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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꽃피움을 미루지 않기에

 

 

   그날은 유난히도 얼굴에 황달기가 짙었다. 벌써 7년 전의 일이다. 여느 때처럼 나는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다. 내 낯빛을 본, 반 아이들은 웃음을 훔치지 못했다. 얼굴이 누런 황구 같다고 놀려댔다. 나는 교실 뒤편 거울 앞에 섰다. 친구들 말엔 거짓이 없었다. 속이 메스꺼워졌다. 거울로부터 도망쳤다. 며칠 전부터 두통과 소화불량, 심한 피로감에 시달렸다. 동네 병원에서는 간절기에 종종 보이는 몸살기운 같다고 하며,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럼에도 나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심해졌다. 1교시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담당과목 선생님의 나긋한 음성에 정신이 몽롱해져갔다. 돌덩이가 올라앉은 듯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스르르 감기는 눈꺼풀을 더 이상 말릴 수가 없었다. 깊은 수렁으로 빨려들어 가듯 정신의 끊을 놓았다.

   내 귀를 날카롭게 후비는 통곡소리에 눈을 떴다. 엄마와 아버지가 보였다. 눈물인지 콧물인지 분간이 안 되는 멀건 액체가 엄마의 얼굴 전체를 타고 턱 끝으로 향하고 있었다. 매캐한 약냄새가 머릿속을 헤집고 다니고 있었다. TV에서만 보던 인공호흡기가 내 얼굴의 반을 덮고 있었다. 아버지는 뒤돌아 계실뿐이었다. 눈을 뜬 나를 발견한 엄마가 나를 부둥켜안았다. 내 목이 말을 안 들었다. 좀 더 큰소리를 내라고 명령하고 있음에도 내 음성은 엄마의 귀가 인공호흡기에 닿을 거리가 되어야만 들렸다. 내 첫마디는 목말라.’였다.

   나는 1교시 수업을 듣던 것 까지 어렵게 기억해냈다. 내가 왜 학교가 아닌 병원에 누어있는 것인지 알게 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담도암이란다. 내가 담도암이란다. 그래서 그동안 피로와 복통, 두통이 나를 괴롭히고 황달기가 내 얼굴을 잠식했던 거란다. 내 시선은 허공에 박혔다. 고개를 움직일 순 없었지만 나는 연신 도리질을 했다. 담도암은 다른 암 종류에 비해 초기 발병 확률이 제로에 가깝다고 한다. 나는 이미 말기 암 환자였다. 엄마의 얼굴엔 눈물이 타고 흐른 흔적이 자욱했다. 아무리 닦아내도 마를 틈 없던 엄마의 눈물이 내 눈물을 보자 더욱 빠르게 흘렀다. 담도암 말기면 살 수 있는 확률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 의사에게 묻지 않았다. 핸드폰으로 조용히 검색을 해보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핸드폰을 집어 던졌다. 잠시 쉬고 있던 눈물이 봇물이 터지듯 흘러내렸다.

   살고 싶었다. 항암치료로 인해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나가면 우울함은 한 움큼씩 들어왔다. 결국 머리를 밀고 우스꽝스러운 털모자를 썼다. 이렇게 따스한 4월의 봄날에 털모자라니. 병원 창에 비치는 내 모습이 낯설었다. 양 볼은 볼품없이 꺼졌으며, 입은 더 튀어나와 보이고, 광대는 살을 뚫고 나올 듯이 도드라져 보였다. 얼굴색은 차라리 창밖에 핀 개나리꽃의 색에 가까웠다. 너무나 살고 싶었다. 그러나 이미 나는 죽음의 그림자가 옆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죽음에 이르게 되면 지금까지 살아온 모습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고 한다. 다음으로는 내가 지금까지 하지 못한 것들이 스쳐 지나간다고 한다. 아니, 하지 못했다기보다는 하지 않은 것들이다. 열여덟 살이 될 때까지 나는 단 한 번도 엄마와 데이트 같은 것을 한 적이 없다. 사춘기를 경험해본 남자라면 나를 이해할 것이라 생각이 든다. 엄마와 거리를 거닐다 아는 사람이라도 만나면 괜히 마마보이로 보여 질 것도 같고, 뭔가 엄마와 단둘이 데이트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색했다.

