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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23 19:39

이국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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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의 하루



동틀무렵, 멀리서 아득하게 구슬픈 음악같은 무슬림의 기도소리가 들려온다. 새벽의 정적을 깨는  소리..

부지런한 뒷집 사람들의  생선 굽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을 스친다.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을 본다. 꽤 오래된 습관이다. 자고 일어난 나의 얼굴도 매일 다른 표정이다.내 것 인데

내 것이 아닌 것 같은, 타인에게 보여주기만 하는 것 같은 거울 속 얼굴. 


현관문을 활짝 열고, 릴리밸리의 도도한 자태를 보며, 고혹적인 향기를 들이 마신다.상쾌한 아침공기가 내 정신을 깨운다

스트레칭으로  중년의 굳은 몸을 풀며, 부엌으로 간다.

한번 씻은 소시지에 칼집을 넣고 달군 후라이 팬에 쏟아 넣는다.

'치이이' 물기을 튕기며, 다리를 벌리며 문어 모양으로 변하는 과정을 물끄러미 쳐다 본다.

도시락을 싸 놓고, 쥬서기가 이가 맞게 잘 맞물려 있는지 확인 한다. 어쩌다 술 마신 다음날 확인도 않고 작동했다간 그 폭발음에 내 심장이 쪼그라드는 사태가 발생 한다. 항상 조심해야 한다. 굉음을 내는 쥬서기가 가끔은 무섭다.  

깎아서 물에 넣어둔 감자와 당근을 꺼내 자른다. 신랑이  날 도와준다고  자르지도 않은 감자와 당근을 통째로 넣었다가

부엌이 폭발할 것 같은 굉음에 덩치큰 신랑은  '이거 맛갔다'며 ,아직 멀쩡한 기계를 탓한 적도 있다.

섬세하지 않은 보통 남자들이란 뭣 때문에 기계가 저렇게 우는지를 생각지 않는다. 저번에 세탁기를 돌릴 때도 그랬다.

적당히 넣어 두번을 돌려야 될 것을, 한꺼번에 꽉 차도록 넣으니 세탁기가 힘든 것은 물론이고 빨래도 깨끗히 씻기지 못한다는 건 생각지 않는다. 그냥 한방에 빨리!  휴우- 그가 손을 뻗기 전에 내가 알아서 먼저 해야 한다. 내가 일을 버는 것임에도 

일일이 가르치는 것은 어린 두딸로도 충분하다. 불혹의 나이에 얻은 둘째공주는 내 나이를 깜박 깜빡 잊게 한다. 눈부신 애교를 보자면 나는 나이를 거꾸로 먹는것 같고, 두딸이 서로 시기하며 싸울때는 내가 팍삭 늙는 것 같다. 첫딸과 둘째딸은 본처와 첩이라는 말이 딱 맞다. 둘 다 내 뱃 속에서 나왔건만, 둘째의 등장은 첫째 눈엔 그렇게 가시같은 존재였는지 모르겠다. 

셋째이자 막내딸로 태어난  나는 단연 집안의 보물같은 존재였고 부모님의 후광으로 가장 어리지만 가장 빽있는 존재로 군림하면서 유년을 보냈다. 그래서 언니들과는 잘 어울리지 않고, 엄마 아빠만 따라 다녔던 것 같다. 어릴적 사진을 보면 계모임에 따라가서 노래를 부른다던가, 졸고 있다던가하는 내 모습이  어른들 모임에 버젓히 찍혀있는 사진이 꽤 많다. 


오늘 아침에도 자연스레 티격태격이 오갔고,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는 두 딸을 간신히 미소지으며  등교시켰다.


아침밥은 시락국에 고구마 줄기 조린것, 며칠 전 일본 친구 유코가 사 온 우메보시, 고등어 구이, 적당히 삭은 아삭한 총각김치 그리고 잡곡밥이다.

우리는 건강을 위해 꽤 신경쓰는 편이다. 요리하는걸 즐겨하는 나는 서울에서 혼자 직장생활을 할 때 에도 동네 재래시장부터 섭렵 해 놓았다. 모두들 나를 새댁이라 불렀지만 그 호칭을 정정할 필요도 없었고, 오히려 새댁이라는 호칭으로 물건값도 깎아주고 덤으로 '이것도 먹어 봐'하시며 만드는 방법까지 일러 주시는 할머니도 계셨다. 

