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저편

택시를 타고 가던중 애망원을 주제로한 이야기가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흘러 나오고 있었다.

해맑은 아이들의 웃음소리...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잊지 못하는 기억의 저편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떠드는소리, 해맑은 웃음소리가 귓가에서 메아리쳐 왔다. " 쌤예, 호호호, 아하하하"

때늦은 장마가 여러날 지속되고 있다. 비를 머금은듯 칙칙한 하늘은 이내 소낙비를 쏟아 내린다. 속시원하게 쏟아 내려주기를 바라는 내 마음과달리 이내 멈추고 말았다. 내아버지의 멋진 얼굴을 구릿빛으로 만들어 놓았던, 이글거리던 태양이 소낙비를 삼켜버린 질퍽한 땅에서 뿜어내는 열기와 습기로 인하여 매우 무덥고 불쾌한 날씨다. 무심히 창밖을 바라보며 멍때리고 있을때 " 쌤예 호랑이장가 가는 날인가 봅니더" 라는 말을 던지며 이아이들과 뛰어 다니는 지미의목소리에 뒤를 돌아 보았다. 무엇이 그리도 재미나고 좋은지 깔깔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에 알수없는 위로를 받는다.  그저 아무런 욕심도없이 오늘 이순간에 만족하며 살아가는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들이다. 저렇듯 예쁘고 사랑스런 아이들을 어떻게 케어해 나가야할지 막막하다.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편안하게 잠이든 지수의얼굴은 아기천사 그 자체였다. 나의 작은실수로 지수가 받은고통을 생각하니 가슴이 찢어질듯 아프다. 지수는 무슨일이 있었는지 조차 잊어 버린체 곤히 자고 있지만, 난 결코 편안히 잠을 이룰수가 없다. 짧은순간에 일어난 무서운 사건이 내머리 속에서 결코 지울수없는 낙인처럼 떨쳐 버릴수가 없다. 교회에 다녀와서 수유시간이 급한나머지 핸드백을 캐비넷속에 던져넣을때 핸드백이 바닥에 떨어진 것을 알지 못했다. 지수가 만원짜리 지페한장을 꺼내서 화단에 묻는것을 목격을 했던 아이하나가 호랑이선생님 에게 냉큼 달려가서 알리게 되면서 문제의 발단이 된것이다. 호랑이가 야구 방망이를 들고와서 6섯살짜리 어린꼬마의 작은몸을 사정없이 두둘겨 팼다는것이다. 지수의 울음소리를 듣고 달려갔을땐 이미 지수가 바닥에 쓰러진 뒤였다.  호랑이는 으르렁 거리며 더때리려고 방망이를 치켜 들었을때 나는 지수앞에 막아섰다.  " 나의잘못이니 때리려면 나를 때려요." 했더니 방망이를 던지고 방을 나갔다. 퍼렇게 멍든 지수의 등을 치료해주며 나는 지수를 끌어안고 엉엉 소리내어 울었다.  "가엾은것! 이 어린것을 때리다니 얼마나 아팠을꼬!" 이 예쁜아이가 어떤 사연으로 이곳에 왔는지 알수없지만, 분명한 것은 사랑받을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새삼스레 이 아이의 부모는 어떤 사람들 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수가 화단에 돈을 숨긴것은 분명 그돈으로 과자라도 사먹을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잊어 버린체 기억조차 할수없는 그런아이였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도저히 견딜수 없는 분노가 끓어 올랐다.

지수를 재워놓고 호랑이에게로 갔다. " 선생님! 당신은 뭐하다가 이곳에 굴러온 사람이오? 당신가슴이 얼음장 같은데 이곳엔 왜 온거죠. 그렇게도 갈데가 없던가요? 막걸리집에서 대포나 팔면 딱맞겠군요. 불쌍한 애들 잡지말고 그리 가 보시지요. 누가 당신을 감독시켰다고 날마다 아이들을 장작패듯 하느냔 말입니다.  당장 떠나지 않으면 고소할테니 두고 보세요." 정말 나는 제 정신이 아니었던것 같다. 나는 더이상 그곳에서의 별명 봄바람이 아니었다. 성난사자 처럼 으르렁 거리며 금방 이라도 삼켜 버릴것 같은, 한마리의 무서운 맹수가 되어 날뛰고 이었다. 언제나 조용하고 말이없던 내가 악을쓰며 대드는것을 보고 호랑이도 할말을 잊은체 멍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방 선생님들이 달려와서 나를 말리며 끌고 나왔다. 며칠후 호랑이는 이사건을 계기로 조용히 떠났다. 하나님 사랑하는 우리아이들 더이상 슬프지않고 행복할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이곳에서 오늘처럼 비참한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지켜주세요. 날마다 이런 저런일로 문제들이 끊이지 않는 원에서의 나의삶은 언제나 피곤에 찌들고 지쳐 있었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는 이 아이들과 함께있어 행복하다.

애망원의 24시

점점 사랑이 식어가는 메마른 시대를 살고있는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편안한 잠자리에 누워 곤히 잠든 순간에도 사회의 후미진 구석에서 마땅히 보호 받아야할 가족에게서 까지 버림받고 외로움에  떨며 정에 굼주리며 질병으로 고통하는 가운데 소망없이 살아가는 불행한 이들이 있음을 기억하며 하나님이 내게주신 모든것들이 얼마나 감사한지 생각하게 되는 아침이다.