  한 번은 엄마가 나에게 아들, 엄마 저 영화 보고 싶은데 같이 보러가자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최대한 우회적으로 사양했다. 그렇기에 이제 와서 더욱 간절해졌다. 나는 평소에, 내가 대학에 가고 어른이 되면 그때 엄마와 영화도 보고 맛있는 식사도 하겠다고 다짐했다. 그전까지는 친구들에게 내 시간을 양보하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이지경이 되니 엄마 품에 안겨서 엉엉 울고도 싶고 엄마 무릎에 앉아 재롱도 부리고 싶었다. 엄마와 손 붙잡고 거리도 거닐고 싶고, 엄마가 보고 싶어 하던 영화도 같이 보고 싶어졌다. 내 자신이 사무치도록 미워졌다. 그새 또 눈을 비집고 나온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병원 창밖을 바라보았다. 화단에 노란 개나리꽃이 활짝 피어있었다. 한 번쯤은 미룰 만도 하건만 저 개나리는 매년 이맘 때 즈음이면 잊지 않고 꽃을 피운다. 왜 나는 그동안 미루기만 한 것일까. 아들 녀석이랑 영화 한편 같이 보는 게 소원이라던 울 엄마를 왜 그리도 외면했을까. 나는 왜 나중을 기약했을까. 미루지 말 것을. 주먹으로 내 머리통을 세게 치고 싶었다. 그러나 그럴 힘조차도 내겐 이미 없었다.

 

도헌아 밥 먹어, 일어나! 아니 이놈의 새끼 잠을 얼마나 자는 거야. 해가 중천에 떴어. 이놈아. 무슨 잠꼬대를 그리 하냐. 주말이라고 잠만 퍼질러 자지 말고 책이라도 한자 봐라!”

나는 깜짝 놀라며 눈을 떴다. 등이 축축했다.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었다. 눈만 멀뚱멀뚱 뜨고 있자, 엄마는 다시 내게 말했다.

아니 뭔 꿈을 꾸었기에 그렇게 땀을 흘려. 잠꼬대 한번 지랄 맞게 하네.”

꿈이었다. 정말 무섭도록 생생한 꿈이었다. 얼굴엔 인공호흡기도 안 달려 있으며, 매캐한 약냄새도 나지 않았다. 머리도 수북했다. 이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씩 하고 웃었다. 그러곤 엄마한테 소리쳤다.

엄마 오늘 영화나 한편 보러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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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가지에 핀 꽃들

 

   스물다섯에 시집을 와서 32년이라는 세월이 덧없이 흘렀다. 삼남매를 많은 우여곡절을 겪으며 부족함 없이 키운다고 키웠지만, 자식들에겐 미안한 마음뿐이다. 장남인 첫째를 낳고 얼마나 기뻤는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밤을 새워가며 젖을 물리던 것조차 감사할 따름이었다. 2년 뒤에는 둘째딸이 나에게 선물같이 와주었고, 그로부터 5년 뒤 천사 같은 막내아들이 산통을 깨고 나왔다. 사랑엔 치사랑은 없고 내리사랑만 있다고 하듯이, 나도 내 부모님보다 자식들에게 모든 사랑을 쏟아 부었다. 육십을 바라보고 있는 지금에 와서야 혹여나 이 어미가 서운하게 한 것은 없는지 상처를 주진 않았는지 곰곰이 앉아 생각을 해보았다. 생각하고 있자니, 둘째가 입버릇처럼 달고 있던 편애라는 단어가 가슴 깊숙이 박혀온다. 삼남매 하나같이 열 삭 동안 죽을 둥 살 둥 뱃속에 품었다 내었는데, 어찌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이 있으랴, 내가 이렇게 말하면 둘째가 하는 말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겠지, 하지만 더 아픈 손가락이 있을 테고, 덜 아픈 손가락은 있을 테지. 가슴에 비수가 꽂혔다. 딸아이한테서 그런 말을 들은 서운함보다 그런 말을 하게 만든 미안함 때문에 가슴이 더 아팠다. 둘째 딸아이가 또 하는 말이, -오빠랑 싸우면 오빠한테 대든다고 혼내고, 동생이랑 싸우면 동생이랑 몇 살 차이인데 누나가 돼가지고 싸운다고 혼내고 나만 무슨 미운오리새끼야. 아직도 이런 말을 되새길 때마다 둘째에게 미안해서 눈물이 찔끔 나온다. 자식들에게 어찌 편애를 할 수가 있겠는가. 딸아이가 이런 설움을 가지고 있었다니 가슴이 미어진다.