이십대 초반 어린 아가씨가 매일 봉다리 가득 들고 장보는 모습이 어찌 안예쁠 수가 있었을까?  더군다나 나는 한번보면 기억할 수 밖에 없는 미모이기에 더했으리라 .

한국을 떠나 있어도 우리집 부엌에는 항상 말린 나물들이 박스로 있다. 시래기, 고구마줄기, 취나물, 말린파래, 통북어등등

일년에 한번 한국을 방문 할 때 ,먹거리만 잔뜩 가져온다, 말린 것들은 물에 불렸다가 삶아 내식대로 요리하면 되지만 ,

고들빼기나 삭힌 콩잎 같은 것들은 그때그때 만들지 못하니 시어머니 손을 빌려 한통씩 만들어 온다.

재래시장을 사랑해서인지 내 입맛도 꽤 구수한 편이다. 피자나  햄버거 냉동식품을 아예 안먹는 우리집엔 그 흔한 전자레인지도 없다. 두 딸들도 안 사주니 맛도 잘 모르고  어쩌다가 연중행사로 피자 한판 시켜주면 반이상을 버린다. 나의 음식에 잘 길들여진 우리가족은 요리 잘하는 나를 만나 입과 몸이 호강한다. 


아침밥을 먹고, 티비를 틀어 한국의 소식을 들으며 혀를 끌끌 찬다. '겁나서 살겠나'하면서 무시무시하고 끔찍한 소식을 전하는 뉴스를 꺼 버린다. 점심과 저녁을 준비해두고 오랜만에 엽서를 꺼냈다. 남편이 나무를 직접 사와 만들어 준 내 책상 위로 공책들이 무질서하게 널려있다. 하나씩 정리를 하면서  내가 끄적였던 글들을 읽어본다. 아 그때 내가 술이 취해 적은 글이군. 나도 못알아 볼 정도로 휘갈긴 글들... .숱한 그리움의 조각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엽서에 사랑하는 친구에게 보내는 짧은 메세지를 담았다.  글씨체를 잃어버린 마냥 서툴고, 삐뚤다.  쓰다만 엽서가 여러장이다.폼나게 안 적히면 꼭 나 자신이 그런 것 같아  붙이지 않은 엽서들.... 받으면 나를 떠올리며 얼마나 기뻐할까에 무게를 둬야 될것을.  주소를 적고 빨리 우체통에  넣어야 겠다. 미련없이,,,


점심을 위해 칼국수를 삶는다. 바지락을 넣고 양념장을 만들어 총각김치와 함께 먹는다. 가끔씩 손칼국수도 해 먹는데, 수고스러움에 비해 남편은 국수를 더 좋아한다. 같은 면인데도 취향이 다르다.손칼국수를 좋아하는 나와 얇은 면발의 국수를 좋아하는 남편. 번갈아 가면서 만들수 밖에..

점심식사후, 남편은 도시락을 챙겨 가게로 간다. 두끼를 이렇게 같이 먹고,  나는 집안 일을 시작 한다.

빨래를 돌리고, 걸레질을 하고, 먼지를 털어낸다. 저녁 늦게 돌아올 남편방의 이부자리도 깨끗하게 정리 해 둔다.

큰 딸과 작은 딸을 한명씩 데리고 각방을  쓴지 4년째다. 오래되다보니 이게 더 편하다. 어쩌다  남편이 내 침대에 누워 있으면 그렇게 불편할 수가 없다. 가끔씩 남편이 묻는다.'우리는 인자 같이 안자나?' 라고....나는 대답을 삼킨다.

집안 일이 끝나고, 햇빛에 고슬고슬 말려진 수건과 빨래들을 걷어와 게고, 저녁준비를 해 놓으니,

두 딸이 하교 할 시간이다.


저녁의 재회는 두 딸이 잠이 들 때 까지 함께해야 한다. 나만의 시간이 없다. 

나는 핑크마티니의 <행온 리틀 토마토>를 틀어 놓고 , 그녀들이 올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린다.

내가 사는 이곳, 친구와 가족이사는 한국 .

두 딸 키우는 엄마의 삶은 세상 어딘들 뭐가 다르겠는가.

다만 그리움은 어찌하지 못한다.

가까이서 안보는 것과 너무 멀어 못보는 것은 확연히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는 한국행 비행기를 탈 때 마다 다짐한다. 

더욱 뜨겁게 모두를 안아주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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