영진이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며 자책하고 슬퍼하던 차선생님은 종일토록 우울한 얼굴로 멍때리고 앉아있다. 

 그녀를 좀 쉬게 해 주고 싶어서 먼저 잠을 잘수있도록 배려했다. 계속 궂은날씨의 연속 인지라 스토브에 귀저기를 말려놓고 아가들도 달님과함께 쌔근쌔근 꿈나라여행을 하고 있었다. 졸음이 엄습하여 읽고있던 성경책의 글씨가 가물가물~~
갑자기 경악스런 아기울음 소리에 깜짝놀라 눈이 번쩍 눈을 떴을때 쾌종시계의 바늘은 새벽2시를 가르키고 있었다. 울음소리가 나는쪽을 가보니 죽는다고 소리쳐 울던아기가 울음을 멈춘체 침대아래 떨어져 있는것을 발견한순간!  " 오! 하나님 이럴수가!!  "  심장이 멎어 버리는것 같은 순간 이었다. 마음을 진정 시킨후 나는가만히 아기를 꼬옥 끌어 안았다. 아기는 울다지쳐서 새근새근 잠을자고 있었다.  " 이럴수가~~ 가엾은것! 얼마나 아팠니?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 침대에서 떨어질때, 다치지 않도록 지켜주신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드린후 아기의 뺨에 키스를 해주고 침대에 눕혔다. 만약, 이 아이가 다치기라도 했다면 나는 너무놀라고 괴로워서 심장이 멈춰지고 말았을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신을 차려야지, 또 누가 갑자기 발작이라도 일으키면 어쩌지. ' 잠을 이기려고 찬송르 부르며 걸어 다녔다. 새벽4시쯤 또 누군가의 신음소리가 들려왔다. 성환이가 입가에 거품을 뿜으며 팔과다리를  비틀며 신음하고 있었다. 밖은 아직 캄캄하고 무엇을 어찌해야 할바를 몰라서 곤히 자고있는 지미를 깨웠다.  " 안쌤이 갔다 오이소. 밖에 비도오고 무섭심더 " 지미는 귀찮은듯 누운채로 말했다. 성환의 이마를 만져보니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도저히 이대로 두어서는 안될것같아 원장님 사택으로 달려갔다. (원 입구에 있음) 

사모님은 성환이를 보더니 간질이라고 하신다. " 물론 처음 당하는 일이라 놀랐겠지만, 그 정도의상식은 있어야 하는거 아닌가요? 아이~ 졸려죽겠네, 간질은 저러다 괜찮아 지니까 내 버려둬요. " 단잠을 깨운것이 화가났는지 문을 탕 닫으며 나가 버렸다.
잠시후.. 성환은 아무일도 없었던듯이 부시시 일어났다. 다리엔 몸부림칠때 배설한 배설물로 온통 범벅이 되어있었다. 지미와나는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아무말도 할수가 없었다.

성환이를 목욕시키고 있는데 마구 쏟아지는 눈물을 수습할수가 없었다. 사모님의 짜증스러워 하던 태도가 자꾸만 마음에 걸린다. 이러한 고통속에서 나는 무엇을 보람으로 삼아야 하는 것일까?  왜 좀더 부드러운 모습으로 살아갈수 없는 것일까. 무엇이 그토록 삭막하게 만든것일까. 이 아이들을 당신들의 사업의도구로 생각하고 있는것은 아닐까? 불쌍히 여기는 사랑의마음이 있다면 과연 저럴수 있을까??  어느새 창밖이 훤해져 오고있다. 또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하나, 두려움에 떨린다. " 안샘요. 인자부터 지가 얼라들 보듬어 줄테이까네 인제 그만 가서 자이소 " 지미가 안타까운 듯이 바라보며 말한다.  " 그래 고맙구나, 난 괜찮아 가서 7시까지만 더 자고오렴, "  " 안쌤이 마이 피곤해 보이는데예 난 인자고마 잠이 다 깼어예. " 지미는 초등학교 3년때 언니와함께 엄마의손에 이끌려 이곳에 온 아이다. 중학교를 졸업하고 공부에 관심이 없는 탓으로 원에 머물며 교사보조 역활을 하고있다. 지미외에도 한창 많이먹고 뛰어놀기좋아 하는 또래의 아이들이 깡보리밥에 시래기된장국, 쇼팅을 때려부어 만든 감자국, 일주일에 한번 정도  밥상에 올려지는 생선을 맛나게 먹으며 그 무엇도 불평 하지않고  언제나 나에게도 큰 힘이되어 주고 위로가 되어주는 고마운 아이들이다. 지미의 말처럼 많이 피곤하고 지쳐 있었지만  더이상 쉴수가없다. 시계를 보니 조유시간 이다.  조유실 아주머니가 친정에 가셔서 직접끓여야 하기 때문이다.  피곤하고 힘들지만, 차선생님을 푹 자게할수 있어서 기쁘다. 자! 이젠, 울지말고 힘을 내자. 울고만 있을수없는 상황인것을...

안분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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