   장남이기에 둘째, 셋째보다 좀 더 신경을 써주었던 것은 사실이다. 나와 애 아빠가 없을 땐 첫째가 부모를 대신해 동생들을 거느려야 하기 때문이었다. , 막내는 가장 어리고 어리광이 심해 손길이 더 많이 필요로 했다. 첫째와 막내 중간에 있는 딸에게는 어쩌면 무심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아린다. 더욱이 큰 아들은 둘째와 셋째와는 성격이 많이 달랐다. 어려서부터 워낙에 성질이 불같았고 사춘기에 다다라서는 그것이 더 심해졌다. 혼을 내면 도리어 성격을 버려 놓을 것 같아 오냐오냐 키운 면이 없지 않아 있다. 그에 비해 둘째는 성격이 온순하고 상냥하여 첫째와는 다른 방식으로 훈육하였다. 막내는 잘못을 하는 일이 거의 없어 혼을 낼 일이 극히 드물었다. 첫째 녀석이 언성을 높이며 내게 대들어도 오히려 나는 목소리를 낮췄고, 딸이 대들면 야단을 쳤다. 생각해보면 장남인 첫째보다 둘째인 딸아이가 편했다. 만만하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가장 살갑게 굴고 친구처럼 장난도 편하게 칠 수 있는 딸이 심적으로 편했다. 그렇다고 첫째래도 자식인데 불편이야 하겠냐만 무뚝뚝한 아들보다는 애교 많은 딸이 좀 더 편할 수밖에 없다. 그러니 똑같은 잘못을 해도 좀 더 편한 딸에겐 마음 편히 혼을 냈던 것 같다.

   아마 그런 점 때문에 둘째가 더 서운하게 느끼는 것일까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딸은 언젠가 이런 말을 한 적도 있다. -엄마는 무슨 조선시대 엄마 같아. 아직도 남아선호사상에 찌든 것 같다고. 오빠랑 도헌이만 예뻐하고. 딸인 나는 서러워서 살겠어? 라고 말을 마친 뒤 둘째는 기어이 울음을 터뜨리고야 말았다.

   어느덧 서른이 된 둘째 딸과 가끔 데이트를 한다. 아들이라고 둘이나 있는데도 생전 나랑 데이트라는 것을 하려하지 않는다. 오로지 상냥한 둘째만이 먼저 영화를 보러가자 하고 쇼핑도 하러가자 한다. 한 번은 둘째와 목욕탕에 갔을 때 진득하게 얘기를 했었다. 이 못난 어미의 사랑 법에 많이 섭섭했느냐고. 미안하다며 손을 맞잡았다. 그럼 딸아이는 저의 손으로 내 손등을 찰싹 때리며 -에이 무슨 어릴 때 철모를 때는 그런 서운한 마음 들기도 했는데 이제 다 이해해 엄마야. 라고 말해주었다. 그동안 묵혀있던 응어리가 눈 녹듯 녹기 시작했다.

   내 어릴 적을 생각해보니 나도 애들 외할머니한테 울면서 얘기한 적이 있었다. 왜 오빠들만 예뻐하고 나랑 셋째언니는 개밥에 도토리 신세냐고. 그때 내 어머니의 대답이 뭐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도리어 등짝을 맞았던 것은 기억난다. 아마도 내 어머니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지 않을까. 다 똑같이 배 아파서 낳은 새끼들이고 진자리 마른자리 뉘며 기른 자식들인데 사랑하지 않는 자식이 있을까. 한 가지에 똑같이 핀 꽃들인데 가지가 부러 꽃 하나를 떨어뜨리려 하겠는가. 삼남매 모두 똑같이 소중한 내 보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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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작품은, 어머니의 시선에서 글을 써보았습니다.


응모자 성명: 유도헌

이메일 주소: 2330rdh@naver.com

HP: 010 4851 5081

  • profile
    은유시인 2016.06.29 23:34
    흥미진진하게 잘 읽었습니다.
    열심히 습작 하시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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