바르게 말한 사람은 암묵적인 배제가 되었다. 그것이 우리가 약속한 규칙이었어도 관습이 더 앞선 사회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진정 강자는 뒷짐을 쥐고, 식자는 나서질 않는 사회가 오게 되었다.

그냥 닥치고 순응하길 바라면서 변혁을 바라니 참으로 역설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방 안에서 유독 큰 코끼리를 키우고 있었다. 이런 사고로만 가득 찬 몽롱해지는 의식을 안고 나는 잠자리에 들었다. 피곤한 하루의 끝이었는지 금방 잠에 들었다.

일어난 것은 오전의 6. 깔끔히 절단된 두부처럼 일어났다. 모종의 후유증으로 일찍 일어난 것을 아쉬워하며 다시 눈을 감았다. 어쩌면 죽어도 별 큰일이 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언제 였나 내 또래의 한 친구가 지하철에 치여 죽은 것이, 큰 사고로 장애를 얻은 사람도 있었다. 개수작에 못 견뎌 먼저 가버린 친구도 있었다. 남의 아들이니, 남의 일이 되었고 결국은 잠잠해졌다.

다시 일어나니 12시였다. 생각 외로 깔끔하지 못한 잠에 뒤척이며 자다 깨기를 반복하니 이 시간이었다. 나는 내가 얼마나 감사하지 않은 자리에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더군다나 다른 곳에 있는 친구들은 더 그렇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디에서 기꺼이 나의 값을 반푼이로 정해줬고, 같은 처지의 사람들도 합당하다고 그랬다. 모지리인 나는 잠잠해야 했다. 그것이 반푼이의 몫이기 때문이다.

청년의 의무는 침묵이기에, 나는 늦잠을 자고 늦게 일어났다. 간밤에 지나간 꿈에는 몇 명의 환자와 의료용 장갑을 버리며 명복을 빌었던, 기억에 박힌 망자가 있었다.





이름: 진철호

이메일: lsj7309@naver.com

HP: 010-9185-6781

  • profile
    korean 2018.08.31 22:38
    좋은 작품입니다.
    열심히 쓰시면 좋은 결과도 얻으실 수 있습니다.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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