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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2.01 12:44

#5. 꿈

조회 수 15 추천 수 1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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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나는 꿈을 꾸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 꿈을 꾼 날이면 깨어나서 기분이 나쁘거나 잔 것 같지 않게 몸이 피곤했다. 꿈이 깊은 숙면을 방해한다는 것은 모두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꿈이 우울증이나 무의식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잘 모르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우울증으로 상담을 받을 때 항상 받던 질문이 있었다. 의사 선생님은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꿈은?” 나는 곧이곧대로 이야기하기도 했고, 어느 때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대부분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한 꿈들은 말하기 민망하거나 지독히 나쁜 꿈이었다.

나는 길을 잃고 헤매는 꿈을 자주 꾸었다. 심지어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만나 공부를 하고 수업이 끝나 집으로 가야 하는데, 집이 어느 쪽으로 가는 것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나는 막막함에 친구들을 붙잡아 보려고 했지만, 그들은 제각기 자기 집을 찾아갔다.

나는 이 꿈을 이렇게 해석했다. 과거에 내가 스스로를 길치라고 생각했을 때, 강남역 지하에서 헤맨 경험 때문에 이런 꿈을 이렇게 생생하게 꾸는 걸 거라고. 광화문에서 헤매고, 미국에서 헤매고, 이렇게 새로운 길을 찾아가는 경험이 신비롭고 모험적이었던 것이 아니라, 막연하게 두려운 경험이었단 걸 깨달았다. 나의 두려움에 관한 생생한 감정이 꿈을 좀 더 현실감 있게 만들어주었고, 나는 길을 잃고 헤매다 깬 날이면 기분이 몹시 언짢았다.

그런데 곰곰 생각해 보니 꿈이 의미하는 바가 있는 것 같았다. 내가 서른이 다 되도록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흐르는 시간만 붙잡지 못해 동동거리고 있을 때, 이런 꿈을 자주 꾸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무얼 잘 하고 좋아하는지, 전혀 나 스스로를 모르는 상태였다. 자아정체성이란 것이 모호하고 오랜 백수기간 때문에 자존감이 낮았던 시기였다. 나는 내 미래를 심각하게 걱정하고 고민했기에, 이렇게 헤매는 꿈을 꾼 것 같았다.

서른이 되어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나는 글을 쓰겠다.’ 선언했을 때, 그리고 실제로 내가 인세를 벌어들이며 작가 소리를 들었을 때, 더 이상 헤매는 꿈을 꾸지 않았다. 그리고 면접을 보러 먼 곳에 있는 출판사에 찾아갈 때도 휴대폰 지도를 켜놓고 초행길을 잘도 찾아갔다.

나의 의식 세계에서 ‘나의 진로는 작가, 나는 더 이상 길치가 아니다.’라고 선언한 순간 꿈은 힘을 잃고 사라졌다.

그리고 잊을 만하면 꾸는 꿈이 있다. 바로 부모님에 관한 꿈이다. 현실에서 부모님께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거나, 안 좋은 취급을 받으면 나는 꽁해서 속으로 부모님 욕을 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그러면 그 때부터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시는 꿈을 꾸거나 죽을병에 걸려 병원에 누워계신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나는 줄줄 눈물을 흘리며 잘 못했다고 말한다. 무의식의 세계인 꿈속에서 내가 부모님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실히 깨닫고 깨어나면 토라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부모님께 애교를 부리게 된다.

물론 곰 같은 내가 갑자기 친근하게 다가오면 부모님도 얘가 왜 이러나 하실 것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꿈속에서 미운 감정을 다 털어버린 후기 때문에 전혀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꿈은 내 솔직한 감정을 깨닫게 해주기도 하고, 자칫 엇나갈 뻔 한 관계를 바로 잡아주기도 한다.

요즘 나는 꿈을 거의 꾸지 않는다. 꾸었다 해도 아침에 일어나면 기억하지 못한다. 그만큼 의식 세계에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마음이 편하다는 의미인지. 내 현실감 넘치는 의식이 무의식까지 지배하려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소설을 쓰지 못하는 걸 보고, 무의식과 연결이 끊겼다 생각했지만, 사실은 자는 동안 두 세계의 바다가 조화롭게 어울리는 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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