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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쓰는 편지



여보,

우리가 함께한 지도 어느덧 3년이나 지났네. 요즈음 힘들어하는 당신을 보며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곤 해.


지금 우리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내가 당신과 결혼하면서 다짐했던 것이 하나 있는데, 가정을 이끌어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을 당신이 혼자 짊어지도록 하지 않겠다는 거였어. 그런데 여전히 당신은 혼자서 그 짐을 다 지려고 애쓰고 있구나. 가끔 잠든 당신을 보며 그 어깨가, 그 등이 너무나 안쓰러워 살며시 쓰다듬을 때가 있어.

 

나는 다 생각 나.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 당신의 말끔한 모습과 어색한 미소, 사귀자는 말을 꺼내지 못해 수십, 수백 번을 고민하며 엉뚱한 이야기만 늘어놓던 바보 같은 입술, 평생 함께 하자며 내 손에 반지를 끼워주던 떨리던 손, 그리고,

 

처음 우리 부모님께 인사갔던 날. 실망한 그 뒷모습까지도.

 

우리 참 힘들게 결혼했었는데. 당신도 기억나지? 상견례 날짜를 잡아 보라는 엄마의 말에 내가 얼마나 펑펑 울면서 당신에게 전화를 했었는지. 우리 참 서툴게 연애하고 전쟁같이 결혼했지만 이정도면 우린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아름답게 살고 있는 것 같아.

 

여보, 이건 비밀인데, 당신을 처음 만났던 나의 스물아홉은 모든 것들이 삐걱대기만 했었어. 뜻하는 바가, 계획했던 것이 모두 엉망으로 얽혀버려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 서럽고 외롭고 힘든 시간이었어. 그런데 그 시간을 살아 내고 있었던 나에게 선물처럼 다가온 사람이 바로, 당신이었어.

 

앞만 보고 달리다가 넘어져 울고 있던 내가, 당신의 손을 잡고 일어설 수 있었고, 당신에게 기대어 쉴 수 있었지. 난 당신에게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함께 가는 법을 배웠어. 기다리는 법을 배웠고, 감싸 안는 법을 배웠어. , 살아가는 법을 배웠어.

 

그러니까 여보, 당신은 나에게 아무것도 미안해 할 것이 없어. 어제, 부족한 나라서 미안하다고, 소주잔 기울이며 살짝 눈물이 맺히던 당신의 모습에 나도 함께 속으로 눈물을 삼켰어. 결혼 후 처음 본 슬픈 당신의 모습에 당신이 지금 느끼는 그 무게가, 무력감이 나에게도 고스란해 전해졌기 때문이었어. 차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을 만큼.

 

당신이 지금 힘든 건 우리가 성장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자.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는 또 훌륭하게 극복해 낼 테니까. 그때까지 이제 내가 당신을 사랑하며 기다려줄게. 당신이 나에게 가르쳐 준 그대로 말이야.

 

여보, 당신에게 고맙고 미안한 건 나야. 나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우리 삶의 무게는 당신이 훨씬 무겁게 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어. 미안해. 나에게 소중한 건 당신 이외에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아무 걱정 말고 실컷 아파하고, 고민하고, 흔들려도 괜찮아. 그것이 지나고 나면 우리 앞에 또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야. 그때까지 당신이 그랬듯 이제 내가 굳건히 서있을께.

 

어디쯤 가고 있는지, 바른 길로 가고 있는지 누구도 말해주지 않지만, 우리는 잘 가고 있는 걸 거야. 나는 그렇게 믿어. 그러니 당신은 나만 믿어.

     

차마 글로 표현하지 못한 마음까지도 모두 모아, 당신의 아내가.








놓지 못함

      

 

점심때가 되어서야 느지막이 눈을 뜬다. 햇빛이 들지 않는 방은 여전히 어둡다.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켜 냉장고로 향한다. 식탁 위의 컵에는 어제 마셨던 커피가 말라붙어 있다. 컵을 대충 헹구고 그대로 수돗물을 받아 마신다. 물에서 커피 맛이 난다.

 

담배를 하나 꺼내 문다. 불을 붙이고, 빨아들이고, 내뿜고, 다시 한 번 빨아들이고, 내뿜다가 문득 정신이 든다.

 

가만, 오늘이 며칠이지,’

 

그러나 이내 생각을 접는다. 습관이었다. 잠에서 깨 담배를 피며 하루를 계획하는 것. 그 습관이 오늘 문득 나온 것 뿐 이다. 오늘이 며칠이건 나와는 상관없는데. 오늘이 며칠인지를 궁금해 하다니. 피식. 웃음이 나온다. 피식, 피식 하다 갑자기 눈물이 난다. 내가 날짜를 궁금해 하다니.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물론 나도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나의 일정표는 약속들로 가득 차있었고, 일주일 중 하루를 쉬기 위해서는 나머지 엿새간은 눈 코 뜰 새 없이 바빠야만 했다. 단 하루도, 한 순간도 날짜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은 적이 없다. 오늘이 며칠인지, 다음 회의가 며칠인지, 제출 마감이 며칠인지. 친구와의 약속이 며칠인지, 가족의 생일이 며칠인지. 나는 그렇게 철저하게 세상에 속해 있었다.

 

담배를 끄고 다시 침대에 눕는다. 이제 나를 찾는 약속도, 해야 할 일도, 가야 할 곳도 없다. 오늘도 없고, 내일도 없다. 오직 나만 있다. 이게 바로 아이러니다.

 

세상 속에서 살아갈 때에는 나는 없었다. 직장이 있었고, 직장 상사, 직장 후배가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가족이 있었는데 나는 없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떠한가. 직장이 없고, 직장 상사, 직장 후배가 없고, 친구가 없고, 가족이 없는데 나는 있다. 나는 여기에 이렇게 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 나는 실패했다. 아니, 나는 성공했다. 완벽하게 세상에 속하는 것에 실패했고, 완벽하게 나를 찾는 것에 성공했다. 나의 목소리, 나의 생각이 들린다. 지금 이건 누가 누구에게 하는 이야기인가. 화자도 청자도 없는데 주인 없는 생각들이 갈 곳을 잃고 방 안을 떠돌고 있다. 저 생각들의 주인은 나인가.

 

내 생각을 들어줄 누군가가 필요한가,’

 

다시 한 번 몸을 일으켜 보려다 그냥 힘을 빼버린다. 일으켜지지 않는다. 아무래도 괜찮다. 누군가 들어주던 때가 그리운가. 모르겠다. 그런 것은 잊어버렸다. 잊어버린 것이 맞는가. 누군가, 나 아닌 다른 사람, 그런 존재와 함께 있다는 것의 느낌. 그것을 기억하려 하면 가슴이 울렁인다. 잊어버려야 한다. 이것으로 마지막인가. 아니, 시작이다.

 

몸이 위로 떠오른다. 눈을 뜨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는다. 순간 아득해진다. 숨을 쉬는 방법이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괜찮은데, 지금 내 몸을 감싸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그 과정인가. 하는 순간 나의 머릿속에, 아니 이 방 안에 또 한 조각의 생각이 떠오른다. 눈물이 흐르는 것 같다. 왜 하필. 지금, 이것일까. 

 

가만, 오늘이 며칠이지,’








서은 (이메일:  writer.seoeu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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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rean 2018.01.01 00:03
    열심히 정진하다보면 틀림없이 좋은 결실을 맺으리라 믿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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