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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滿手)



한쪽 어깨와 팔이 저릿한, 혹은 팔 안의 세포가 깨어나는 감각과 함께 밤사이 퉁퉁해져 있을 나의 눈꺼풀을 일으켰다. 요즘 들어 옆으로 누워 자는 버릇이 생겼는지 항상 아침이 되면 찾아오는 이 통증이 반가울 지경이다. 팔을 움직일 때 마다 전달되어 오는 신경의 저릿한 신호를 애써 참으며 뺨 옆에 널브러져있는, 어젯밤 미처 빼내지 못한 이어폰이 꼽혀있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113일 월요일 열두시. 대한민국에서 사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스물 여덟 인생의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라기엔 조금 늦은 이 시각에 일어나는 것이 나에겐 무척이나 익숙하다. 습관처럼 핸드폰을 켜는 동안 바라본 바깥의 날씨는 회색빛, 그러니까 내가 보낼 하루만큼 무미건조한 그것이었다.

  연락이 온 것도, 기대가 되는 것도 아닌 점차 본연의 역할을 잃어가는 마치 주인을 닮은 핸드폰으로 습관처럼 구인구직 사이트에 접속한다. 이미 닳아 해진 페이지인데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놓질 못한다. 도착점이 없는 마라톤이라면 한걸음이라도 더 앞서 시작하고 싶은 게 사람마음인지라 쉬이 출발점에 서질 못한다.

  일렬의 구직정보들을 보고 난 후엔 sns계정을 접속해 타인의 삶을 훔쳐본다. 나와 스쳐지나간, 어쩌면 진전이 있었을지도 모를 인연들. 그들의 일상 속 희노애락을 들여다보며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소통을 행한다. 무심했거나, 때때로 실수가 있었던 인연들의 그때완 다르거나 혹은 여전한 모습을 보며 지나간 기억들의 회상. 내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타임머신이 있다면 어땠을까. 하지만 아쉬움 일뿐 다시 마주할 용기는 생기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 관심과 안부에 너무나도 나약한 속살이 비춰질까하는 막연하지만 그럴싸한 두려움이 그들과 마주하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 복권이 당첨되지 않았을 때 찾아오는 허무함처럼 이시대의 공공연한 관음 뒤에 찾아오는 무력감은 불쾌하고 진하게 파고든다. 이 기분을 달래기 위해 컴퓨터를 키면서도 한 몸이 된 것 마냥 여전히 핸드폰을 손에서 놓질 못한다. 그토록 상처가 났음에도, 딱지가 붙었음에도 끊임없이 떼어낸다. 낫지도 후련해지는 것도 아니건만 응어리를 매만지고 또 마주한다.

  컴퓨터의 한 폴더 안에 있는 어젯밤 받아놓은 좀비영화를 켠다. 이런 부류의 것이 으레 그렇듯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살던 선량한 주인공이 생존을 위해 좀비로부터 발버둥 치며 동료들을 만나가는 흔한 클리셰의 영화.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고 단지 하루하루 생존을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에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져 더욱 몰입한다. 이래서 내가 이런 영화를 자주 찾는지도 모른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을 영화가 끝나고 남아있는 한 켠의 불편함은 비단 영화 내용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이건 영화감상이 아닌 무엇을 하더라도 사회의 톱니를 굴리지 않는다면 풀리지 않는 스트레스의 잔재, 따라다니는 그림자이다. 대한민국 사회는 스물여덟의 인생이 멈춰있는 것을 너그러이 봐주지 않는다. 부모님의 한숨, 지인들의 안부인사가 되어 나를 옥죄어 온다. 마음 한구석에서 미래를 향해 내딛어 보라고 소리치지만 이내 메아리가 되어 사라진다. 발걸음을 내딛기엔 너무나 초라한 맨발과 어디로 딛어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뿐. 알몸으로 내던져진 꼬락서니가 빨간 줄만 없을 뿐 영락없이 갓 출소된 범죄자나 다를바가 없다. 이 사회에서 일하지 않고 쉰다는 건 죄를 짓는 것과 다름이 없나보다. 이맘때쯤 고개를 든 희생양을 찾는 괴리의 더미. 환경과 사회라는 길을 잃은 핑계는 완치 되지 않는 임시방편일 뿐이지만 몇 번씩 딱지가 앉고 떨어진 자리에 그래도 제 살이라고 과녁을 빗겨간 푸념으로 감싸는걸 보면 다 마른 줄로만 알았던 나르시즘이 아직 남아있는 것일까.

영화가 끝나고 허기가 질 때쯤 되어서야 비로소 방문을 나선다. 누군가 사용한 식기가 놓인 싱크대와 바삐 나간 듯한 테이블의 흔적. 각자의 자리로 떠난 가족들의 시계바늘은 나와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다. 구실은 못해도 피붙이라고 가족들이 남기고 간 반찬들을 넘기다 목이 콰악 막히는 건 남아있는 염치의 잔상인지.

  회색빛으로 물들였던 빛이 어둠을 피해 꽁꽁 숨어버릴 때 쯤 집안으로 하나 둘 돌아오는, 나의 모습을 비추려는 온기를 피해 방문을 걸어 닫는다. 그것으로도 부족한지 떳떳치 못한 나의 마음은 더 두꺼운 옷이 되어 온기를, 사랑과 소통을 가로막는다.


만수동화(冬話)


어느새 12. 길어진 그림자와 함께 우뚝 솟은 설목(雪木)에 피어나는 한화(寒花)는 따뜻한 불로도, 채워진 솜으로도 메워지지 않는 온기를 생각나게 한다. 졸업 후 수많은 낙방을 거치며 나를 증명할 대학생활동안의 산물(産物)과 함께 쌓여간 돌담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단단해 졌고 어느샌가 넘지못할 벽이 되어 그것이 단절되기에 이르렀다. 눈꽃이 만개할수록 사람들 사이를 돌고 도는 그것에 대한 갈망은 한달에 한번 찾아온다는 그것마냥 주기적으로 나를 괴롭게 한다. 고통이 길어져 감각이 무뎌졌는지 어짜피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에 졸업 후 얼마 안지나 가졌던 모임에서 봤던, 인덕원 근처에서 일한다는 후배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너 인덕원에서 일한다 했었지? 나 오늘 그 근처 지나는데 일 끝나고 한번 볼래?”

근처를 지난다는  거짓말. 아무일도 하지 않는 내가 무슨일이 있어 그곳을 지나가겠냐만 도저히 맨살을 드러낼 용기는 나질 않아 거짓으로나마 감싼다. 금요일이나 주말이 아닌 평일에 이런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게 행운인건지 불행한 건지. 이래도 되는 것 인지 어색하진 않을지 올지도 모를 답장을 기다리는 그 순간만큼은 하루하루의 변화와 자극에 어쩔줄 모르던 온전히 살아 숨쉰 날의 새내기 때 같았다.

응 알았어~ 일 끝나면 일곱시쯤인데 끝나고 연락할께.”

잔잔한 호수에 물방울이 만든 찰나의 파동. 물결이 일어낸 잔잔한 바람이지만 그동안 깨닫지 못했던 심장소리가 매우 반갑게 들리는건 오랜만에 마주하게 될 사람냄새와 온기가 그리운 건지. 불안정하게 구르던 선율을 잠시나마 내려놓은 내 자신이 반가운건지.

  인덕원 까지의 거리는 가깝다고 할 수 없었지만, 할것도 없었는지라 일찍 나온 탓에 그렇다고 멀다고 느껴지진 않았다. 몸을 실은 지하철 내에 가득한, 자의인지 타의인지 모를 저마다 다른 곳을 응시하고 있는 시선의 벽이 너무나 편안해서 였을까.

선배! 여기!”

깔끔한 옷차림의 그녀는 출발선에 선 말끔하고도 열정 가득한 마라토너의 모습 같아서 반갑고도 어딘지 모를 씁쓸한 기분을 애써 누르며 그녀를 향해 멋쩍은 손을 들어 올렸다. 밥은 먹었는지, 싫어하는 음식은 있는지, 무엇을 먹고 싶은지.

어렸을 때 읽었던 전래동화의 한 구절마냥 낡은 레파토리로 어찌어찌 간 파스타 집. 맛도 기억이 안나는 음식 한 두개를 허둥지둥 시키는 모습이 영락없는 쑥맥의 그것과 같아 부끄러웠다.

선배는 요새 뭐해?”

나 공채 준비하고 있어.”

아 그렇구나. 준비 잘 되가?”

그냥 그렇지 뭐.”

서로의 근황을 묻는 자연스런 질문임에도 실수한 것 마냥 멋쩍은 대답이 오간다. 우리 앞에 놓인 파스타가 불어낸 하이얀 아지랑이가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이럴 땐 누가 약속이나 한 듯이 서로 분위기를 전환하려 애쓴다불편을 안은 채 삭히려는 후배의 따뜻함이 너무나 무거워 외면하고 싶다

 대학을 같이 다니던 얘기, 주위사람들의 시시껄렁한 애기로 화제를 전환하고 나서야 비로소 무거웠던 안개가 차츰 옅어간다.

공기가 밝아질수록, 그녀의 일상을 들을수록 나의 검게 물든 색지는 내 스스로 거부하고 있던 유채색 그녀가 있는 공간에 섞여들어 간다. 직장상사를 같이 욕하고 기억인지 추억인지 모를 지난 인연을 되돌아보며 그동안 잊고 있던 형형색색의 파렛트로 낙방에 물든 어두워진 그림을 덧칠한다.

선배는 여자친구 있어?”

그럴 리가. 너는?”

알면서 뭘 물어? 이러다 결혼은 할 수 있을런가 몰라. 좋은 사람 어디없나.”

그렇구나. 벌써 이렇게 되었구나. 우리내에 새겨진 나이테의 주름이 이제는 가지를 뻗을 시기가 되었다고 하는구나. 후배가 이만치 내딛어 있다. 그녀가 내딛은 걸음을 따라잡지 못한 나는 앨범 속 사진 한 장으로 남아있을 뿐이다.

또 봐요 선배.”

정류장이 가까워질 때 쯤 아무렇지 않게 말했을, 아무렇지 않게 들렸어야 할 후배의 그 한마디는 가슴 안에 부풀어 올라 보호하는 건지, 압박하는 건지도 모를 만큼 켜져 간다. 다시금 마주쳤을때 가까운지도 모를 만큼 깊숙이, 아래로 파고든다. 채도는 이내 제자리를 찾아간다. 불 밝힌 거리 여기저기 퍼져있는 온기가 돌고 돌아 나에게도 전해질 때쯤, 그녀와 나 사이의 구덩이가 메워져 있을까.


성명 : 송준현

h.p : 010-6436-3251

e-mail : we28489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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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뻘건눈의토끼 2016.12.04 21:15
    다시금 마주쳤을때 가까운지도 모를 만큼 깊숙이, 아래로 파고든다. 채도는 이내 제자리를 찾아간다. 불 밝힌 거리 여기저기 퍼져있는 온기가 돌고 돌아 나에게도 전해질 때쯤, 그녀와 나 사이의 구덩이가 메워져 있을까.
  • profile
    korean 2017.01.01 22:52
    좋은글 재밌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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